‘흰색’은 순결·순수를 의미한다. 결혼식에서 여성들이 주로 입는 흰색드레스의 역사도 15세기 유럽의 귀족들이 순결성을 나타내기 위해 처음 입기 시작 하였다. 한민족은 백의민족이라 부르기도 하였으니 장구한 역사 속에 한국만큼 백색을 사랑한 민족도 없을 것이다.
백색이 주는 순결의 이미지는 다양한 문화작품으로도 등장 하였다. 백설공주는 공주라는 이미지에 흰색을 가미 하여 순결하고 정숙한 아름다운 여성의 미를 부여 하였다. 수많은 소녀들이, 아니 모든 여성들이 꿈꾸는 왕자의 모습도 백마를 타고 있어야 한다. 금빛 머리칼에 흰 피부, 근육질의 우람한 체격, 화려한 의상을 입은 그러한 백마 탄 왕자를 환상으로 그려보곤 한다.
우리 역사 속에서도 백마에 대한 이야기는 여러 나온다. 고려시대 무인정변이 일어났을 때, 이고는 자신의 친구이자 실세였던 이의방을 몰아내고 자신이 실권을 잡기 위해 승병들을 키운다. 거사를 앞둔 이고는 백마의 피를 승병들과 나눠 마시며 생사를 맹세하였다. 조선을 건국한 태조 이성계의 애마도 백마였다.
백마에 대한 신화는 아이러니하게도 오랜 고대사가 아니라 근대사에 등장한다. 김일성은 우상화 작업을 위해 ‘백마 탄 항일유격대장 김일성’을 선전의 도구로 삼았을 뿐만 아니라 김일성이가 백마 위에서 잠이 들자 주인이 깰까봐 나무 그루터기를 넘지 않았다는 일화와 김일성 옷에 불이 붙은 것을 알아챈 백마가 주인을 살짝 내려놓아 불이 꺼지게 했다는 이야기는 어렸을 때부터 세뇌된 북한 주민들과 한국의 종북세력들에게나 먹힐 신화이다. 만주 벌판을 백마를 타고 달리며 일본군을 무찌른 김일성의 신화는 백마가 주는 이미지에 신격화 작업을 걸쳐 김일성을 우상화 했다. 물론 축지법을 쓴다는 김일성이가 왜 말을 타고 다녔는지는 영원한 미궁에 남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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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김정일 대신 북한 주민들을 억압하는 김정은은 자신의 통치기반을 다지기 위해 백마의 신화를 또다시 인용했다. 1월 8일 북한 조선중앙TV가 방영한 김정은 기록영화의 첫 장면에서 김정은이 백마를 타고 달리는 장면을 보여주었다. 김일성이가 만든 백마의 신화를 김정은 이가 이어 받았음을 강조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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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은 4월 15일을 태양절로 부른다. 김일성이가 피투성이의 모습으로 태어난 날이기 때문이다. 올해는 죽은 김일성의 100주년으로 거창한 열병식을 강행 하면서 백마를 탄 인민군의 모습을 보였다. 아름다워야 할 백마를 탄 왕자의 모습이 아니라 살찐 백마가 인민군을 싣고 가는 것처럼 보였다. 북한의 우상화 작업은 이처럼 유치하기만 하다.
‘축지법’ 이라는 북한 노래가 있다. 가사 중에는 아래와 같은 내용이 나온다.
축지법, 축지법, 장군님 쓰신다.
동에 번쩍 서에 번쩍, 천하를 쥐략펴략,
방선천리 주름잡아 장군님 가신다.
수령님 쓰시던 축지법, 오늘은 장군님 쓰신다.
김정은도 백마에서 내려와 축지법으로 서울에 번쩍, 제주도에 번쩍 거리고 나타난다면 싸이는 능가하는 최고 인기남이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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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현 기자 sagin7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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