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무사 누리집 캡쳐화면 ⓒ
1945년 8월 15일 해방과 이후 3년의 혼란, 그리고 그 와중에서 어렵게 건국된 대한민국이 거쳐 온 현재까지의 여정, 즉 한국 현대사는 온갖 역경을 딛고 자유와 번영을 이루어낸 장쾌한 발자국이라고 말할 수 있다.
러시아 혁명을 계기로 전 세계를 집어삼킬 듯이 세력을 확장해 오다가 제 2차 세계대전 이후 욱일승천하던 사회주의의 험난한 파도 한가운데서도 정말로 어렵게 자유민주주의를 앞세워 나라를 세웠다.
그리고 가난하고 분단된 나라로 출발했던 신생 독립국이 세계적으로 유일하게 산업화와 민주화를 한꺼번에 이룩하면서 세계10위권의 경제대국으로 성장하였다. 여기에 이르기까지에는 여러 가지 능력과 힘이 작용했다. 그리고 그 바탕에는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라는 가치가 원동력이 되었음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최근들어 이 가치를 수호하고 발전시키는데 기여한 물리적인 힘과 정신·이념적인 능력에 대한 회의와 함께 그 본질을 왜곡하려는 움직임과 풍토가 있어 우리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군정보수사기관이 지난 60여년 동안 체제 수호와 국가 발전을 위해 어떠한 역할을 하였는가를 한마디로 요약하기는 쉽지 않다. 더욱이 그것을 단지 이분법적으로 긍·부정적인 측면에서 설명·평가할 수는 없다.
정보수사기관은 다른 나라에서도 보듯이 그 속성상 국가·사회의 시대적 조류와 무관하게는 결코 홀로 임무와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조직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존재의 영속성은 시대상황에 맞는 소명의식을 표현하는 가장 커다란 증거일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현대사의 여러 변곡점인 건국과 6·25전쟁, 5·16혁명, 10월유신, 10·26사건, 5·18광주사태 등 각종 크고 작은 고난과 영욕의 고비마다 국내 유일의 군정보수사관인 기무사가 격변하는 시대적인 요구에 얼마나 가치 지향적으로 대응해 나왔느냐의 여부는 아직도 논란의 여지가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이점은 앞으로 기무사령부가 시대 적응과 자기 개혁을 꾸준히 추진하면서 거듭 발전하는 과정을 거칠수록 새로운 형태로 간단없이 거론될 것이다.
이점은 앞으로 기무사령부가 시대 적응과 자기 개혁을 꾸준히 추진하면서 거듭 발전하는 과정을 거칠수록 새로운 형태로 간단없이 거론될 것이다.
또한 이와 더불어 미래의 가치 지향에 대한 문제 제기가 계속될 것이다. 역사는 과거의 이야기가 아니다. 현재의 거울이며 미래의 예측이기 때문이다.
군정보수사기관의 활동에 대한 평가는 우선적으로 기무사가 유일하게 대한민국 국군의 정보수사기관이라는 평범한 사실(事實)과 1950년 특무대로 창설된 이후는 물론 해방이후 창설이전까지 군정보수사활동의 맥을 이어 받았으며, 특무부대→방첩부대(1960년)→육군보안사(1968년)→국군보안사령부(1977년)→국군기무사령부(1990년) 등 일련의 과정을 거쳐 이어져 온 단일한 전통을 갖고 있다는 사실(事實)에 기반을 두어야 할 것이다.
이러한 정체성이 부정된 상황에서는 한국 현대사와 기무사를 연결시킬 아무런 근거도 없다는 것이 필자의 주장이다.
또한 한국 현대사에 대한 긍정적인 반성을 토대로 하여 부분적인 굴곡에도 불구하고 큰 틀에서 우리 대한민국의 역사가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체제의 가치 구현과 발전의 연속이었으며, 미래의 전진 방향도 그럴것이라는 확신의 관점이 전제되어야 한다. 그래야만 해방 이후 좌우대립이나, 한반도 분단 그리고 6·25전쟁의 원인과 결과에 대한 논점이 자명해지며, 주적과 동맹에 대한 구분 또한 명확해 질 것이다.
군정보수사기관 고유의 임무와 기능은 흔히 대전복·대간첩·대테러로 일컬어 진다. 이것이 지속적으로 충실히 수행되었다면 그 자체가 국가 안보와 체제가 존립에 있어 상당한 역할과 기여를 한 것이지만, 한국 현대사라는 변수를 개입시킬 경우에는 군정보수사기관의 활동에 대한 플러스 알파적인 평가가 있어야 마땅하다고 본다. 특히 한국 현대사에 있어 군정보수사기관의 역할은 특수한 시대 상황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기 때문에 그 특수한 상황에 대한 평가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한국 현대사에 대한 시각과 평가를 비롯하여 특수한 상황의 상당 부분에 대한 해석 내지는 의미 부여가 대다수 국민의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군정보수사기관의 임무·기능 그리고 그간의 활동과 업적에 대한 공개·공론화가 대부분 이루어지지 못한 상태이며, 이러한 이유로 인해 제 3자의 평가를 받기도 어려운 측면이 있다.
따라서 군정보수사기관 활동의 성과에 대해서는 위에서 언급한 토대와 전제를 바탕으로 다소 자의적으로 이루어 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그럴수록 역사에 대한 해석과 평가는 엄전해야 하며, 그로써 진정한 가치를 부여 받을 수 있을 것이다. (계속)
이 덕기 (전 기무사 방첩단장/ 현 충호안보연합 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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