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8일 일요일, 광화문에 위치한 청계광장에서 노래가 요란하게 울려퍼졌다. 바로 과거 박정희 유신정권 시절의 금지곡들이었다. 이날 ‘유신잔재 청산과 역사정의를 위한 민주행동(민주행동)’은 서울 청계광장에서 ‘유신 독재의 실상을 알리고 그 잔재를 청산한다’는 목적을 내걸고 ‘2012년 점령의 날’이라는 행사를 개최했다.
본행사인 ‘유신시대 금지곡 전국 노래자랑 – 금지를 금(禁)하라’에서 이현배 민주행동 상임대표는 개회선언을 통해 “유신의 만행을 잘 모르는 사람에게는 만행을 알리고, 잘 아는 사람은 다시 기억을 떠올리게끔 행사를 열었다” 며 “오늘의 이 금지곡 노래자랑은 유신 잔재를 청산하고 민주사회를 건립하기 위한 전쟁의 진군가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서 인디밴드 ‘코지카페’가 ‘미인’을 부르는 것을 시작으로 ‘허클베리핀’, 원창연, 문진오 등 다양한 가수들뿐만 아니라 일반인 참가자들까지 무대에 올랐다. 이들은 ‘아침이슬’, ‘고래사냥’, ‘동백아가씨’ 등의 금지곡을 광화문 한복판에서 열창했다. 이 노래자랑은 전국을 순회하며 개최됐고, 이날 최종 무대가 서울에서 열렸다.
민주행동은 지난 17일 서울 대한문 앞에서 선포식을 열어 12일 간의 일정을 시작했다. 18일에는 부마항쟁 33주년 기념식과 유신 40년 학술대회를 치렀으며 22일에는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서울시청광장에서 시국미사를 집전했고, 다음날인 23일에는 박정희 정권을 비방하는 영화 [유신의 추억]의 시사회를 국회에서 열었다.
이날 본행사인 노래자랑이 있기 전에는 청계광장에서 반(反)박정희 전시물을 가져다두고 지나가는 시민들의 눈길을 끌기도 했다.
전시물에서는 민방위교육을 ‘반공주의를 강제주입시키고 독재를 홍보, 합당화하는 박정희 정권의 정신교육’이라며 비난하는가 하면 주민등록번호 제도에 대해 ‘행정편의주의에 입각한 국민통제시스템이자 국가주의의 일상적 내면화를 위한 낙인’이라며 얼토당토않은 소리를 하기도 했다.
이어서 전시물에 기술된 바에 따르면 주민 반상회는 ‘주민 통제의 수단’이며 불심검문은 ‘국민들을 통제하고 잠재적 범죄자의 낙인을 찍는 폭력의 도구’라고 비난했다.
이러한 ‘트집 잡기’에 시민들은 어리둥절한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박정희 기념관, 도서관을 폐관하라며 10만인 서명운동을 벌이는가 하면 북한의 대남간첩, 공작원들인 비전향 장기수를 ‘양심수’라고 부르며 떠받드는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민가협) 장터를 개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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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이들은 조중동 폐간, 유신독재 타도 등의 선전구호를 외치며 광화문 일대를 행진하기도 했다. 이들은 ‘유신잔재 청산’을 부르짖으며 지나가는 시민들에게 피켓을 건네주며 동참을 권유하는 등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모습을 보였고 이에 경찰들이 나서서 폴리스라인을 만들어 시민들을 보호했다.
이들이 계속된 행사를 통해 공통적으로 주장하는 바는 ‘유신독재 타도, 유신잔재 철폐’ 이다. 그러나 지난 1979년 10월 26일 박정희 대통령의 사망 이후 유신체제는 완전히 무너졌으며 그 후 두 번의 헌법 개정을 거치면서 역사의 뒤편으로 사라졌다. 이어서 문민정부가 출범하면서 그 잔재마저도 완전히 사라지게 되었다. 그러나 그로부터 수십년이 지난 지금도 유신잔재를 철폐하자고 부르짖는 세력이 있다. 이들은 자유민주주의를 이룩한 2012년 대한민국에 어떠한 유신잔재가 남아 있는지는 제대로 밝히지 못한다.
주민등록번호를 ‘국민통제 시스템’, 반상회를 ‘주민통제의 수단’이라고 억지를 쓸 뿐이다. 이들은 ‘2013년 새로운 국민, 새로운 체제, 새로운 국가’를 목표로 내걸었다. 자유민주주의의 가치를 모두가 누리는 지금, 새로운 체제와 국가를 부르짖는다면 온건한 사고를 가진 국민들의 눈에는 이것이 ‘사회주의 혁명’이라고밖에 비쳐지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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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 인턴 기자 tlstkdqkdw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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