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 봉급은
1996년만 해도 1만4900원 국방부 지대한 관심 속 2001년부터 큰 폭 상승
봉급 액수가 늘면서 군은 전문기관과 손잡고‘봉급 활용법’ 지도하는 금융교육 프로그램 확대
우리 군은 국방의 의무를 다하는 병사들에게 적절한 보상을 주고 사기를 높이기 위해 올해 병사 봉급을 지난해보다 20% 인상했다. 애초 15% 인상안을 국회에 제출했지만 국회 예결위가 이례적으로 5%포인트를 추가로 인상해 대폭 인상이 이뤄진 것이다. 병사들의 입장에서야 아직도 부족하겠지만 20%란 수치는 국방비가 전년 대비 4.2% 증가한 것과 비교하면 그 존재감은 더 크게 느껴진다. 국가를 위해 인생의 가장 소중한 시간을 헌신하는 병사들의 봉급 인상에 대해서만큼은 정부와 국회가 뜻을 같이한 셈이다. 본지는 병 봉급 변화 추이와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큰 폭의 봉급 인상이 가져온 병영의 변화상을 짚어 보고 바람직한 발전방향을 살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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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남몰래 미소 지은 이는 이 상병뿐만이 아니다. 국방부의 봉급 인상 정책에 따라 이병의 월급이 8만1500원에서 9만7800원으로, 일병은 8만8200원에서 10만5800원으로, 상병은 9만7500원에서 11만7000원으로, 병장은 10만800원에서 12만9600원으로 올랐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동안 우리 병사들의 봉급은 어떻게 변화해 왔을까. 창군 초기까지 갈 것도 없이 불과 20여 년 전인 1996년만 해도 병 봉급(상병 기준)은 1만4900원에 불과했다. 올해 상병 봉급이 11만 원을 넘어선 것과 비교하면 10분의 1에 불과한 셈. 1990년대 중반 복무했던 직장인 황상현(38·예비역 병장) 씨는 “당시에는 봉급이 너무 적어 큰 의미를 두지 않았고 지출의 상당 부분을 용돈으로 충당하곤 했다”며 회고했다.
이런 현상은 2000년까지 계속됐다. 봉급이 많아야 5% 정도 올랐고, 동결된 해도 두 번(1998·1999년)이나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2001년 들어 국방부가 병 봉급이 갖는 의미에 주목하면서 봉급은 가파르게 상승했다. 2001년 무려 27% 인상된 데 이어 2004년 47%, 2005년 30%, 2006년 40%, 2007년 23% 등 지속적으로 두 자릿수 인상이 이뤄지면서 오늘날에 이르게 된 것이다.
양적인 변화는 곧잘 질적인 변화를 가져오는데 병 봉급 인상도 예외가 아니다. 사회와 비교하면 여전히 큰 금액은 아니지만 매달 10만 원 안팎의 금액이 꼬박꼬박 입금되면서 이를 의미 있게 사용하는 병사들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가장 두드러진 유형은 ‘등록금파’. 상당수 병사가 전역 후 대학에 복학해야 하는 상황에서 수백만 원에 달하는 등록금은 큰 부담인 것이 사실. 따라서 독하게 봉급을 모아 제대 무렵 100만 원이 넘는 목돈을 모으는 병사가 늘고 있다.
봉급을 교재 구입 등 자기계발에 꾸준히 지출하는 ‘자기계발파’도 비슷한 유형.
인원수는 적지만 주변 사람들을 미소 짓게 하는 유형으로 ‘기부파’를 꼽을 수 있다. 병사들 사이에서 봉급의 전액 또는 일부를 주변 불우이웃이나 해외 어린이들에게 기부하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화끈하게, 그러나 의미 있게 봉급을 쓰는 ‘착한 소비파’도 환영받고 있다. 선진 병영문화 정착으로 후임을 존중하고 다독이는 선임들이 늘면서 예전보다 늘어난 봉급으로 회식을 열어 부대 분위기를 화기애애하게 이끄는 유형이다. 또 전역 때 모아둔 봉급으로 후임들에게 운동기구·생필품 등을 선물하는 것도 봉급 인상이 가져온 신 풍속도가 되고 있다.
이처럼 봉급 액수가 늘면서 우리 군은 금융감독원·한국장학재단·시중은행 등 전문기관과 손잡고 장병 대상으로 봉급 활용법을 지도하는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있다. 비록 액수는 적지만 본격적인 사회생활 이전에 소비와 저축의 첫 단추를 잘 끼우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이다. 경제교육을 원하는 병사들의 니즈(needs)와 병사들을 건전한 소비생활을 실천하는 국민으로 양성하고자 하는 군의 의도가 맞아떨어지면서 금융교육은 더욱 호응을 얻고 있다.
국방부 관계자는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께서 지난해 상병 봉급을 기준으로 두 배(19만5000원)까지 병 봉급을 인상하는 공약을 제시한 만큼 이를 목표로 앞으로도 봉급 인상을 꾸준히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국국방연구원(KIDA) 백재옥 박사 등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2012 국방예산 분석·평가 및 중기 정책 방향’에 따르면 우리 병 봉급은 징집제를 채택한 외국군 중 대만·이스라엘보다는 낮고 중국·터키·그리스보다는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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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외국군 병사들의 봉급은 얼마며 우리나라 병 봉급은 외국군과 비교할 때 어느 정도 수준일까. 한국국방연구원(KIDA) 백재옥 박사 등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2012 국방예산 분석·평가 및 중기 정책 방향’에 따르면 우리 병 봉급은 징집제를 채택한 외국군 중 대만·이스라엘보다는 낮고 중국·터키·그리스보다는 높은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논문에 따르면 대만의 경우 지난해 의무역 상등병 봉급이 한화 28만 원 선으로 우리의 3배에 육박했다.
이스라엘은 전투병의 경우 한화 기준으로 매월 22만 원, 비전투병은 10만 원 정도 받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은 병사가 의무병이라는 이유로 ‘봉급’ 대신 ‘수당’이란 이름으로 일정 금액을 지급하는데 수당은 2010년 8월부터 기존 6만5000원에서 8만2000원 수준으로 인상, 지급되고 있다.
소득 수준이 우리보다 낮은 터키·그리스의 병 봉급은 우리 수준을 밑돌았다.
터키의 경우 테러·전쟁 위험이 높은 지역은 매월 한화 11만3000원에서 12만6000원, 테러·전쟁 위험이 낮은 지역은 3만2000원에서 5만 원의 봉급을 지급하고 있다. 또 그리스의 징집병들은 대부분 매월 한화 1만3000원 수준의 봉급을 받고 있다.
이번 연구에서 나타나듯 그동안 우리 군이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지속적으로 병 봉급을 인상해 외국군과 비교해 소기의 성과를 보이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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