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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방화로 불타고 있는 숭례문의 모습. | ||
숭례문은 조선시대 한성(지금의 서울)을 둘러싸고 있던 성곽의 4대문 중 정문에 해당하는 남대문의 이름이다. 1398년 조선 태조 3년에 준공되었고, 세종과 성종 때 중ㆍ개축하면서 지금의 모습을 갖추었다. 일제 강점기에 숭례문과 이어진 성곽이 허물어지는 수모를 당하기는 했지만, 임진왜란, 병자호란, 6ㆍ25전쟁 등 참화에도 불구하고 600여 년을 견뎌온 우리의 전통 건축물이다. 그래서 1962년 국보 1호로 지정되었고, 외국인과 전문가들로부터 서울의 대표적인 상징물로 꼽혀왔다.
국보 지정 이후 문화재청은 숭례문을 중수(重修)하고 일반인의 근접관광을 제한하며 보존에 심혈을 기울였다. 그러던 중 숭례문을 가까이서 관람하고 싶다는 시민들의 요청이 이어지자, 2006년 문화재에 대한 접근성 제고를 이유로 일반인의 숭례문 통과를 허용했다.
그러나 근접관람이 허용된 지 채 2년이 되지 않은 2008년 2월 20일 68세의 남성이 방화를 저질렀다. 30여 대의 소방차와 130여 명의 소방관이 출동해 화재진압을 시도했지만, 5시간 만에 석조 부분을 남긴 대부분의 건물이 모두 불에 타 붕괴했다. 600여 년을 지켜온 보물이 한순간의 방심, 단 한 사람의 광기에 의해 사라진 것이다.
숭례문이 순식간에 불타버린 것은 소실된 누각이 오래된 목조여서 화재에 취약하기도 했지만, 관리가 소홀한 틈을 타 누군가 방화를 저지를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보 1호로 지정했다면 그에 상응하는 보호대책을 강구하고 화재에 대비한 방안을 철저히 마련했어야 했다. 늘 우리 곁에 변함이 없었기에 숭례문은 지키지 않아도 그냥 존재해 줄 것으로 생각했던 것이다.
숭례문 복원공사는 200억 원의 비용과 5년여의 노력 끝에 마무리가 한창이다. 일제 강점기에 소실되었던 성곽 연결부도 함께 복원해 과거의 웅장한 모습을 다시 되찾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 돌아오는 숭례문은 더 이상 600여 년 세월을 견딘 숭례문이 아닌 완벽한 복제품일 뿐이다. 우리는 선조들이 남겨준 소중한 문화유산을 송두리째 잃어버리고 후손들에게 정교한 모조품을 물려주려는 것이다.
숭례문 방화 사건은 우리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가? 세상에 단 하나뿐인 소중한 보물이 한순간의 방심으로 사라졌다. 단 한 사람의 광기로 600여 년을 지켜온 첫 번째 국보를 잃었다. 안보도 우리가 반드시 지켜야 할 보물과 같다. 설마 하는 한순간의 방심, 단 한 사람의 광기가 대한민국의 안보를 위협할 수 있다.
1939년 제2차 세계대전을 준비하던 나치 독일의 정보기관은 당시 소련의 내부 정보에 정통한 프리츠 카우더스라는 오스트리아 태생의 유대인을 공작원으로 채용했다. 카우더스는 수년 동안 소련군의 정확한 군사동향을 수집ㆍ제공함으로써 두터운 신임을 얻었다. 나치의 정보기관 수장들은 그를 순금과도 같은 존재라며 칭찬했다.
그러나 사실 카우더스는 20년 전 소련이 유럽에 심어놓은 간첩이었고, 그동안 그가 나치에 제공한 군사비밀들은 모두 결정적인 순간을 위한 미끼였다. 소련은 반격이 시작될 무렵 카우더스를 통해 조작된 정보를 흘려 스탈린그라드를 점령했던 제6군단 전체 병력을 함정에 빠뜨렸고, 중부전선에서 거의 50만 명에 달하는 독일군 병력이 궤멸되었다. 결국 나치 독일은 동부전선에서 완전히 패해 베를린까지 돌파당했다.
이러한 사례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매우 크다. 지난 5년간 검찰과 국정원은 25명의 간첩을 적발했다. 최근에는 북한 이탈주민 지원업무를 담당하던 서울시 공무원이 간첩협의로 체포되었다. 그는 자신이 관리하던 북한 이탈주민 1만 명의 신상정보를 북한에 넘겼고, 북한에 남아 있는 가족ㆍ친지들의 생명이 위협받는 상황에 처했다. 이처럼 북한은 2000년대 들어 북한 이탈주민으로 위장한 간첩 침투를 대남공작에 이용하기 시작했고, 그와 더불어 위험성은 더욱 증가하고 있는 실정이다.
나라의 안보는 보물과 같아서 한 번 잃으면 되찾기 어렵다. 한순간의 방심으로 우리가 가진 소중한 것뿐만 아니라 모든 것을 한꺼번에 잃을 수 있다. 적은 우리의 작은 허점을 집요하게 파고들고 있다. 우리 장병들은 안보의 소중함과 위험성을 명확히 인식하고, 완벽한 대비태세 유지에 만전을 기해야 함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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