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이 주요 안보인선으로 군 장성 출신들을 채택한 데 대해 민주통합당을 비롯한 진보진영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지난 2일 박근혜 대통령은 윤창중 청와대 대변인의 브리핑을 통해 남재준 전 육군참모총장을 박근혜 정부의 첫 국가정보원장 후보자로 지명했다.
박흥렬 청와대 경호실장과 김장수 국가안보실장, 김병관 국방부장관 후보자에 이어 또 다시 군 4성 장군 출신을 안보인선에 배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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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근혜 대통령과 남재준 전 육군참모총장 ⓒ 연합뉴스 | ||
특히 국정원장에 군 장성 출신이 배정된 것은 2001년 김대중 정부 당시 임동원 예비역 소장을 임명했던 것 이후 12년만이다.
이에 민주통합당의 김현 대변인은 즉각 논평을 통해 “전문성과 유연함을 가진 인사가 국정원장을 맡을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 데 이어 좌익 성향의 일간지 한겨레신문은 ‘군사정권 부활’이라는 자극적인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심지어 일부 좌파 누리꾼들은 SNS 등지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장성 출신 배치를 김정일의 선군정치에 빗대며 비방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반도의 안보위기 상황 등을 미루어 볼 때 박 대통령의 선택이 불합리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육군사관학교를 졸업한 4성 장군 출신이라면 4년간의 생도시절을 포함해 40년에 가까운 세월동안 군대에서 경력을 쌓게 된다.
대한민국 국군은 휴전 이후 북한이 언제 재차 남침할지 알 수 없는 상황에서 60년간 전쟁에 대비하며 최전선에서 안보를 지켜온 조직으로, 여기에서 40년 가까이 몸담았다면 민간인 출신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보관과 국가관이 확고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3일 조갑제닷컴에 따르면 남재준 국정원장 내정자는 2005년 4월 6일 전역을 앞둔 고별강연에서 후배 장교들에게 "군인은 죽어야 할 때 죽을수 있어야 한다. 내 조국, 내가 신봉하는 자유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해"라는 말을 남겼다. 이러한 발언은 오랜 기간 군에서 국가를 위해 희생하며 국가관과 안보관을 다진 장성 출신이 아니라면 쉽게 하기 힘들다는 것이 중론이다.
국가안보실장, 경호실장, 국방부장관, 국정원장 등의 직책은 각각 국가안보의 큰 축을 담당하는 막중한 임무를 부여받는다. 여기에 위기대처 능력과 지도력, 공동체의식을 겸비한 군 장성 출신을 임명한다고 ‘군사정권의 부활’로 보기는 힘들다는 지적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질병으로 인해 병역을 면제받았고 진보진영은 이를 두고 이 전 대통령의 임기 내내 ‘군 면제 정부’, ‘면제자가 군 통수권자’라며 공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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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충남 계룡시 계룡대 대연병장에서 열린 2012년 장교 합동 임관식에서 임관 장교들이 거수경례하고 있다. ⓒ 연합뉴스 | ||
그러나 진보진영은 지금 군 장성 출신을 등용한 박근혜 대통령을 겨냥해서는 ‘군사정권’이라고 비방하고 있다.
‘자유의 나라’라는 별명이 보여주듯 대표적인 자유민주주의 국가인 미국은 건국 이래 수많은 군인 출신 대통령을 배출해왔다.
초대 대통령인 워싱턴 대통령은 영국군으로 입대해 미 독립군 총사령관을 거쳐 대통령에 당선됐고 2차대전을 이끈 33대 트루먼 대통령은 포병장교로 1차대전에 참전했으며 대위로 전역했다. 34대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연합군 총사령관을 지냈던 전쟁영웅이었으며 35대 케네디 대통령 역시 해군 대위 출신으로 태평양 전쟁에 참가하고 수많은 부하들을 구출한 경력이 있다.
37대 닉슨 대통령 또한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한 해군 소령 출신이며 39대 카터 대통령은 아나폴리스 해군사관학교를 졸업하고 핵잠수함에서 복무하고 해군 대위로 전역했다. 40대 레이건 대통령 역시 2차대전 당시 공군으로 복무했고 41대 부시 대통령(아버지)은 2차대전이 발발하자 18세의 나이로 해군에 입대해 전투기 조종사로 58회나 출격했고 3개의 무공훈장을 받은 전쟁영웅이었다. 아들인 43대 부시 대통령 역시 텍사스 주방위군에 입대해 중위로 전역했다. 이밖에도 300년에 이르는 미국 역사에서 수많은 대통령이 군복을 입은 경험을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의 일부 좌파의 말에 의하면 미국은 초대 대통령부터 지금까지 군 장교 출신이 수없이 집권한 군사독재 국가인 셈이다. 그러나 미국 사회의 분위기는 전체주의적이지도, 억압적이지도 않으며 오히려 미국인들은 자유진영의 맹주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자유민주주의가 발달한 미국에서 군 장교 출신들이 행정부의 요직을 맡는 이유가 확고한 국가관과 안보관, 위기대처 능력과 지도력을 갖추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한편으로는 박근혜 대통령이 군 출신을 국정원장으로 지명한 데 대한 아쉬움을 나타내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과거 노무현, 이명박 정부의 민간인 출신의 국정원장 임명에 비해서는 호평을 받지만 요원 출신이 아니라는 지적이 골조를 이루고 있다.
최근 오바마 정부는 차기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으로 CIA의 베테랑 요원으로 25년간 잔뼈가 굵은 존 브레넌 백악관 대테러 수석보좌관을 지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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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미국의 존 브레넌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 지명자 ⓒ 연합뉴스 | ||
그러나 우리나라의 역대 국정원장들은 대부분 군 출신이었으며 노무현, 이명박 정부에서는 민간인 출신이 기용되기도 했다. 이들은 국정원 요원 출신들에 비해 관련업무 적합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피하기 힘들다.
수십 년간 국가안보의 최전선에서 피땀을 흘려온 이들을 업무능력과 자질을 확인했음에도 불구하고 ‘군사정권’이라는 낙인이 두려워 적재적소에 배치하지 않는다면 오히려 군 출신, 요원 출신들을 역차별한다는 비판을 살 수 있다.
큰 뜻을 품고 일생을 국가에 바치기 위해 입대하는 젊은이들 역시 후에 군 출신이 낙인이 되어 요직에 오르는 데 지장이 된다면 입대를 꺼릴 수밖에 없다. 국군은 지금 초급 간부가 부족해 고초를 겪고 있다고 한다. 장교, 부사관 인원이 부족해 소위가 맡아야 할 직책을 하사에게, 하사가 맡아야 할 직책을 병장에게 맡길 수밖에 없다고 전해진다.
육군의 학사장교 지원율은 2007년 1.8대 1에서 2008년 0.93대 1, 2009년 0.7대 1로 떨어졌으며 지금까지는 1.1대 1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박근혜 대통령의 병 군복무기간을 18개월로 단축하는 공약이 실행되면 지원율은 더 떨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이렇듯 군 출신 인재의 등용을 거부하는 진보진영의 반대와 군복무를 꺼려하는 사회 분위기에 박 대통령의 안보인선이 주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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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 인턴 기자 tlstkdqkdw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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