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적함대 스페인과 전쟁서 승리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발돋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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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필립 제임스 드 루테르부르가 그린 ‘영국 화공선의 공격을 받는 무적함대’(원제: Defeat of the Spanish Armada, 8 August 1588), 영국 국립 해양 박물관 소장. ⓒ 국방일보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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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골든 에이지’ 포스터. | ||
15세기 말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을 시작으로 스페인은 유럽의 변방에서 패권국가로 그 자리를 오랫동안 유지했다. 스페인이 유럽의 패권을 유지할 수 있었던 요인은 무엇보다도 해양패권, 즉 바다를 장악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당시 지중해와 대서양을 누비던 스페인의 ‘무적함대(Armada Invincible)’는 이러한 스페인의 힘을 대표적으로 상징했다.
한편 이러한 스페인의 패권에 영국, 프랑스 등이 도전했다. 특히 영국은 국가발전의 원동력을 해외에서 찾았고 스페인의 해상패권을 위협하기 시작했다. 이때 영국의 국왕이 다름 아닌 엘리자베스 1세(1558~1603)였다. 세자르 카푸르 감독의 영화 ‘골든 에이지(Elizabeth: The Golden Age, 2007)’는 여왕 엘리자베스 1세의 삶을 조명한다.
영화 속 엘리자베스(케이트 블란쳇 분)는 왕이자 군인이자 여성이었다. 능수능란한 국정 운영에서 왕의 모습을, 전쟁준비와 지휘를 하는 모습에서 군인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한편으로는 한 남자에 대한 사랑과 여왕이라는 지위로부터 오는 괴리감, 반역죄를 지은 사촌 동생인 메리 스튜어트를 처형해야만 하는 고통을 통해 그 역시 한 여성이자 인간임을 느끼게 된다. 그럼에도 “짐은 국가와 결혼했다”는 대사 속에서 알 수 있듯이, 위의 세 가지 모습은 결국 통치자라는 하나의 의미로 귀결됨을 알 수 있다.
엘리자베스 1세의 업적은 영국이 강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했다는 데 있다. 그리고 그 결정적 계기가 스페인과의 전쟁이었다. 영화가 시작하는 시기 이전부터 영국은 스페인의 해상 패권에 도전해 왔다. 특히 영화에서 해적 라일리(클라이브 오웬 분)로 묘사되는 프렌시스 드레이크와 같은 인물은 스페인령 도시들을 공격하고 스페인 상선을 습격하는 등 지속적으로 스페인을 괴롭혔다. 영국의 도전 속에서 해상 패권의 유지를 위해 스페인의 국왕 펠리페 2세는 무적함대를 편성, 영국 공략에 나선다.
스페인의 전쟁 계획은 무적함대를 이용해 프랑스의 칼레에서 테르시오(Tercio)로 구성된 당대 최고의 스페인 육군을 탑승시킨 후 런던에 상륙, 영국을 점령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무적함대는 칼레에서 육군의 탑승을 기다리며 지체했고, 무적함대가 닻을 내린 사이 영국이 화공을 펼치면서 무적함대의 대형은 무너지게 됐다. 혼란 속에 빠진 무적함대는 넓은 북해로 뿔뿔이 흩어져 후퇴하게 됐고, 영국을 한 바퀴 도는 동안 태풍으로부터 피해를 입어 상당수가 난파되고 만다.
혹자는 무적함대의 패배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영국은 함포 사격을 통한 해전에서의 승리를 이해하고 있었고, 이에 따라 효율적인 포와 화약을 준비하고 있었다는 것. 이에 비해 스페인은 함포 사격보다는 함선에 충돌한 후 백병전으로 승리하려는 구태의연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었다는 것이다. 영국은 해적도 지휘관으로 발탁이 되는 등 지휘관들의 뛰어난 임기응변과 새로운 전술을 시도하려는 능력이 있었던 반면, 스페인의 무적함대는 그 규모만 컸지 지휘관들이 전장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한 느린 거인이었다는 것이다.
분명한 것은 당시 그 누구도 영국의 승리를 예상하지 못했다. 무엇이 영국을 승리로 이끌었던 것일까? 영국 함대의 승리에는 분명 필연과 우연의 요소 모두가 작용했지만, 무엇보다 여왕을 중심으로 국가를 지켜내려고 했던 영국인들의 의지가 반영돼 나타난 결과였다.
무적함대의 파멸 이후 스페인은 해상패권을 잃기 시작, 차츰 몰락의 길을 걷는다. 이에 비해 영국은 ‘해가 지지 않는 나라’로 발돋움하기 시작한다. 그 중심에는 엘리자베스 1세가 있었다.
<심호섭 대위·육군사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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