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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천 옹진군 백령면 물범바위 부근에서 중국 선적으로 추정되는 어선이 조업하고 있다.(자료사진) ⓒ 연합뉴스 | ||
서해 어업 경계선 불명확…불법조업 뒷거래 여전
(선양=연합뉴스) 신민재 특파원 = 중국 어선이 최근 서해에서 북한 경비정에 나포된 사실이 공개되면서 양국 간 어업 경계선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고 있다.
20일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지난 5일 밤 선원 16명을 태운 중국 랴오닝성 다롄(大連) 선적의 쌍끌이어선 '랴오푸위(遼普漁) 25222호'가 서해에서 북한 경비정에 나포됐다.
이 배와 한 쌍을 이뤄 조업에 나섰던 '랴오푸위 25221호'는 사건 당일 밤 11시께 25222호와 연락이 끊기자 수색에 나섰으며 이튿날 새벽 4시께 인근 해역에서 조업 중이던 단둥(丹東) 선적의 한 어선 선장으로부터 "중국 어선이 북한 경비정에 나포돼 동쪽(북한쪽)으로 끌려가는 것을 봤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후 랴오푸위호의 선주는 북한 측으로부터 "해당 어선이 북한 해역을 침범해 벌금을 내야 한다"면서 "배와 선원을 돌려받고 싶으면 19일 정오까지 단둥에 있는 회사로 돈을 보내라"는 전화를 여러 차례 받았다.
북한 측의 애초 요구액은 120만위안(2억1천600만원)이었지만, 선주가 머뭇거리자 60만위안(약 1억1천만원)까지 내려갔다고 한다.
선주는 돈을 보내라는 북한 측의 요구를 거부하고 해경과 북한 주재 중국대사관 등에 도움을 요청했다.
서해 북·중 접경 해역에서의 조업을 둘러싼 양국 간 마찰은 과거부터 자주 발생했지만 최근에야 언론을 통해 일부가 공개되면서 주목을 받았다.
지난해 5월에는 중국 어선 3척이 북한 무장 선박에 나포된 뒤 2주 만에 풀려나 중국인들의 반북 여론이 높아졌다.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소식통을 인용해 "올해 들어서도 단둥의 중국 어선 3척이 북한 측에 나포됐으며 이 중 2척은 벌금을 낸 뒤 풀려났다"고 전했다.
이번에 나포된 어선을 10년째 보유한 선주는 "중국 선주들은 북한 측에 어선이 붙잡혔을 때 상대방이 10만~20만위안(약 1천800만~3천600만원)을 요구해오면 '운이 없다'고 생각하고 그냥 돈을 줘서 해결하는 게 보통"이라며 "이렇다 보니 '단맛'을 본 북한 측이 해상 경계선을 넘어와 중국 어선을 잡아간다"고 주장했다.
북·중 간에는 서해 영해 경계선을 압록강 하구(동경 124도10분6초)를 기준점으로 남쪽 공해까지 잇는 국경조약이 있다.
그러나 어업협정이 체결되지 않은 탓에 별도의 어업 경계선은 정해진 것이 없다.
또 북한은 50해리(75㎞), 중국은 12해리를 영해로 규정하는 탓에 중국 어선이 고기를 쫓아 동진하다 보면 양국 접경 해역에서 북한 경비정에게 나포되는 경우가 빈발하는 상황이다.
이런 조업 여건 탓에 일부 중국 어선은 접경 해역에서의 안전을 보장받기 위해 북한 측에 뒷돈을 주는 관행도 여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 오염과 어족 자원 고갈로 중국 해역에서 조업이 어려운 다롄과 단둥의 어선 선주들이 월경을 봐주는 대가로 북한에 돈을 준다는 것이다.
지난해 중국 어선 나포가 이슈가 됐을 때 단둥의 한 선주는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북한 측에 2만위안(약 360만원)을 건네면 2주간 문제 없이 고기잡이를 할 수 있다"면서 "돈을 내지 않는 어선은 붙잡혀간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이번 나포사건의 선주는 어선이 나포 1시간 전 마지막으로 교신한 해역이 동경 123도53분으로, 중국 해역이었다고 주장했다.
북·중은 어업 분쟁과 관련해 서해 어업 경계선을 확정하는 대신 사안이 불거질 때마다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상하이 퉁지(同濟)대학 한반도연구실 관계자는 "이번과 같은 사건은 과거에는 공개적으로 보도되는 일이 드물었지만 양국 관계가 전통적인 우호국가 관계에서 정상적인 국가 관계로 변해가면서 공개 횟수가 점차 늘고 있다"면서 "중국 측은 대화를 통한 사건 해결을 원하며 북한 측이 적절하게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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