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병장 OOO 등 400명은 예비군 입소를 명 받았기에 이에 신고합니다.” 지난 11일 경기 반월예비군훈련장. 이곳에서는 올해부터 달라진 예비군 교육훈련이 한창 진행 중이었다. 소집 시 즉각 임무수행이 가능한 정예 예비군을 육성하겠다는 것이 이번 훈련의 목표다.
‘우리는 五無三多’…잔소리·간섭 등 없고 열의 많아 실제 향방작전 고려 필수 훈련과제 선정 반복 숙달
 |
||
| ▲ 사격 자세를 훈련 중인 예비군들. 몇 걸음만 옮기면 교육장에 설치된 시설물을 이용해 서서 쏴, 앉아 쏴 등 사격 3자세를 모두 훈련받을 수 있다. ⓒ 국방일보 | ||
●10:00 교육 시작 전원 실습, 열외 없다
“사격.” 교관의 지시가 떨어지자 예비군 박선호(27) 씨는 선 자세로 중앙에 놓인 표적을 향해 방아쇠를 당겼다. 귀청을 울리는 소음은 없었다. PRI 교장에서의 연습 사격이었기 때문. 사격을 마친 박씨는 좌측으로 한 걸음씩 이동했다. 이번에는 앉아 쏴 자세. 다음은 엎드려 쏴 자세다. 이날 훈련에 참가한 예비군들은 한 장소에서 단지 몇 걸음만 옮기는 것으로 서서 쏴 등 사격 3자세를 숙달했다. 교장에 시설물을 설치해 자동으로 세 가지 사격자세를 취하게 한 까닭이다.
다른 한쪽의 목진지 전투 교장. 여기에서는 수하·포획, 수류탄 투척, 관측·보고 등 세 가지 유형의 과제가 진행되고 있었다. 한 과제당 주어진 시간은 12분가량. 한 사람도 빠짐없이 전원 실습에 참가했다. 수류탄 투척의 경우 ‘(크레모아를) 누르고 (수류탄을) 던지고, (총을) 쏘는’ 방식이 계속 반복됐다. 말 그대로 작전수행에 필요한 방식만을 숙달시키겠다는 것이다. 한 과제가 끝나면 다른 교장으로 이동, 휴식 없이 바로 교육에 들어간다.
특이한 것은 이 모든 것이 조교의 인솔이나 안내 방송 없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예비군들의 불만사항을 분석한 결과 제일 싫어하는 것 중 하나가 간섭과 잔소리라는 결과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전체 안내 방송은 입소식과 퇴소식 등 꼭 필요할 때만 한다. 대신 입소할 때 오늘의 훈련 내용과 교장 및 시설 위치, 훈련 중 준수사항 등이 담긴 안내지를 미리 배포해 훈련을 돕는다. 처음에는 예비군들이 혼란스러워했지만 지금은 오히려 불만이 사라지고, 바뀐 방식에 더 적극적이라는 것이 장유(중령·학군23기) 대대장의 설명이다.
●12:10 점심 시간대 나눠 혼잡 예방
점심시간은 200명씩 두 개 조로 시간대를 나눴다. 안보교육에 참가한 A·B조는 12시10분, 사격 등 순환식 실습에 참가했던 C·D조는 12시30분부터 시작이다. 400명이 한꺼번에 도시락을 받으러 몰리면서 생기는 혼잡을 피하고자 함이다. 덕분에 길게 이어져 있던 대기열이 확 줄었다. 4줄씩만 서도 50여 명, 5분 정도면 도시락 지급이 끝난다. 이전까지는 대기시간이 길어 뒷줄로 갈수록 불만이 많았다. 오후 훈련시간도 1시10분과 1시30분으로 지정, 1시간의 점심시간을 균등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음식의 질도 좋아졌다. 개인 취향에 따라 선호도는 약간 엇갈리겠지만 먹어본 예비군들은 반응이 거의 대부분 ‘만족스럽다’는 답변이다.
●13:10 휴식 없이 바로 교육
“우리 부대는 오무삼다(五無三多) 부대입니다.”
교관으로서 교육을 통제하고 있는 유재원(3사17기) 예비군 지휘관의 말이다. 처음에는 무슨 말인가 했다. 하지만 현장에서의 훈련 모습을 보니 이해가 갔다.
교육장에는 앉을 의자가 없다. 교관의 설명과 조교 시범 후 바로 교육에 들어갔다. 이 때문에 의자가 필요치 않다. 교육이 끝나면 바로 다른 교장으로 이동하기에 그나마 중간중간 있던 휴식도 사라졌다. 인솔하는 조교도 눈에 띄지 않는다. 또 측정식 성과 위주의 합격제 훈련으로 인해 삐딱한 자세나 불량스러운 복장, 안보교육에서 조는 모습 등 불성실한 교육 태도도 발견하기 어렵다. 적발될 시 즉시 감점에 들어가기 때문. 앞서 말한 잔소리 및 간섭까지 포함하면 다섯 가지가 없는 셈이다.
대신 태극기, 탄약 등 교보재, 그리고 (교육에 대한) 열의가 많고도 높다. 도로와 이동로의 양 주변은 태극기로 빼곡히 둘러싸여 있다. 끊임없이 반복되는 훈련으로 탄약 등 사용하는 교보재도 이전에 비해 갑절로 늘어났다.
교관들의 경우 일이 많아졌다. 교육준비, 설명, 채점, 교육생들의 이동 후 점수 보고 등 조금의 쉴 틈도 없이 바쁘다. 훈련에 임하는 예비군이나 이를 지원하는 조교들도 마찬가지. 훈련에만 전념할 수 있게 여건을 조성함으로써 열의를 갖고 교육에 임할 수밖에 없게 만들었다. 30여 년 동안 피우던 담배도 이번에 끊게 됐다는 한 예비군 지휘관의 엄살 섞인 하소연도 그래서 나온다.
●15:40 조기 퇴소 제도로 훈련 긍정적 유도
훈련을 마친 예비군들이 모여들었다. 잔뜩 긴장된 분위기. 이날 받은 교육에 대한 평가를 조별로 합산, 조기 퇴소할 조를 발표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성적 우수 조는 하안 1동 O조, ….” 교관의 발표에 따라 희비가 엇갈렸다. 비록 2시간 먼저 퇴소하는 것이지만 예비군들이 느끼는 감정은 남다르다.
20% 정도를 선발하지만 재량에 따라 최대 30%까지 가능하다. 오후 4시 우수 조로 선발된 예비군들의 조기 퇴소가 이뤄졌다. 부산스러운 분위기도 잠시, 남은 조는 병기본·PRI·3조준 순환식 실습 등 잔여 교육에 들어간다. 그래도 실망하지 않는다. 다음번에 잘하면 되니까.
2년차 예비군 김대승(26) 씨는 “예전의 훈련은 맛보기식으로 형식적인 면이 강했다면 이번 예비군 훈련은 보다 직접적으로 만져보고 실행해보고 느껴보는 식으로 달라졌다”며 “휴식 없이 강도 높게 이뤄져 힘들었지만 그만큼 보람도 있었다”고 소감을 말했다.
안보단체 블루유니온에서 운영하는
블루투데이 후원도 소중한 애국입니다
기사에 언급된 취재원과 독자는 블루투데이에 반론, 정정, 사후보도를 청구 할 권리가 있습니다.
권리요구처 : press@bluetoday.net
국방일보 http://kookbang.dema.mil.kr/
<저작권자 © 블루투데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