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검찰에 대한 개혁은 우리사회의 해묵은 화두지만 대한민국의 역사와 같이한 것은 아니다. 그 이전 오랫동안은 정치군인이 우선적인 사회적 개혁대상이었다.
1987년 629선언으로 정치군인시대는 일단 끝나보였지만 그래도 불씨는 남아있던 중 김영삼 대통령은 하나회장교 숙정작업을 하여 쿠데타불씨를 제거하였다. 이로써 정치군인에 대한 개혁은 성공하였음은, 이후에도 정권교체 등 민감한 시기가 많이 있었으나 군이 정치에 개입한 적이 없었던 것으로 확인된다.
이렇듯 총을 가진 정치군인도 개혁한 것이 우리 국민이었다. 그런데 호랑이가 나가니 이리가 행패를 부리는 현상이 일어났다. 이제까지 군과 정보기관이 우리사회의 권력의 핵심을 장악하고 있다가 일선사회에서 발을 빼니 그 자리를 사법기관이 메우게 되었다. 군과 정보기관은 국가전체에 관한 문제에서 일반시민과 마찰이 있을 수는 있어도 국민생활 곳곳에 영향을 미치는 정도는 아니었다. 그러나 검찰을 비롯한 사법기관은 기소와 재판을 통하여 국민생활 곳곳에 영향력을 키워갔다. 이전에는 군과 정보기관의 위세에 눌려 마음껏 행사하지 못했던 사법권력을 무소불위로 행사하게 되었다. 검찰 등 사법기관의 권력기관화는 문민정부 때부터 시작된 것이다.
김대중정부는 50년만의 정권교체라고 하여 국민다수는 우리사회의 병폐를 치유하는 일대개혁이 있으리라고 믿었다. 문민정부 때부터 심해져 왔던 검찰의 고압적 태도가 바뀌기를 기대했으나 소용없었다. "민주화가 되었는데 왜 이렇게 검찰이 국민을 함부로 대하냐?"는 민원인의 하소연에 "정권이 바뀐다고 검사가 바뀌냐?"며 일축하는 검찰에 국민은 속수무책이었다.
정권을 잡은 좌파권력은 검찰을 민주적으로 개혁하는 것은 안중에 없고 검찰에 집중된 무소불위의 권력을 이용하여 국가사회를 저들에게 유리하게 바꾸는데 혈안이 되었다. 정치적 목적으로 검찰을 이용하고자 하는 정권에게는 검찰에 집중된 권력을 분산하는 것은 불필요했으므로 사법제도의 개혁은 멀어져갔다.
검찰의 정치적 목적 혹은 불공정 수사로 과거 보안법의 과다적용으로 인한 것보다 훨씬 많은 국민의 억울한 피해가 있었지만 이러한 일은 재판을 당한 국민만 알 수 있는 일이었다. 일반국민은 우수한 엘리트인 검사가 설마 그런 엉터리법적용을 했을까 믿어지지 않아, 당한 사람은 무슨 잘못이 있었겠지 하고 쉽게 생각하게 마련이었다.
그러나 억울하게 당한 사람들이 늘어나자 사법기관도 일반인보다 못한 판단을 할 수 있다는 여론이 확산되어 검찰 등 사법기관의 비리에 저항하는 운동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그래도 김대중정부에서 특히 활성화된 좌파시민단체는 정치적인 색깔이 있는 목소리 내는 것에만 열중했지 일반서민의 생활과 관련이 깊은 사법문제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노무현 대통령은 후보시절 경찰의 수사권 독립을 공약했다. 그러나 임기 중에는 평검사와의 대화라는 이벤트만을 하고 정작 국민과의 공약인 사법개혁은 실행하지 않았다. 퇴임 후의 검찰수사는 스스로가 검찰개혁을 하지 않은 자업자득이 되고 말았다.
이명박 정부에서는 좌파정부 이후의 경제난에 대한 여론으로 말미암아 사법개혁은 다시 관심이 줄어 결국 검찰은 또 한번의대통령 임기를 '무사히' 넘어갔다.
이렇듯 민주화 이후 다섯 번의 정부를 거치면서도 권력집중을 유지해온 검찰은 더욱 자라나, 이제는 권력의 시녀를 넘어 독자권력화 되었다. 국민이 선출한 권력도 법률이 아닌 정치적으로 견제하려 할 정도로 커진 정치검찰은 국민의 선거로는 제어하기 어려운 위협이 되었다. 종북검사들의 출현이 문제가 된 이 시점이야말로 과거 번번이 무산되고 말았던 정치검찰 척결을 결행할 絶好의 기회라고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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