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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고인 조사 마친 유우성씨 ⓒ 연합뉴스 | ||
‘서울시 공무원 간첩 혐의 사건’이 ‘국정원 증거조작 사건’으로 ‘국정원 간첩조작 사건’으로 여론이 옮겨가는 가운데, ‘박종철 고문치사 사건’까지 언론에 등장, 사건의 본질이 흐려지고 있다. 국정원과 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가 아무리 떨어지더라도, 현안에서 동떨어지고 감정적인 과거사 문제까지 불거지는 것이 안타깝다.
동독 비밀정보기관인 슈타지 문서가 떠오른다. 이 문서는 동독이 서독에서 활동한 공작의 일체와 서독에 주재하고 있는 동독 간첩의 리스트가 포함되어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문서에는 ‘서독의 평화운동이 동독에는 이롭다’는 기조의 내용이 있을 뿐 아니라 서독의 명망 있는 인사들이 간첩 리스트에 포함되어 있었다.
더불어, 당시 서독 국민은 동독의 인권보호에 대해 찬성하면서, 동독에 대한 제재를 반대하고, 서독판 햇볕정책인 동방정책을 지지했다. 이는 자유민주주의 국가의 허점을 찌른 슈타지의 공작이 성공한 것으로, 사회주의 독재체제에서 사상의 분열이 불가능한 동독 아래의 비밀정보기관이, 표현의 자유의 틈을 통해 ‘잠재적 적’인 독일 정권과 ‘동독 주민’을 일체화시키는 사상공작이었음이 슈타지 문서에서 밝혀졌다. 슈타지는 평화운동을 아울러, 학생운동과 지식인 사회까지 포섭해 사회주의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냈다.
서독 국민은 인권에 대한 광범위한 해석을 바탕으로 힘의 논리를 제거한 범인류적 사랑의 행위를 ‘진보적’으로 인식했다. 그러나 상대가 힘의 논리로 공격했을 때는 무력했다. ‘진보’를 위한 현실적인 조건을 사회주의의 이상세계에 빠져 망각한 것이다.
‘서울시 공무원 간첩 혐의 사건’의 진행에서 이러한 공작의 흔적이 보인다. ‘간첩 혐의 사건’에서 누누이 언급되는 단어들이 ‘고문’과 ‘강제’다. 증거조작 간에 검찰에 송치된 간첩 홍ㅇㅇ씨는 ‘국가정보원에서 강제로 진술을 시키지 않는다’는 교육을 받았다고 한다. 간첩 개인 인권에 대한 ‘햇볕 정책’은 북한 정권의 주머니에서 좌지우지될 자금과 식량 지원의 ‘햇볕 정책’에는 포함되지 않는가 보다.
민변은 ‘유우성 간첩 혐의 사건’을 여론화, 정치화하는 데 성공했다. 민주당은 여론의 움직임을 보자마자, 별 소득도 없었던 심양 시찰을 다녀왔다. 중국이 보안을 위해 무슨 정보를 줄지도 모르는 상황에 민변의 증거 확인 과정은 생략한 채, 국정원 증거 조작만을 밝히러 갔다. 민변의 증거가 명백하다고 주장할 근거는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다.
‘유우성 간첩 혐의 사건’은 ‘간첩 혐의 사건’으로 진행되야 하고, ‘국정원 증거조작’ 사건은 ‘간첩 재판 중 국외 입수 증거에 대한 신뢰도 검증’ 논란에 마침표를 찍을 사건으로, 독립해서 진행되어야 한다. 즉, ‘국정원 증거조작’ 사건은 국정원 증거의 여부, 책임의 과중에 집중하여 정치문제로 다룰 것이 아니다. 타국과 국익이 대치되는 가운데, 국외 입수 증거에 대한 기준을 세우는 진보적인 사례가 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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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정환 인턴 기자 rotz_o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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