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법, 알고 계십니까?”
-북한인권법 제정을 촉구한다, ‘북한 인권 개선과 북한인권법 제정을 위한 세미나’를 토대로 북한 인권 현황과 각국 사례 비교 분석-
제 1 부 최근 북한 인권 현황
제 2 부 최근 북한 인권에 대한 국제사회의 동향
제 3 부 국제 북한 인권 관련법 현황
제 4 부 국제 북한 인권 관련법 현황2
제 5 부 독일 중앙기록보관소 존폐논쟁과 북한인권법
제 6 부 북한인권법 제정의 정당성과 시민사회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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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연합뉴스 | ||
북한의 극심한 인권 참상에 전 세계는 경악하고 있다. 경제적 궁핍으로 인한 생존권 외에도 생명권과 자유권의 침해가 참혹하다. 본 기사는 ‘북한 인권 개선과 북한인권법 제정을 위한 세미나’를 토대로 북한의 가혹한 인권실태를 소개하고, 그에 대응하고 있는 미국과 일본의 북한 인권 관련 법안 현황을 살펴보며 동독의 인권침해에 대응한 서독 기록보관소의 실효를 따져보고자 한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현재 19대 국회에 계류 중인 ‘북한인권법’ 주요 쟁점 및 필요성을 검토함으로써 바람직한 ‘북한인권법’ 제정 촉구를 주장하고자 한다.
제 5 부 독일 중앙기록보관소 존폐논쟁과 북한인권법
제2차 세계대전의 패전으로 독일은 동서로 분단되었고, 1949년 독일민주공화국이 수립되었다. 이 때부터 1961년까지 연평균 약 23만 명, 총 297만 명의 동독주민이 동독을 떠났다. 이는 동독체제에 위협되었고, 이에 동독정권은 베를린 장벽을 건설하여 동서 베를린의 교류를 차단하였다. 서독정부는 장벽 건설과 폐쇄된 동독의 정치적 폭력행위를 우려, 공소시효와 관계없이 반인도적·반법치국가적 범죄행위에 대한 자료를 수집·보존함으로써 형사소추에 대비하기로 한다. 그 결과로 니더작센 주 잘츠기터 시에 ‘중앙기록보존소’가 출범했다.
통일과 관련된 정책을 개발하는 데 있어, 독일통일은 흔히 인용·연구돼 왔다. 두 나라의 분단은 서로 공통점과 차이점이 있으나, 자유민주주의체제가 사회주의체제를 평화적으로 흡수 통일했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분단 현실에 이상적으로 참고할만한 사례이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북한인권법 쟁점의 대부분이 독일의 ‘중앙기록보존소’ 설립·운영 간 발생한 정치적 쟁점과 흡사하므로, 북한인권법 찬반의 가치판단에 도움이 되는 비교사례로서 적절하다.
독일 중앙기록보존소는 최초에 국경 지역에서 발생하는 동독의 ‘폭력행위’(예를 들면, 동독국경수비대의 탈주자 사살)에 대한 자료의 수집·기록·보존으로 한정했다. 그러나 1963년 연방법무성이 동독정권의 불법행위 전반에 대한 추적 필요성을 제기하여, 인권침해행위 전반으로 업무범위를 확대했다. 더불어, 동독지역의 폭력행위들이 서독의 기본법이나 연방형법의 기본원칙에 배치되므로 서독 형법의 ‘행위지 원칙’ 대신 서독법의 적용 가능성을 보장하는 ‘지역 간 형법 적용 원칙’을 내세워 활동을 제약할 수 있는 법적 한계를 극복하였다.
중앙기록보존소가 설치·운영되는데 끊임없는 존폐논란이 벌어졌다. 소련과 동독 사통당, 서독 사민당을 아우르는 폐지론자들은 내정간섭, 협박, 기본조약 위반, 국제법 위반을 주요 이유로 지속해서 기록보존소의 폐지를 주장했다. 소련은 당 기관지를 통해서, 사통당은 호네커의 게라 연설을 정점으로 기록보존소의 존재를 비판하였다. 서독 사민당은 동독과 교류협력을 통한 ‘긴장완화정책’을 제기하면서, 기록보존소의 활동이 실효성 없음을 주장, 중앙기록보존소 폐지를 논했다. 더 나아가 사민당 집권 주에서 기록보존소에 대한 재정지원을 중단하는 등 해체 활동을 전개하기도 했다.
이에 반해 동·서독 주민들과 서독 기민당은 기본적인 인권의 보호를 골자로, 중앙기록보관소의 활동을 지지했다. 서독 주민들은 인권침해를 예방하고, 가해자를 추후에 형사처분하고자 하는 목적에 동의했다. 동독 주민들 역시 기록보존소 설치 이전에 동 업무를 맡고 있던 ‘자유법조인 조사위원회’에 1950년대 약 50만 명이 동 기관을 방문하여 도움을 요청했고, 동독 변혁기에도 기록보존소를 방문, 활발히 인권피해사례를 접수하는 등 호응을 보였다. 기민당은 고통을 회피하지 않고 다루는 것이 통일을 위한 우선 과제라는 확신을 하고, 논란이 끊임없었던 기록보존소의 활동을 유지·보호하였다.
기록보존소의 활동은 동독 변혁기에 더욱 지지를 받았다. 동독정권의 불법행위가 언론과 동독의 부패조사위원회를 통해 공개되었기 때문이다. 중앙기록보존소의 기록이 가치를 얻으면서, 이를 회의적으로 보던 서독인사들이 태도를 바꾸기 시작했다. 동독 공산 정권이 붕괴된 이후, 기록보존소 폐지를 주장하던 사민당의 포겔은 2007년 ARD TV에서 “중앙기록보존소를 폐지하려던 노력을 잘못된 것이었다”고 시인하기도 했다.
법적으로도 힘을 얻기 시작했다. 1972년 동서독 기본조약에서 동독과 서독은 각각의 지역 내에서만 주권을 행사한다고 합의하였다. 형사권은 주권의 일부이기 때문에 중앙기록보존소는 법적인 기반이 없었다. 하지만 1980년 연방헌법재판소는 동독주민들이 기본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는 상황에 있기 때문에 독일연방공화국(서독)이 동독인들에 대한 법률적 보호의무가 있다고 판결하였다.
중앙기록보존소는 존재만으로도, 동독정권의 인권침해행위에 대한 압박수단으로 작용하였고, 동독주민에게는 같은 민족의 관심을 의미하는 희망의 상징이었다. 분단된 현실을 용인하되, 인정하지 않으며 차후의 통일을 준비한다는 강력한 통일 의지를 보임으로써 독일통일에 크게 기여하였다. 더불어, 통일 후에는 범죄행위를 단죄하는데 결정적인 증거자료로 활용되어, 통일 독일의 과거사 분쟁 가능성을 현저히 낮추는 데에 이바지하였다.
이러한 잘츠기터 중앙기록보존소의 성공사례에도 불구하고, 북한인권법이 통일 과정에서 성공적으로 중요한 역할을 해낼 수 있을지에 대한 정쟁이 심각하다. 현재 정치권은, 거론의 대상이 되는 인권의 개념과 인권 개선을 위한 수단에 대한 견해차이로 인해, 경제적 지원 확대를 통한 생존권을 우선시하는 진보세력과 인권탄압행위를 조사하여 언젠가는 가해자들에 대한 처벌이 이루어짐을 경고하여 생명권·자유권을 개선하는 것이 시급하다는 보수세력으로 나뉘어 북한인권법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진보와 보수의 북한인권법에 대한 견해차이는 다른 지점에서도 나타난다. 진보세력은 북한주민들은 같은 민족의 구성원이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국제사회에서 인정되는 인도적 지원을 넘어서는 경제 지원조차 인도적 지원이라는 명목 아래에 북한을 지원하고자 한다. 이에 반해 보수세력은 이를 ‘퍼주기’라며, 이러한 무분별한 지원이 핵 개발이나 북한정권을 공고히 하는 수단이 되고 있다고 비판한다. 또한, 진보세력은 북한 자유권의 침해를 거론하는 것이 북한당국을 자극하여 남북관계 개선과 평화통일의 장애로 보지만, 보수세력은 자유권의 침해에 대해 침묵하고 경제적인 지원을 지속할 경우, 과거 남과 북이 비슷한 경제력을 갖고 있었을 때 적대적인 침략행위가 많았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북한정권을 공고히 할 뿐이라고 주장, 인권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을 주장하고 있다.
북한인권법 제정반대 논리는 잘츠기터 중앙기록보존소 폐지 논리와 흡사하다. 진보세력은 북한 인권 문제의 정치화 수단화에 반대, 인권문제 해결의 자주성 보장을 위한 내정간섭 반대, 남북관계 개선 저해 가능성, 실효성 없음, 대안적 수단의 확보, 보수세력 강화 유도 등을 이유로 북한인권법 제정을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국가나 체제를 초월하여 보장되어야 할 보편적 인권 침해에 대한 개입은 정당화될 수 있다. 더불어 인권 보장 주체여야 할 북한정권이 인권탄압의 주체이므로 인권문제의 자주적 해결을 기대하기 어렵다. 남북관계 개선은 북한주민들의 보편적 인권보장을 목적으로 해야지 남북회담이나 경제협력이 주객전도가 되어서는 안 되고, 국제사회가 북한인권법을 제정함으로써 북한정권이 형식적으로나마 인권 관련 법률을 제정하는 등의 변화를 보이는 것이 실효성의 증거가 된다. 하물며, 북한인권법에 대한 대립과 이견이 해소되지 않은 상태에서 명확한 법률도 없이 대안적 수단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고, 보수세력 강화를 막기 위한 자문기관·위원회 설치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것이 보수세력의 입장이다.
이러한 견해차이로 인해, 보편적인권의 범위에 대한 규정, 생존권 보장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 북한인권재단 설립, 북한인권기록보존소 설치를 구체화하는 과정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잘츠기터 중앙기록보존소의 성공적인 사례는 북한인권법의 주요쟁점 중 하나인 북한인권기록소 설치 쟁점뿐 아니라 법안 전체 있어 시사하는 바가 크다. 중앙기록보존소 설치·운영에 있어, 인권에 대한 철저한 정의가 선행되었고, 업무의 구체성으로 목표가 확실하게 설정되었다. 북한인권법 찬반론자의 논리도 중앙기록보존소 존폐론자들의 논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북한인권법의 구체적 활동이 북한인권재단과 북한인권기록소의 설치와 운영을 통해서 이뤄지고, 총론에서는 인도적 인권에 대한 정의와 목적을 주로 다루는 것을 고려할 때, 중앙기록보존소 사례와 북한인권법 논쟁이 맥을 함께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그러므로 중앙기록보존소의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삼아 북한인권신장을 이루는 다각도의 노력이 필요하겠다.
--본 기사는 북한 인권 개선과 북한인권법 제정을 위한 세미나에서 정재호 북한인권정보센터 연구위원이 발표한 ‘서독의 잘츠기터 기록보존소 설립과 효과성 평가’와 김웅기 변호사가 발표한 ‘북한인권법의 주요 쟁점과 방향’의 내용을 각색·정리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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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호 북한인권정보센터 연구위원 rotz_o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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