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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보사건 판례분석에 기조한 형사소송법 개선방안 ⓛ 이론적 논의 http://www.bluetoday.net/news/articleView.html?idxno=8519 |
안보사건 판례분석에 기초한 형사소송법 개선방안
- 일심회, 왕재산 및 소위 RO사건을 중심으로 -
성 빈
행복한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사무총장
III. 안보사건 판례 분석
1. 일심회 사건
가. 사건 개요
미국 시민권자 J모씨가 북한의 지령에 따라 386 운동권 출신 정․재계 인사를 포섭하여「일심회」를 결성한 후 국내 정세와 동향을 수집․보고하는 등의 간첩활동을 한 사건이다.13)
나. 판례 요지14) 및 평가
(1) 변호인 접견교통권 관련
J모씨 등 일심회 피고인들이 2007년 경 변호인 조력권 침해를 이유로 국가를 상대로 손해 배상청구를 한 사건에서, 검찰은 J모씨의 변호인이 피의자 신문에 참여해 지정된 변호인 좌석 위치를 지키지 않은 채 피의자의 자발적 답변을 가로막은 것이나 공범간 격리가 필요한 상황에서 특정 변호인이 릴레이식으로 피의자들을 접견한 것이 수사방해라고 주장하였으나,15) 대법원16)은 변호인의 행위가 변호인으로서 지위를 악용해 수사를 방해하였다거나 구속수수 제도를 무력화할 의도에서 변호인 조력권이 행사된 것은 아니라고 판단하였다.17) 그러나, 이와 같은 간첩사건 수사에 있어 헌법적 권리를 빙자해 일부 변호사가 관행처럼 수사를 교묘히 방해하는 행위에 대해 대법원이 면죄부를 준 것에 다름 아니어서 문제가 심각하다.
(2) 디지털 증거(컴퓨터 하드디스크에서 출력된 문건)의 증거능력 관련
1심 법원18)은 “압수된 각 디지털 저장매체 원본들은 피고인들의 참여하에 이미징 작업을 하는 경우를 제외하고는 계속 봉인되어 있었으므로, 압수된 이후 법원에서의 검증절차에 이르기까지 보관과정의 신뢰성이 인정되고, 또한 디지털 저장매체 원본과 이미징 파일 사이에 디지털 기기 등의 데이터가 서로 일치함을 증명하는 방법으로 일반적으로 이용되는 해쉬값이 동일하므로 디지털 저장매체 원본과 이미징 파일 사이의 데이터의 동일성이 인정된다. 한편, 피고인들 및 검사, 변호인들이 모두 참여한 가운데 이 법원의 전자법정시설 및 EnCase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적절한 방법으로 검증절차가 진행되었으므로, 컴퓨터 처리과정의 정확성, 조작자의 전문적 기술능력 등의 요건이 구비되었다고 보이고, 달리 그 요건의 흠결을 의심하거나 신뢰성을 배척할 만한 사정은 보이지 아니하며, 위와 같은 검증 절차를 거쳐 디지털 저장매체 원본을 이미징한 파일에 수록된 컴퓨터 파일의 내용이 압수물인 디지털 저장매체로부터 수사기관이 출력하여 제출한 문건들에 기재된 것과 동일하다는 점이 확인되었으므로, 앞서 본 증거의 요지란에 기재된 문건들은 증거능력이 적법하게 부여되었다고 할 것이어서 이 부분 주장은 이유없다”고 판시하였다.
그러나 항소심 법원19)은 압수된 디지털 저장매체로부터 출력된 문건이 진술증거로 사용되는 경우에는 그 기재내용의 진실성에 관하여 전문법칙이 적용되어 ‘디지털 저장매체에 들어 있는 문건의 내용은 작성자 또는 진술자의 진술에 의해 진정성이 증명된 때에 한하여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판시한 바 있다(최성필, 2011: 99). 이와 같은 전제하여 항소심 법원은 형사소송법 제313조의 제1항을 엄격히 적용하여 상당수의 출력 문건에 대한 증거능력을 부인하였다.
대법원20) 역시 항소심 판결과 동일한 입장을 취하였다. 즉 “① 압수물인 디지털 저장매체로부터 출력된 문건이 증거로 사용되기 위해서는 디지털 저장매체 원본에 저장된 내용과 출력된 문건이 동일성이 인정되어야 할 것인데, 그 동일성을 인정하기 위해서는 디지털 저장매체 원본이 압수된 이후 물건 출력에 이르기까지 변경되지 않았음이 담보되어야 하고, 특히 디지털 저장매체 원본에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디지털 저장매체 원본을 대신하여 디지털 저장매체에 저장된 자료를 ‘하드카피’・‘이미징’한 매체로부터 문건이 출력된 경우에는 디지털 저장매체 원본과 ‘하드카피’・‘이미징’한 매체 사이에 자료의 동일성도 인정되어야 한다. 나아가 법원 감정을 통해 디지털 저장매체 원본 혹은 ‘하드카피’・‘이미징’한 매체에 저장된 내용과 출력된 문건의 동일성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용된 컴퓨터의 기계적 정확성, 프로그램의 신뢰성, 입력・처리・출력의 각 단계에서 조작자의 전문적인 기술능력과 정확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② 또 압수된 디지털 저장매체로부터 출력된 문건이 진술증거로 사용되는 경우에는 그 기재내용의 진실성에 관하여 전문법칙이적용되므로, 형사소송법 제313조 제1항에 의하여 그 작성자 또는 진술자의 진술에 의하여그 성립의 진정함이 증명된 때에 한하여 이를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판시하면서, 원심이 부인한 출력문건의 증거능력에 대해서 동일한 입장을 취하였다.
그러나, 이와 같이 해석한다면 범죄자들이 컴퓨터로 작성한 문건들은 수사기관이 적법절차를 거쳐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한 것들이라 하더라도 법정에서 작성사실이 부인된 경우 아무런 증거로도 사용될 수 없다는 문제가 생긴다. 즉, 범행을 자백할 경우에 증거능력이 인정되나, 범행을 부인할 경우 증거능력이 부인되는 불합리한 결론에 이르게 된다(최성필, 2011: 103). 또 범죄자의 경우 자신이 작성한 전자적 서류에 자신이 작성하였다는 점에 대한 증거를 남기지 않을 것이 농후하므로 범죄자로 하여금 법망을 빠져 나갈 수 있는 기회를 열어 준 셈이 된다(천관영, 2011: 185).
2. 왕재산 사건
가. 개요
386 운동권 출신 K모씨 등이 북한 ‘225국(옛 노동당 대외연락부)’의 지령에 따라 경인지역을 중심으로 지하당 「왕재산」을 결성하여 활동한 사건이다.
K모씨는 1993년 8월 김일성으로부터 ‘남한 혁명지도부 결성’ 지령을 받고, 주사파 운동권 4명을 포섭하여 지하당 「왕재산」을 결성하였다. 주로 군사 자료와 국내정세 등을 북에 보고한 사건으로 ‘북한 225국의 국내 지하당’ 조직 총책으로 10여 년간 인천지역을 중심으로 활동하며 북한에 국내 정세를 보고한 혐의로 K모씨 등을 2011년 7월 8일 구속기소했다.
나. 판례요지21) 및 평가
(1) 변호인 접견교통권 관련
위 사건 수사과정에서 피고인들을 변호하던 변호사 8명은 검색대 통과를 거부하며 13차례에 걸쳐 준항고를 제기한 바 있으나 모두 기각된 바 있다.22) 이러한 과도한 변호행위는 피고인의 인권을 빙자하여 변호인으로서 조력할 권리를 넘어서 수사를 방해하고 지연시키는 행태로 볼 수 있다.
(2) 디지털 증거(컴퓨터 하드디스크에서 출력된 문건)의 증거능력 관련
동 사건의 대법원 판결23)은 “압수물인 컴퓨터용 디스크 그 밖에 이와 비슷한 정보저장매체(이하 ‘정보저장매체’라고만 한다)에 입력하여 기억된 문자정보 또는 그 출력물(이하 ‘출력 문건’이라 한다)을 증거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정보저장매체 원본에 저장된 내용과 출력 문건의 동일성이 인정되어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정보저장매체 원본이 압수시부터 문건 출력시까지 변경되지 않았다는 사정, 즉 무결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특히 정보저장매체 원본을 대신하여 저장매체에 저장된 자료를 ‘하드카피’ 또는 ‘이미징’한 매체로부터 출력한 문건의 경우에는 정보저장매체 원본과 ‘하드카피’ 또는 ‘이미징’한 매체사이에 자료의 동일성도 인정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이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이용한 컴퓨터의 기계적 정확성, 프로그램의 신뢰성, 입력․처리․출력의 각 단계에서 조작자의 전문적인 기술능력과 정확성이 담보되어야 한다. 이 경우 출력 문건과 정보저장매체에 저장된 자료가 동일하고 정보 저장매체 원본이 문건 출력시까지 변경되지 않았다는 점은, 피압수・수색 당사자가 정보저장매체 원본과 ‘하드카피’ 또는 ‘이미징’한 매체의 해쉬(Hash)값이 동일하다는 취지로 서명한 확인서면을 교부받아 법원에 제출하는 방법에 의하여 증명하는 것이 원칙이나, 그와 같은 방법에 의한 증명이 불가능하거나 현저히 곤란한 경우에는 정보저장매체 원본에 대한 압수, 봉인, 봉인해제, ‘하드카피’ 또는 ‘이미징’등 일련의 절차에 참여한 수사관이나 전문가 등의 증언에 의해 정보저장매체 원본과 ‘하드카피’ 또는 ‘이미징’한 매체사이의 해쉬값이 동일하다거나 정보저장매체 원본이 최초 압수시부터 밀봉되어 증거제출시까지 전혀 변경되지 않았다는 등의 사정을 증명하는 방법 또는 법원이 그 원본에 저장된 자료와 증거로 제출된 출력 문건을 서로 대조하는 방법 등으로도 그와 같은 무결성・동일성을 인정할 수 있으며 반드시 압수・수색 과정을 촬영한 영상녹화물 재생 등의 방법으로만 증명하여야 한다고 볼 것은 아니다”고 판시하였다.
다만, 압수물인 디지털 저장매체로부터 출력된 문건과 관련해서는 “피고인 또는 피고인 아닌 사람이 정보저장매체에 입력하여 기억된 문자정보 또는 그 출력물을 증거로 사용하는 경우 이는 실질에 있어서 피고인 또는 피고인 아닌 사람이 작성한 진술서나 그 진술을 기재한 서류와 다를바 없고(중략)... 그 내용의 진실성에 관하여는 전문법칙이 적용되고 따라서 형사소송법 제313조 제1항에 의하여 그 작성자 또는 진술자의 진술에 의하여 성립의 진정함이 증명된 때에 한하여 이를 증거로 사용할 수 있다”고 판시하여 ‘일심회’사건 대법원 판례의 입장을 그대로 유지하였다.
이러한 전제하에 “반국가단체의 구성, 특수잠입․탈출, 회합, 편의제공(편의제공 대상물이 문건이 아닌 경우)이 요증사실인 경우에는 그 문건에 기재된 기재내용의 진실성이 문제되는 경우이므로 그러한 의미에서 작성자에 의하여 성립의 진정이 인정된 바 없는 이 사건 출력문건들의 기재내용이 해당 공소사실을 직접 증명하는 증거로서 사용될 수는 없다”면서 컴퓨터 하드디스크에서 출력된 문건들의 증거능력을 부정하였다. 이러한 문건들의 증거 능력을 부정한 결과 반국가단체 구성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피고인들이 스스로 경험․활동한 내역을 보고하는 내용이 일부 포함되어 있는데 이 경우에는 요증사실인 국가기밀의 탐지․수집에 대한 관계에서 피고인들이 실제로 그와 같은 경험․활동을 하였는지, 즉 그 문건 내용이 진실한지가 문제되어 전문법칙이 적용될 여지가 있으므로”라고 판시하여 활동내역이 기재된 문건에 대해서도 증거능력을 부정하였다.
이 사건에서도 가장 핵심적인 공소사실이었던 반국가단체 구성혐의가 무죄가 된 것 역시 디지털증거로부터 출력된 문건에 대해 피고인들이 진정성립을 부인하면서 증거능력이 부인되었기 때문이었다. ‘일심회’사건 대법원 판례에 대한 비판이 그대로 적용될 수 있다고 사료된다.
3. 소위 RO 사건
가. 개요
L모씨 등 핵심 조직원들이 국회 등 제도권에 침투하여 활동하다가 2013년 초 북한의 군사적 위협으로 전쟁위기가 고조되자 2013.5. 조직원 130여명이 은밀하게 회합하여 무장폭동을 위한 방안을 논의하는 등 내란을 선동한 사건이다.
북한의 주체사상과 대남혁명론을 추종하는 L모씨를 비롯한 7명의 내란선동 혐의자들이 북한과의 전쟁 상황이 임박하였다는 정세인식을 가지고 전쟁 상황이 발생하게 되면 북한에 유리한 국면을 조성하여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전복하기 위한 군사적・폭력적 실행방안을 모의하다 한 제보자의 신고와 협조를 바탕으로 3년간의 내사를 하던 중 2013.5.경 두 차례에 걸쳐 조직원 130여명이 심야에 비밀리에 회합하는 현장을 적발하여 수사를 진행, 위 7명을 내란음모 및 선동혐의 등으로 구속기소하였다.
나. 판례요지24)25) 및 평가
(가) 변호인 접견교통권 관련
피고인의 변호인들은 “수사관들이 압수․수색 전에 ‘처분을 받는 당사자’인 피고인 이석기 또는 그 변호인에게 압수․수색영장을 제시하지 않은 위법이 있다”는 주장을 하였으나, 대법원은 “당시 위 피고인은 현장에 없었고 압수․수색을 마칠 때까지도 현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므로 수사관들이 위 피고인에게 영장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하여 이를 위법한 영장 집행이라고 볼 수는 없다. 그리고 변호인은 압수․수색에 있어 ‘처분을 받은 자’에 해당하지 않는다. 형사소송법 제118조도 변호인에게까지 영장을 제시하도록 규정하고 있지 아니하다. 따라서 수사관들이 위 피고인의 변호인에게 영장을 제시하지 않았다고 하여 이를 위법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하였다.
한편, 변호인들은 “영장 집행은 당사자인 피고인 이석기나 그 변호인의 참여 없이 이뤄졌으므로 위법하다”고 주장하였으나, 대법원은 “위 피고인이나 그 변호인의 참여의사를 명시적으로 밝혔음에도 수사관들이 그들을 배제하였다는 사정 등이 없는 이 사건에 있어서, 위 피고인 또는 그 변호인이 참여하지 않았다는 사정만으로 이 부분 영장 집행절차가 위법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판시하였다.
변호인들의 위 두가지 주장에 대한 대법원 판례의 판단은 형사소송법 관련 규정을 문언그대로 해석, 적용한 것으로 적확한 판시라 사료된다.
(나) 녹음파일 및 디지털증거(컴퓨터 하드디스크에서 출력된 문건)의 능력 관련
동 사건의 대법원 판결은 “피고인 또는 피고인 아닌 사람의 진술을 녹음한 녹음파일은 실질에 있어서 피고인 또는 피고인 아닌 사람이 작성한 진술서나 그 진술을 기재한 서류와 크게 다를 바 없어 그 녹음파일에 담긴 진술내용의 진실성이 증명의 대상이 되는 때에는 전문법칙이 적용된다고 할 것이나, 녹음파일에 담긴 진술 내용의 진실성이 아닌 그와 같은 진술이 존재하는 것 자체가 증명의 대상이 되는 경우에는 전문법칙이 적용되지 아니한다(대법원 2013.2.15. 선고 2010도3504판결, 대법원 2013.7.26.선고2013도2511판결 등 참조). 나아가 어떤 진술을 범죄사실에 대한 직접증거로 사용할 때에는 그 진술이 전문증거가 된다고 하더라도 그와 같은 진술을 하였다는 것 자체 또는 그 진술의 진실성과 관계없는 간접사실에 대한 정황증거로 사용할 때에는 반드시 전문증거가 되는 것은 아니다(대법원 2000.2.25. 선고 99도1252판결 등 참조). 원심은 위 녹음파일들(증거순번 I-839,844-874)은 거기에 녹음된 진술내용의 진실성을 증명하기 위해 제출된 것이 아니라 그러한 진술이 있었다는 사실 그 자체를 증명하기 위해 제출된 것으로 보고, 위 녹음파일들에 대해서는 전문법칙이 적용되지 아니한다고 판단하였다. 원심판결 이유를 위 법리와 기록에 비추어 살펴보면, 원심의 위와 같은 판단은 정당한 것으로 수긍할 수 있고, 거기에 상고이유 주장과 같이 전문법칙의 적용범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의 위법이 없다”고 판시하였다.
즉 컴퓨터로부터 출력된 서류에 대해서도 “이 사건에서 피고인들이 언급하는 증거들은 거기에 포함된 진술내용을 직접적인 증거로 삼아 이 사건 내란음모, 내란선동,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등의 활동에 대한 찬양․선전 또는 동조하는 행위 등을 증명하기 위하여 제출된 것이 아니라 그러한 진술이 있었는지 여부, 그러한 내용이 기재된 문건이나 전자정보가 존재하는지 여부 혹은 그러한 문건이나 저장매체를 피고인들이 소지하고 있었는지 여부 등 그 진술 내용의 진실성과는 무관한 다른 간접사실들을 증명하기 위하여 제출되고 채택되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위 증거들에 대해서는 전문법칙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26)
결론적으로 “위 증거들을 통하여 어떠한 발언이나 대화가 있었다는 사실이나 어떠한 문건이나 전자정보 등이 존재한다는 사실 또는 그러한 문건이나 정보를 피고인 등이 소지하거나 보관하고 있었다는 사실 등을 유죄 인정의 근거가 되는 간접사실 중의 하나로 인정하였을 뿐이지 그 증거들에 포함된 진술내용을 직접증거로 사용하였다고 보이지는 않는다. 따라서 원심판결에 전문법칙을 위반한 잘못은 없다”고 판단하였다.
소위 RO 사건에서 검찰은 녹음파일이나 컴퓨터 하드디스크에서 출력된 문건 등을 증거로 제출함에 있어 각 증거에 담긴 대화내용의 진실성을 입증하기 위함이 아니라 대화사실의 존재나 문건의 소지여부를 입증하겠다는 등으로 그 입증취지를 명확히 한정함으로써 전문법칙 위반여부는 문제되지 않았다.
13) 당시 검찰의 기소 내용 및 제출 증거는 다음과 같다. 피고인 J모씨를 포함한 피고인들은 국가보안법위반(간첩, 잠입․탈출, 찬양․고무 등, 회합․통신 등, 자진지원․금품수수)죄로 기소되었던 바, 검찰은 피고인들로부터 압수한 디지털 매체로부터 ① 피고인들이 ‘일심회’라는 이적단체를 구성하고 가입하여 활동한 사실, ② 피고인들이 북경 등 제3국에서 북한공작원들 접선하여 지령을 수수한 후 입국한 사실, ③ 피고인 J모 씨를 제외한 나머지 피고인들이 국가기밀을 탐지, 수집하여 이를 피고인 J모씨에게 전달한 사실, ④ 이러한 국가기밀 등이 수록된 디지털 저장매체를 전달하거나 ‘일심회’의 활동사항, 접선 등을 논의하기 위해 피고인들이 서로 만난 사실, ⑤ 피고인들 일부가 북한공작원으로부터 공작금을 수수한 사실, ⑥ 피고인 J 모씨가 대북 보고문을 작성하여 북한공작원에게 이메일로 보고한 사실, ⑦ 피고인 J모씨가 북한공작원으로부터 이메일을 통해 하향연락문, 하향지령문을 수령한 사실, ⑧ 피고인들 일부가 이적표현물을 소지한 사실등을 확인하고 관련서류를 출력하여 증거로 제출하였다(김영기, 2011: 509-510).
14) 동 판결에서 가장 중요한 쟁점은 ‘일심회’가 이적단체에 해당하는지 여부였다. 대법원은 ‘소위 일심회는 그 구성원이 4명 정도에 불과한 점, 조직 결성식 등을 거치지 아니한 채 개별적으로 활동해 온 것으로 보이고, J모씨를 제외한 나머지 피고인들은 조직의 명칭과 서로의 활동내용 뿐만 아니라 서로가 같은 조직의 구성원이라는 사실 자체도 몰랐던 점, 이적단체를 구성하였다고 볼만한 외부적 징표나 특별한 행위태 양을 발견할 수 없고(중략)...피고인들이 조직의 구성이나 가입에 관한 특별한 절차를 거치지 않아(중략)... 조직적 결합체에까지 이르렀다고 보기는 어렵다’면서 이적단체로 인정하지는 않았다(대법원 2007.12.13. 선고 2007도7257 판결).
15) 조선일보 2013년 12월 2일자 기사(「국가가 변호인 접견권 침해했으니 간첩에 500만원 배상하라고 판 결」) 참고. 동기사에 따르면, 검찰은 “37명의 변호사가 교대로 접견하고 수사에 참여하면서 모든 사안마 다 묵비권을 종용해 수사를 제대로 할 수 없었다”고 한다.
16) 2013.11.28. 선고 2009다51271 판결; 2014.10.27. 선고 2014다44574 판결.
17) 조선일보 2013년 12월 3일자 기사(「변호사 수사참여, 체제전복과 일반 형사사건 차이 둬야」)에 따르면, 당시 J모씨 등 5명을 변호했던 변호인들은 모두 37명으로 2006년 10월 말부터 한달 사이 피의자 전원에 대해 국정원에서 59회, 검찰에서 28회 등 총 87회를 접견했다고 한다. 주범인 J모씨에 대해서만 국정원에서 14회, 검찰에서 10회의 접견이 이뤄졌다고 한다.
18) 서울중앙지방법원 2007.4.16. 선고 2006고합1365,1363,1364,1366,1367 판결.
19) 서울고등법원 2007.8.16. 선고 2007노929 판결.
20) 대법원 2007.12.13. 선고 2007도7257 판결.
21) 대법원은 간첩혐의 가운데 일부와 잠입․탈출, 회합․통신, 이적표현물 소지․반포 등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하였으나, 반국가단체 구성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하였다[파이낸셜뉴스 2013년 7월 26일자 기사(「大法, ‘왕재산 사건 국가기밀 누설 맞다’..징역 7년 선고」) 참고].
22) 문화일보 2014년 11월 6일자 기사(「檢, ‘민변, 공안사건 수사 지속적 방해’」) 참고.
23) 2013.7.26. 선고 2013도2511 판결 참조.
24) 대법원 2015.1.22. 선고 2014도10978 판결 참조.
25) 소위 RO 사건 1심 판결의 경우 지하혁명조직 RO의 실체를 인정한다는 전제하에 내란음모죄가 성립한다고 보았으나, 항소심 판결과 대법원 판결의 경우 RO의 실체를 인정하지 않았으며 내란음모죄 또한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결하였다. 그러나, 1, 2, 3심 공히 내란선동죄는 성립한다고 보았다(수원지방법원 2014.2.17.선고 2013고합 620, 624, 699, 851 판결; 서울고등법원 2014.8.11.선고 2014노762 판결 참조).
26) 한편, RO 사건에서 변호인들은 현장 녹음파일에 대한 녹취록에 대하여 2중의 전문증거이며 왜곡 기재된것으로 증거능력이 부정된다고 주장하였으나, 대법원은 “작성방법상의 한계를 감안하면 녹취록 작성에 있어 오녹취나 오기의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는 어렵다. 따라서, 녹취록에 오기나 오녹취가 있다고 하여 곧바로 녹음테이프나 녹음파일 등과의 동일성을 부정할 수는 없고, 그 오기나 오녹취의 정도가 녹음 내용의 본질적인 부분을 왜곡하는 정도에 이르지 않는 한 그 동일성을 인정할 수 있다”면서, “결국 녹취록에는 녹음파일 등에 수록된 내용만이 기재될 뿐 녹취자의 경험이나 의견 등 다른 내용은 기재되지 않는다. 녹취록에는 녹취자의 진술이라고 볼만한 내용은 포함되지 않는다. 따라서 녹취록은 녹음파일 등에 수록 된 정보를 기재한 서류에 불과하지 녹취자의 진술을 기재한 서류라고 볼 수는 없다. 녹취록은 그 자체로 는 전문증거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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