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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사망을 접한 탈북민들의 심정…[탈북민이야기]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
  • 블루투데이 기획팀
  • 승인 2012.05.15 10:36
  • 댓글 0

지난해말 김정일 사망소식을 들었을 때 다른 탈북민 동료들과 함께 만세를 불렀다. 그런데 기쁨은 잠깐이었다. 준비를 많이 못해 또 다른 악재를 만나겠구나 라는 생각을 하면서 탈북단체장들이 모여서 앞으로 대책들을 나눴다. 그런 우리들 앞에 김정은이라는 20대의 어린 독재자가 불쑥 다가왔다. 우리 탈북민들은 이걸 제대로 막지 못하면 고향의 북한 형제들이 과거 반세기처럼 인간답지 못한 상황에서 계속 살게 된다는 걱정을 하고 있다.

이번에 김정일의 영결식 장면을 TV로 보면서는 과거 내가 평양에서 겪은 김일성 영결식과 많은 차이가 있다는 것을 느꼈다. 과거에 북한사람들의 모습은 지금과 같지 않았다. 그냥 정신 나간 사람들처럼 미친 듯이 울고 있었는데, 지금 보면 아무리 이쪽 저쪽으로 카메라를 돌려댄다고 해도 사람들의 마음이 변해 있다는 것을 분명히 느낄 수 있었다.

그런데 남한사회와 이곳의 언론은 그런 현실과는 무관하게 북한 관영매체가 보여주는 장면과 아나운서의 한마디 한마디를 따라가면서 김정은체제가 바로 서야 한다느니 혹은 김정은과 새로운 남북관계 물꼬를 터야 한다느니 하는 보도를 하더라. 김정일 사망 직후 일본에 갔다 왔는데 일본에서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납치문제 해결을 위한 NGO뿐만 아니라 탈북민 구출을 위한 단체와 정치범수용소 해체를 위한 단체 등 10여개 단체가 모여 김정일의 의해 희생된 사람들을 위한 추모 모임을 가졌다.

그걸 보면서 한국사회와는 뭔가가 다르구나 라는 생각을 했다. 한국에서는 북한의 매스컴을 쫓아다니면서 김정은의 일거수일투족, 김정은과 관련된 북한의 공영방송만 보도하는데 일본에서는 김정일 영결식을 하는 날에 주도적으로 김정일에 의해 희생된 정치범 수용소 사람들, KAL이나 아웅산 폭파 때 희생된 사람들을 추모했다.그것을 보면서 NGO들이 사람도 있어야 하고 돈도 있어야 하지만 아이디어와 기본 인식이 참으로 중요하구나 라는 생각을 하고 돌아 왔다.

내가 겪은 북한체제의 경험을 되새겨보면, 김일성의 가장 큰 죄악은 북한사람들을 정신적 불구자로 만들어 놓은 것이다. 대구 유니버시아드 대회 때 북한 대학생들이 와서 길거리 플래카드에 비에 젖은 김정일 사진이 붙어 있는 것 보고 울고불고하는 걸 보지 않았던가. 그런 정신적인 불구자가 어디 있겠는가.

한편 김정일은 300만의 아사자를 만들어 낸 장본인이다. 작년 태국 주재 북한대사관 참사관을 지낸 홍순경 북한민주화위원회 회장과 함께 태국을 다녀온 적이 있었는데 비행기에서 이런 말을 들었다. 지금은 태국에 북한 비행기가 못뜨지만 자신이 있던 9년 동안에는 한 달에 두 번씩 태국에서 북한으로 비행기가 왔다갔다 했다고 한다. 오로지 김정일한테 남방과일을 갖다 바치는 것이 목표였다는 것이다. 나는 그게 정말인지 몇 번을 물어보았다. 그러니 홍 회장은 어떻게 직접 그 일을 담당한 자기의 말을 못믿느냐고 하더라. 백성이 굶어죽는데 자신만 그런 호의호식하는 지도자가 세상천지에 어디에 있겠는가. 한 놈은 사람을 정신적 불구자로 만들고 한 놈은 그 정신적 불구자들을 상대로 300만명씩이나 굶어 죽이고, 이것이 바로 김일성 시대의 특징을 짓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북한에서는 바로 지금도 ‘남조선은 미제의 식민지’라는 인식을 갖고 있다. 자본가들만 사람답게 살고 나머지 사람들은 인간적으로 살지 못하는 궁핍한 사회라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가 미제를 몰아내고 조국 통일을 하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매는 한이 있더라도 탱크를 만들고 핵을 만들어야 한다라는 논리가 아직까지도 북한 주민들을 기만하고 있다.

몇 개월 전에 북한에서 탈출한 사람이 우리 사무실에 있는데, 그 친구의 얘기를 들어보니 그랬다. 대대장쯤 하면 남북한 사정을 어느정도 알지 않겠나 싶었는데, 내가 너무 희망사항을 가지고 북한을 바라보는구나라는 생각을 다시 한번 했다.

요즘 명지대와 경인여대에 시간강사로 나가고 있다. 한번은 학생들이 오면서 “교수님, 오늘 북한이 태양절이네요”라고 하더라. 그래서 “어, 잘 아네. 그런데, 너희 대통령 생일 아느냐” 했더니 아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대한민국에서 태어났으니 망정이지 북한에서 태어났으면 모두가 말 그대로 당장 아오지탄광, 혹은 정치범 수용소 감이다. 지금 북한에는 정치범 수용소가 15, 16개가 존재하고 20만명의 정치범들이 있다. 그 사람들은 김정일을 타도하라고 외치던 사람들이 아니라 김정일 생일, 혹은 김일성 생일에 참가해야 하는 정치 행사에 조건 없이 빠지거나 거기에 건성건성 참가해서 그렇게 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게 남한에서 행복하게 살면서도 행복을 모르는 대한민국 젊은이들, 그리고 북한에서 저렇게 미개한 삶을 살면서도 아직도 김정일, 김일성에 빠져 있는 사람들, 나는 이 가운데서 살면서 매일매일 숨이 차고 정신이 흐릿해지는 때가 참 많다. (미래한국)
세이브엔케이 북한구원기도회(2012. 1. 9)
정리/ 김수연 객원기자

[ 제공 : 미래한국 http://www.futurekorea.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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