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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춘근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 ⓒ 뉴데일리 기사 화면 캡처 | ||
인간의 역사는 자유를 위한 투쟁의 역사였고, 인간 자유의 확대를 보장할 수 있는 궁극적인 정치 제도는 민주주의 였다. 그러나 이처럼 고귀한 목적을 가지고 이룩된 민주주의 정치 제도가 작금의 대한민국에서는 위기에 놓여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를 살피기 전에 우선 세계적 차원에서 민주주의가 당면한 문제를 논할 필요가 있다. 특이한 상황은 이 세상 어떤 나라도 자신의 정치제도가 민주주의가 아니라고 주장하는 나라가 없다는 기이한 사실이다. 세계의 200 국이 넘는 나라들은 저마다 각각 상이한 정치 체제를 가지고 있으며 실제로 진정한 민주주의 국가는 극소수에 불과한데, 모두가 자신을 민주주의 국가라 칭하고 있으니 민주주의가 좋은 것임은 확실한 모양이다.
재미있는 사실은 최악의 독재국가들 일수록 누구보다도 열심히 자기 나라의 이름 앞에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온갖 미사여구(美辭麗句)들을 가져다 부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중에서도 최악은 북한이라 말하지 않을 수 없다. 북한의 공식 이름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朝鮮民主主義人民共和國)이다. 영어로는 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 DPRK 이다. 북한의 공식 이름 앞에는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가장 중요한 세 가지 개념인 민주(democratic), 인민(people), 공화(republic) 가 다 들어가 있다. 민주란 왕이나 귀족이 아닌 국민이 주인이 된다는 의미고, 공화란 하나가 아니라 여럿이 통치한다는 의미다. 거기에 국민을 상징하는 인민 이라는 개념까지 추가 된 것이다. 이렇게 좋은 말을 다 가져다 부치다 보니 국가의 공식 명칭이 우리나라보다 두 배 이상 길어졌다.
이렇게 좋은 이름을 가진 북한이 세계 최악의 독재국가라는 사실은 그러나 별로 놀라운 일은 아니다. 독재가 심한 국가일수록, 즉 민주주의가 아닌 나라일수록 자기 나라 공식 명칭에 Democratic, Republic, People 등의 좋은 개념을 많이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어떤 나라가 독재국가인지, 아닌지를 판단하는 기준중의 하나가 그 나라의 공식명칭에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용어가 많은가의 여부라고 말해도 될 정도다. 많을수록 그 나라는 민주주의국가가 아닐 확률도 높아진다. 대표적인 민주국가들인 영국, 미국의 공식 이름 속에는 민주주의를 상징하는 단어가 아예 하나도 포함되어 있지 않다.
그래서 민주주의를 공부하는 학자들은 민주주의라는 용어 앞에는 어떤 형용사도 부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오직 하나의 예외가 있을 수 있는데 바로 "자유" 라는 단어다. 자유 민주주의는 진짜 민주주의 이지만 그 외에 어떤 그럴듯한 형용사가 붙어 있더라도 그것들은 모두 짝퉁이거나 사기라는 것이다. 민주주의임을 칭하는 나라들이 자신들 정치체제를 상징하기 위해 “자유” 라는 용어를 당당하게 부칠 수 있을 때 만, 그 나라는 진짜 민주주의 국가라 말 할 수 있다.
우리들은 대한민국이 민주주의 국가이며 특히 “자유 민주주의” 국가임을 확신한다. 자유민주주의 국가가 채택해야 하는 경제제도는 당연히 자유주의 시장경제 체제다. 모든 사람들에게 정치적, 경제적 자유를 보장 해 줄때, 그들은 더욱 번영하고 잘 살 수 있게 된다는 것은 역사적, 경험적으로 증명된 진리이기도 하다. 역사적으로 부정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논리적으로도 부정할 수 없는 진리다.
인간의 정치적 자유에 대한 신념은 1776년 미국 독립선언의 기초가 되었고 인간의 경제적 자유에 대한 신념은 같은 해에 간행된 아담 스미스 국부론의 기초가 되는 사상이었다. 우연의 일치였는지 알 수 없지만, 1776년, 인류는 사상 최초로 정치적-경제적 자유주의를 선언했던 것이다. 미국에서 나온 자유주의적 정치이념과 영국에서 나온 자유주의적 경제 이념은 상호 결합됨으로써 인간 역사에 소위 '자본주의 혁명' 을 초래케 했다.
자본주의 혁명으로 인해 인간 역사 수 천 년 동안 일찍이 볼 수 없었던 놀라운 일들이 초래되었다. 그 하나는 보통 사람들 중에서도 '부자’가 나올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며 또 다른 하나는 보통사람들이 과거의 왕과 같은 큰 권력을 가질 수 있게 되었다는 점이다. 즉 자본주의혁명은 보통 사람들도 왕처럼 힘 있고 왕처럼 잘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이처럼 정치적 자유와 경제적 자유의 결합 및 확대는 보통 사람들도 왕처럼 힘 있고 부유한 삶을 살 수 있게 했다.
그런데 오늘 자유와 민주가 더욱 확대되어야만 할 대한민국에 적지 않은 수의 사람들이 이를 훼방 놓고 있다. 그들 중 일부는 자유와 민주의 제약은 물론, 축소를 바라고 있다. 심지어 북한 체제를 추종하는 자들도 있다. 이처럼 자유와 민주에 역행 하는 자들은 자기들의 음험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자유민주주의 대한민국이 보장하는 온갖 편의 및 안전장치를 활용하고 있다.
그들도 민중을 외치고 개인의 자유를 외친다. 떼거지로 모여 말도 안 되는 억지 주장을 전개한다. 실제로는 폭력적인 사회 변혁, 즉 자유민주주의 자본주의 체제의 전복을 도모하면서도 촛불을 들고 있음으로서 마치 자신들을 민주주의 투사처럼 보이게 한다. 미국산 쇠고기를 먹으면 뇌가 숭숭 똟려 죽게 된다는 괴담을 퍼뜨리는가하면, 천안함을 격침 시킨 것은 북한 잠수함의 소행이 아니라 미국 잠수함이라는 괴담조차 퍼뜨렸다. 이들의 선전에 속아 넘어간 중학생 소녀가 일찍 죽기 싫다는 구호가 쓰인 피켓을 들고 나오는가 하면 격렬한 시위 현장에 유모차를 끌고 나오는 어의 없는 현상도 서울 한복판에서 볼 수 있게 되었다. 이것은 민주주의가 아니다.
“누구든 체포, 투옥, 물리적 위해의 공포 없이 마을 광장 한복판으로 걸어가 자신의 견해를 표현 할 수 없다면 그가 살고 있는 사회는 공포사회” 라는 구소련의 자유지성 나탄 샤란스키의 말은 이미 수 십 년 철지난 구호라고 할 정도로 대한민국은 자유로운 나라가 되었다. 서울의 주요 광장들은 이미 자신의 견해를 목청 높혀 표현 하는 특정 세력들에게 장악된 지 오래다. 덕수궁 대한문 앞과 광화문을 나와 보라.
그러나 민주주의와 자유는 인간 개인들의 최소한의 '예의’ 에 기초하는 제도다. 우리 모두는 우리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수 있지만 그것이 남을 속이는 일이거나 남에게 피해를 주는 일은 아니어야 한다. 우리는 자유롭게 말 하고 외칠 수 있지만, 극장에서 아무 때나 "불이야!" 라고 외칠 수는 없고 전혀 사실이 아닌 엉터리 주장을 큰소리로 말 하거나 쓸 자유마저 있는 것은 아니다. 극장에서 “불이야!” 라고 외치는 자들을 막기 위해, 말도 안 되는 거짓주장을 늘어놓는 사람들을 막기 위해서 일인당 경찰 한명이 붙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래서 자유민주주의는 각 개인들에게 최소한의 예의(civility) 와 도덕(moral)을 요구하는 것이다.
대한민국의 자유 민주주의에 이 같은 '예의’가 사라지고 있다. 아니 이를 통째로 무시하고 오히려 악용하는 세력들이 대한민국 국가 사회 도처에 주리를 틀고 있으며 표에만 눈이 어두운 정치가들이 이들의 숙주노릇을 하고 있다. 2000 수백 년 전 플라톤이 우려했던 민주주의가 우민정치 혹은 중우정치, 즉 바보들에 의한 정치가 될 가능성의 폐해가 작금 우리나라에서 노골적으로 느껴지기 시작하고 있다.
오늘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세력들은 자유민주주의를 지키려는 세력들에 의해 천민민주주의(賤民民主主義)라고 작명(作名) 되었다. 오늘 날 우리가 '천민’ 이라는 말을 사용 할 때 그것은 단지 과거 계급사회에서 가난하고 천하게 살았던 사람들의 처지를 나타내는 용어는 아니다. 돈이 많으면서도 혹은 배운 것이 많으면서도 당연히 해야 할 처신을 못하는 사람들, 혹은 다르게 행동하는 사람들, 혹은 그들 행동의 속성을 '천민적’ 이라 부르고 그들의 주의주장을 천민민주주의라 부르는 것이다.
천민민주주의자들은 자신들을 정의의 투사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그들이 진정 자유의 투사가 되려 한다면 다음과 같은, 답이 자명한 질문들 몇 가지에 양심적으로 대답할 수 있으면 된다. “미국의 쇠고기를 먹으면 뇌가 뚫려 죽게 되는가?” “천안함 격침 사건은 북한의 소행인가 아닌가?” “한국전쟁은 북한에 의한 침략 전쟁인가 아닌가?”
또한 자신을 결코 천민민주주의자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다음과 같은 대한민국에서 나타나는 이율배반적 상황은 본인과 전혀 관계없는 일이라고 양심적으로 선언 할 수 있으면 된다. '미국은 사악한 나라라고 떠드는 사람들이 미국에 공부하러 가거나 자식을 미국에 유학시키려 안달하는 모습.’ '중국과 잘 지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중국의 비위를 상하게 할 수 있는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자제하고, 중국이 주장하는 고구려는 중국역사고 백두산은 중국의 산이라는 소위 동북공정 문제 등에 대해서도 대응을 자제해야 한다는 사람들, 그러면서도 대한민국은 미국으로부터 자주적인 나라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들’ '북한이 민족 정통성의 원천이며 북한이 통일해도 문제 될 것이 없다고 주장하며 북한을 더 좋은 나라라고 주장하는 많은 사람들 중 단 한 명도 북한으로 이민 가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 등등.
천민민주주의를 더 이상 방치하면 대한민국의 자유민주주의가 위해(危害)를 당할 수 있는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자유 민주주의를 사랑하고 지키려는 모든 대한민국 국민의 경각심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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