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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리아 스타이넘(81)은 한껏 오만방자하고, 한국 정부는 한없이 비굴하고 무책임하다'
'워멘 크로스 디엠지'(Women Cross DMZ) 행사 강행 과정을 지켜보면서 느낀 소감이다.
중앙일보는 5월16일자 B섹션 6면(미국 시카고 지역 발행 기준)에서 "스타이넘 위원장이 지난달 본지 인터뷰에서 '무슨 일이 생기든 우리는 반드시 DMZ를 가로지를 것'이라고 밝혔으나 (한국) 정부는 가타부타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필자는 이 부분의 기사를 읽는 순간 피가 거꾸로 솟구치는 분노를 느꼈다. '글로리아 스타이넘, 자기가 뭔데? '무슨 일이 생기든 우리는 반드시 DMZ를 가로지를 것'이라고 큰 소리치는지, 그 권리가 어디서 나오는지 묻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계적 배우 조니 뎁과 반입규정을 지키지 않고 호주에 들여왔던 애완견들>
대한민국은 전 세계 어느 나라 어떤 개인으로부터도 존중받아야 할 고유 주권을 갖고 있다. 그리고 대한민국은 한반도 DMZ 남쪽에 살고 있는 국민 5,140만명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할 권리와 의무를 지닌다. 동시에 대한민국은 전 세계 모든 국가와 모든 개인은 물론이고 대한민국 국민들로 하여금 대한민국 실정법을 지키고 존중토록 강제하는 처벌권도 갖고 있다.
분명히 말해 스타이넘이 됐든 노벨 평화상 수상자가 됐든 대한민국에 들어오기를 원하는 외국인은 누구나 적법한 절차를 밟아야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더욱이 남, 북 어떤 쪽에서 발걸음을 떼도 DMZ를 건너기 위해서는 보다 복잡한 법적 절차와 승인이 요구되고 있다.
그럼에도 글로리아 스타이넘이 한국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무슨 일이 생기든 우리는 반드시 DMZ를 가로지를 것"이라는 발언은 대한민국의 주권은 전혀 고려할 필요가 없고 대한민국의 실정법 따위는 구둣발 혹은 운동화로 짓밟아 버려도 된다는 오만방자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필자는 '스타이넘, 메과이어, 보위 등 저명 여성 활동가들에게 드리는 공개서한'을 지난 5월13일 필자가 대표로 있는 uskoreanews.com에서 발표한 바 있다. 당시 필자는 공개서한에서 지면상이지만 존칭을 사용했고 글의 결론도 정중한 청유형으로 맺는 등 최대한 예의를 갖췄다. 그러나 스타이넘의 이번 발언을 접하는 순간, (노벨 평화상 수상자 2명에게는 유보하지만) 그같은 정중함을 계속 유지할 필요가 있을까하는 의문이 든 게 사실이다.
인간 관계는 상호 존중과 배려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한다는 게 내 생각이며 이는 나 혼자만의 독단이 아니라 보편적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사고일 것이다. 스타이넘의 발언은 그가 대한민국의 주권을 가볍게 여기고, 이는 더 나아가 나는 물론이고 대한민국 국민을 우습게 본데서 비롯됐다 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스타이넘에게는 존중과 배려를 일방적으로 보낼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다.
아울러 스타이넘에게 향하는 분개 못지않게, 아니 더 크게 대한민국 정부에 대한 분노와 실망감이 드는 게 사실이다.
무엇이 그렇게 두려워 종북주의자들이 주도, 기획하고, 그들의 앞잡이 노릇을 하는 국제 여성 활동가들에게 질질 끌려 다니는지 극히 화난 음성으로 묻고 싶다.
남북관계? 국제정세? 종북주의자들로부터 받게 될 비난? 여성 활동가들의 명망에 기가 죽어서? 설사 이 모든 것을 종합한 이유로 DMZ걸어 건너기를 단호하게 거부하지 못하고 있다하더라도 눈치 보기는 너무 심하다. 정말 한심하다.
대한민국의 주권을 지키는 것, 대한민국의 자존심을 지키는 것은 이번 사안 경우 통일부의 소관이다. 왜 처음부터 명확한 자세를 보여주지 못하고 미적미적 모호한 태도만 취하다 결국은 경의선을 건너게 해주는 방향으로 몰아갔는지 분노가 인다.
할리우드 슈퍼스타 배우 조니 뎁은 최근 호주에 데려간 애완견이 안락사 대상이 되자 서둘러 강아지들을 미국으로 돌려보냈다.
뎁은 지난달 영화 촬영차 자가용 비행기에 요크셔테리어 강아지 두 마리를 데리고 호주에 갔으나 그곳 세관에 동물반입 신고를 하지 않았다. 호주 농업장관은 이를 규정 위반이라며 "강아지들을 이틀 안에 캘리포니아로 돌려보내지 않으면 안락사시킬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뎁은 즉각 이 지시에 따랐다.
호주는 '아무리 세계적으로 유명한' 배우라도 예외를 두지 않고 반입 절차를 무시한 애완견에 대해 규정대로 안락사시키려 했다. 질겁한 뎁은 여기에 순응한 것이다.
2005년 12월2일, 싱가포르 정부는 2년여전 캄보디아에서 헤로인을 받아 싱가포르를 거쳐 호주 시드니로 귀국하려다 체포된 베트남계 호주 이민 2세 구엔 투옹 반을 사형 집행했다.
구엔이 쌍둥이 형의 빚 2,000여만원을 갚기 위해 헤로인을 운반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싱가포르 인권단체는 물론 호주 전역에서 그를 살리기 위한 구명운동이 벌어졌다.
당시 존 하워드 호주 총리까지 나서 구엔의 구명을 호소하고 심지어는 싱가포르 총리에게 "이번 사태가 두 나라 국민들 관계에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며 강하게 압박까지 했다. 그러나 싱가포르 정부는 끝내 그를 사형시켰다.
구엔을 과연 사형시켜야만 했는지 필자도 당시로서는 많은 안타까움을 느꼈다. 물론 싱가포르는 이후 국제적으로 숱한 비난을 받았다. 그러나 여기서 주목하고자 하는 것은 싱가포르 정부는 자기네 법을 원칙대로 집행했다는 점이다.
호주 정부의 애완견 처리, 싱가포르 정부의 형 집행. 이것이 바로 주권과, 주권은 어떻게 지켜져야 하는지를 보여주는 단편적 예다.
한국정부! 제발 주권을 지키고 대한민국 국민들이 자부심을 가지고 살 수 있도록 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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