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아이오와(Iowa) 주에서는 5분 이상 키스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공공장소에서 연인이 키스를 할 경우 경찰은 시계를 쳐다보며 시간을 체크해야 하는 웃지 못한 상황이 연출 될 것이다. 어쩌면 아이오와 주로 진입하는 고속도로 휴게소에서는 5분 이내로 키스하라며 스톱워치나 모래시계가 불티나게 팔릴지도 모를 것이다.
오클라호마(Oklahoma) 주는 “다른 사람의 햄버거를 베어 먹는 행동은 위법이다.” 라는 웃기는 법안이 있다. 이 법 때문일까? 언제부터 햄버거 가게에서 2등분 또는 4등분으로 잘라주는 서비스를 제공해 주고 있다.
미국은 각 주마다 각자의 법을 갖고 있기 때문에 어느 주에서는 범죄가 되지만 다른 주에서는 허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렇게 웃기는 상황은 비단 미국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똑같은 범죄인데 서울에서는 유죄가 되고 부산에서는 무죄가 될 수도 있다. 정확히 말해 어떤 판사를 만나느냐에 따라 유죄무죄가 결정 된다.
“법관은 헌법과 법률에 의하여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한다.” 헌법 103조 조문이다.
일정 부분 판사가 엿장수 맘대로 판결할 수 있는 권한을 헌법 103조에 명시한 것이다.
우발적으로 일어난 사건에 휩쓸렸거나, 피고인의 처한 상황이 어쩔 수 없어서 법정에 섰을 때 판사의 양심에 따라 형량을 조절할 수 있게 만든 것인데 법에 의해 반드시 처벌을 하되 판사가 양심껏 봐줄 수 있으면 봐주라는 의미다. 이것을 ‘양형기준’이라 부르며 그 덕분에 변호사들에겐 일거리가 넘쳐나는 것이다.
이러한 양형기준은 국가보안법으로 넘어 오면 판사들을 전부 엿장수로 만들어 버린다. 국가보안법 중에서도 찬양·고무등에 해당 되는 제7조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고 명시 되어 있을 뿐이다.
2.7. 제7조(찬양ㆍ고무등)
① 국가의 존립ㆍ안전이나 자유민주적 기본질서를 위태롭게 한다는 정을 알면서 반국가단체나 그 구성원 또는 그 지령을 받은 자의 활동을 찬양ㆍ고무ㆍ선전 또는 이에 동조하거나 국가변란을 선전ㆍ선동한 자는 7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개정 91.5.31>
③ 제1항의 행위를 목적으로 하는 단체를 구성하거나 이에 가입한 자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개정 91.5.31>
국가보안법 제7조 1항을 보면 최대 7년까지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지만 3항에서는 1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고 명시 되어 있다. 얼핏 보면 1항 위반사항의 처벌이 3항 보다 더 가혹한 것 같지만 7년 이하라는 문구 덕분에 좋은 변호사와 판사만 만난다면 얼마든지 무죄 판결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판결이 일정하지 못하고 법원과 판사 마다 동일한 상황인데도 각기 다른 판결을 받을 수 있는 여지가 남겨 진 것인데 이러한 우려는 작년 대법원에서 벌어졌다.
이적표현물 소지 및 공무집행 방해 등 7개 혐의로 민주노동당 학생위원장 출신 이모(여 33)씨에게 대법원 1부(주심 민일영)는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확정하였다. 이적표현물을 가지고 있더라도 내용을 알고 있다고 볼 수 없으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다고 밝히면서 무죄 선고를 한 것이다.
김일성을 우상화하고 북한 체제의 우월성을 선전하는 이적표현물을 소지 하였음에도 “인쇄물을 읽었다고 볼 증거가 없다.”고 판결 한 것이다.
미국의 경우는 아동포르노를 소지하기만 해도 연방법에 의해 처벌 받는데, 한국은 검찰이 야동을 본 증거까지 법정에서 증명해 내야 하는 형편이다.
2001년 평양축천에 참가해 만경대 방명록에 “만경대 정신을 이어받아 통일위업 이룩하자” 라는 글을 작성하고, “6.25전쟁은 북한지도부가 시도한 통일전쟁”이라는 글을 써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기소 된 강정구 교수도 오랜 재판 끝에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 및 자격정지 2년의 가벼운 처벌만 받았을 뿐이다. 쉽게 말해 3년 동안 북한찬양하지 말고 집안에서 휴식시간을 가지라고 선고한 것이나 다름없다.
기준이 모호하긴 해도 판사가 양심껏 판단했기 때문에 대법원에 판결에 대해서는 누구도 번복할 순 없지만 국가보안법 자체가 판사를 엿장수로 만들어 놨으니 판사를 탓하기 전에 입법부인 국회부터 국가안보를 위한 정형화 된 법률 개정을 요구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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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현 기자 sagin74@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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