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공생과 기생, 그들만의 통치 방식
북한에서는 마땅한 생계 수단없이 풍족한 생활을 하게 되면 '사회주의 체제 내에서 수입 대 지출이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검열의 대상이 되기 쉽다. 이 때문에 부유한 사람들은 권력층과 긴밀한 연계를 유지할 수 밖에 없다.
특히, 부유층은 당 간부들이나 권력기관 종사자들에게 상시적으로 재정적, 물질적 지원을 함으로써 사법기관의 표적을 피한다. 가령, 국가 연구 시설을 건설한다고 하면 후원 형식으로 재정을 지원하고, 김일성화 혹은 김정일화를 키우는 온실 지원 형식으로 충성의 자금을 준다.
이런 금전적인 후원이 이루어지면 국가에서 주는 '감사장'이라는 면죄부를 받게 되는데, 사법기관에서 검열을 하게 되더라도 감사장을 받은 사람에게는 '심판의 칼날'을 쉽게 들이대지 못한다.
공생관계가 지속되면, 권력기관에서는 더 많은 돈을 후원 받기위해 사업적인 면에서 대가성으로 부유층에게 많은 도움을 주게 된다. 이 덕분에 일시적으로 부유층의 수입이 증가하는 시기가 찾아온다. 하지만 회사의 재정 상태는 예전과 크게 다르지는 않다. 일정 수입 이상 벌어들인 금액은 또 다시 사법기관의 표적을 피하기 위해 강제적인 후원과 지원금으로 지출해야 하기 때문이다.
문제는 회사의 사업 확장 등으로 위기가 찾아왔을 때다. 회사의 이익이 적어지게 되면 권력기관과의 연결고리가 점차 느슨해지기 시작한다. 예전과 같은 후원금을 필요로 하는 기관과 위기 상황으로 당장 지급해 줄 수 없는 회사와의 줄다리기가 시작되는 것이다.
물론 이러한 과정에서 서로의 이해관계가 절충된다면, 예전과 다름없는 공생관계를 유지한다. 하지만 상충될 경우 일방적인 기생관계로 변질되게 된다. 권력 기관은 자신들과 의견이 다른 회사에게 점차 '심판의 칼날'을 들이대면서, 일부 사업에도 관여해 압박을 하기 시작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회사들은 시장논리로 일하려고 하는데 북한 체제는 엉뚱한 김일성, 김정일식 사회주의 논리가 국법으로 존재하기 때문이다.
결국 북한 사법부는 자본주의를 차단한다는 명목으로 부유층의 거대화를 막고, 견제하는 원칙을 세운다. 2010년 탈북한 탈북자 김씨 또한 이러한 정황에 대해 겪어본 적이 있다고 했다. 그는 뉴포커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에서 사업을 하는 동안, 권력기관과의 유착관계가 필수였습니다. 대부분의 사업자는 초반부터 '감사장'을 받기 위해 부단히 노력합니다. 그래야 사업이 클 수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는 거죠. 물론 돈도 더 많이 벌 수 있고요. 하지만 '감사장'이라는 것이 결국 회사를 담보로 받는 종이쪼가리에 불과할 뿐이죠" 라고 말했다.
공생과 기생을 통해 일정 수준 이상의 성장을 가로막고 있는 북한, 이것이 북한스타일의 통치방식인 것이다. 돈과 권력의 유착관계를 통해 원하는 바를 이뤄내는 권력기관의 '전략'에서 북한이 얼마만큼 부패한지 잘 알 수 있다.
신준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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