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DO(한반도에너지개발기구) 출신의 한 연구원이 "세계에서 미인계를 가장 잘 이용하는 곳은 북한이 아닐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가 작업하던 경수로 현장에 암반 청소를 하러 온 북한 여성들이 모두 미인이였기 때문이라고 우스개 소리를 전한다.
하지만 실제로 북한에서는 자신들이 살기좋은 곳이라는 것을 은연중에 강조라도 하고 싶은 듯, 남한에서 접촉하는 지역(과거 금강산, 개성, 경수로 주변)의 여성들은 대체로 미모가 출중한 경향이 있다. 흔한 이치로보면 나라를 대표하는 얼굴로써 스튜어디스를 뽑는 것과 비슷하니 그리 놀랄만한 것도 아니다.
문제는 북한의 착각에 있다. 경수로 작업 부근에서 남한의 연구원들은 북한의 미녀가 부탁하면 이를 생활상의 편의를 돌바주는 후방사업으로 생각하고 도와 준 반면, 북한 남자들에게는 규정과 원칙대로 일처리를 했다고 한다. 이를 오해한 북한 근로자들은 '미인계'로 모든 것이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특히 큰소리를 내며 의견 충돌을 빚던 남북한의 사업팀은 여성들이 웃으면서 부탁을 하면 너나할것없이 협력사업으로 도로포장 더해주기, 도로다짐작업, 마당포장, 자갈 포설, 땔나무 지원, 양수기 동원 물퍼주기 등을 해주었다고 하니 북한이 오해하는 것이 이상한 일도 아니였다.
KEDO의 연구원인 L씨는 "이렇게 계속적으로 북한 미모의 여성들과 부딪힘이 잦다보니 서로 정이 들더군요"라고 고백했다. 그러나 서로 아무리 공을 들인다고 해도 결국 이뤄질 수 없는 사랑이였기에 단념할 수 밖에 없었다고.
남쪽의 연구원들과 북한 미인들과의 관계가 애정이였는지 미인계의 미끼였는지는 지금도 알 수 없지만, 경수로 작업을 마치고 남한으로 귀국하는 연구원들에게 정이 들어버린 북한의 여성들이 눈이 퉁퉁 부울만큼 눈물을 보이는 처녀도 있었다고 한다. 또한 서로 구구절절 애절한 사랑의 편지를 건네주기도 했다고 한다.
L씨는 "이런 인연들이 밀알이 되어 남남북녀의 부부로 탄생할 날이 하루 빨리 왔으면 좋겠다"고 덧붙이며, "모르긴 몰라도 당시 밀애를 나누었던 남북한 남녀가 있었겠죠?"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더불어 그는 "북한에 있을때 현지 사람들과 티격태격하는 경우도 많았지만, 북한의 미인계 아닌 미인계 덕분에 재밌는 일도 많았습니다. 앞으로 볼 기회가 없다는 생각에 안타깝습니다"라고 말했다.
L씨의 말대로 처음에는 미인계로 접근했을지도 모르지만, 이념과 사상을 넘어서 진심이 통하면 결국 마음도 통하게 되는 것이다.
신준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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