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포커스는 탈북 후 남한에 정착한 탈북자 50명을 대상으로 "자신이 언제 한국 사람이 되었다고 느꼈는가?"라는 설문을 진행하였다. 이 설문은 앞으로 정착할 탈북자들에게 좀 더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한 취지에서 진행되었다.
설문을 통해 외래어를 알아들었을 때, 북한 사투리를 쓰지 않고 표준어를 사용할 때 등의 답변이 많았는데 그 중에서도 유독 가장 많은 답변을 차지한 것은 놀랍게도 "더 이상 탈북하는 꿈을 꾸지 않을 때"라는 답변이었다.
모든 탈북자들은 탈북과정을 거쳐 남한에 입국하였다. 그 과정이 길고 짧음의 차이는 있으나 공통의 체험은 북한이나 중국 공안의 추격을 늘 의식하며 쫓기는 삶을 살았다는 것이다. 중국에서 몇 년 동안 숨어 지내기도 하고 미얀마나 라오스, 태국 등 남한으로의 탈북모험과 그 공포는 참으로 다양하다.
그래서 대부분 탈북자들은 남한에 정착하여 생활하면서도 몇 년 동안 탈북하는 꿈에 시달린다고 한다. 국가보위부에 붙잡혀 고문당하는 꿈, 탈북순간의 숨막히는 공포, 중국에서 공안의 검문에 주저앉던 꿈… 그런 악몽으로 몇 년 동안 식은땀을 흘리며 하루 밤에도 몇 번이나 소스라쳐 일어나는 탈북자들인 것이다. 이번 설문을 통해 얻은 가장 많은 답변인 '더 이상 탈북하는 꿈을 꾸지 않을 때'라는 결과는 북한에서의 삶과 탈북과정의 고통을 말해준다.
강서구에 거주하는 탈북자 주 모씨는 "북한 사람이 남한 사람으로 되었다고 느껴야만 하는가?"라면서 "통일 후 우리는 또 어떤 사람으로 변해야 하나?"고 반문하면서도 "남한 사회에서 더 당당하게 살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남한의 일상과 관련한 꿈을 꿀 때 비로소 '남한 사람이 되었다'고 인식하는 탈북자들, 육체는 남한에 왔지만 그들의 꿈은 아직도 북한에서 탈출하지 못한 분단비극의 주인공들이다. 꿈에서마저 괴롭히는 북한 정권에서 벗어나 탈북자들의 꿈도, 탈북자들의 삶도 밝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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