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우리에게 '터미네이터'로 유명한 아놀드 슈워제네거는 배우 출신 정치인의 가장 친숙한 사례이다. 그는 영화 터미네이터로 유명세를 탄 후 2003년 미국 캘리포니아 주지사 보궐선거에 당선되며 미국 50개주 가운데 가장 큰 경제적 영향력을 지닌 캘리포니아주의 주지사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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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정일과 악수를 나눈 후 미소짓는 문성근의 표정이 인상깊다 | ||
우리나라에도 배우 출신의 정치인이 있다.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겸 국민의 명령 상임고문인 문성근이다. 문 고문은 1985년 연극 '한씨연대기'로 데뷔하여 최근에도 '실종'이라는 영화에 출연했다. 그는 대선을 앞두고 '백만 민란 운동' 이라는 프로젝트를 통해 '제3지대 야권단일정당' 을 주장하고 있다.
백만 민란이란 말 그대로 백만 명의 민중이 들고 일어선다는 것이다. 그 단어에서부터 반정부 혁명의 냄새가 짙게 풍겨져 온다. 문 고문 본인도 그 사실을 알았는지 백만민란이라는 표어보다는 '국민의 명령'을 내세우고 있다. 그러나 문 고문 본인도 알고 국민들도 아는 사실은 국민의 명령이건 백만 민란이건 그 겉치장에 관계없이 속은 민중혁명이라는 것이다.
백만 민란 문구는 6.25때 남조선로동당의 당수였던 박헌영이 사용한 '백만 봉기'에서 따온 것으로, 전쟁 발발 전 스탈린에게 48번에 걸쳐 청탁한 김일성보다도 더욱 남침을 지지하던 박헌영은 소련에게 남침을 허락받기 위해 백만 봉기라는 문구를 만들어냈다. 일단 북한군이 밀고 내려가면 남한 민중 백만명이 무장 봉기하여 북한군을 도울 것이라는 주장이었다.
실질적인 북한의 지배자였던 스탈린 앞에서 김일성과 박헌영 사이에 벌였던 충성경쟁의 일부였다. 박헌영이 이렇게 호언장담을 해대니 김일성 또한 이에 질세라 북한의 정규군을 모조리 낙동강에 집결시킨다. 후방을 점령하는 부대마저도 끌어다가 낙동강 방어선을 뚫는데 총력을 다했다. 공세의 실패가 이어지자 고급 지휘관들을 경질, 심한 경우에는 부하들 앞에서 공개총살 시키는 그야말로 '막장짓' 마저 서슴치 않았다. 이는 결국 맥아더의 인천상륙작전에 의해 북한군의 허리가 끊겨 참패로 이어진다.
개전 3일 만에 서울을 점령할 정도로 무서운 기세로 내려오던 북한군은 인천상륙작전으로 인해 보급이 끊기고 국군과 미군에게 압록강까지 굴욕적으로 쫓겨 올라가게 된다. 이런 와중에도 북한이 그토록 꿈꾸던 민중봉기는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다. 여순사건을 통해 좌익 세포조직을 사전에 척결했기 때문이다. 후에 김일성은 박헌영을 '미제 간첩'으로 몰아 사형시킨다. 이는 사실 백만 봉기를 호언장담하던 책임을 죽음으로써 물은 것이다. 스탈린과 김일성 앞에서 '일단 밀고만 내려가면 백만이 봉기한다' 며 큰소리치던 박헌영이 얻은 것은 믿던 동지로부터의 사형 집행이었다.
문성근은 이런 박헌영의 전철을 밟으려 하고 있다. 백만 민란 운동을 통해 결국 야권단일화를 이뤄내지만 그 결과는 4.11 총선의 참패로 나타났다. 그 후 단일화를 했던 통합진보당은 당권, 비당권파 문제로 내분이 일어나고 진보신당계 당원들의 대규모 탈당사건이 벌어지는 등 단합은 커녕 내리 분열만 하며 국민들의 신뢰를 저버리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구 민주노동당계 당원은 홈페이지 당원토론방에 "백만민란따위 집어치우라"며 "백만 민란이 주장하는 하나의 정당으로 뭉친다는 개념은 결국 닥치고 민주당 밑으로 기어들어오라는 것" 이라고 강도 높은 비판을 가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성근은 아직 백만 민란을 주장하고 있다. 낙동강 방어선을 뚫지 못해 고전하면서도 백만 봉기 주장을 버리지 못하고 당장 내일이라도 남한 민중이 무장봉기로 들고 일어설 것이라며 큰소리치다가 김일성에게 총알세례를 받은 박헌영의 모습이 겹쳐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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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989년 무단방북한 문익환과 김일성의 포옹 | ||
그러나 이러한 양상은 비단 문성근 본인에게서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다. 그의 아버지인 문익환 또한 그러했다. 목사로 잘 알려진 문익환은 대법원에서 이적단체 판결을 받은 조국통일범민족연합(이하 범민련)의 남측본부 위원장으로써 범민련 활동을 통해 남한 정부와의 상의 없이 무단으로 방북하여 김일성과 뜨거운 포옹을 나누던 종북주의자이다. 자유와 박애를 가르쳐야 할 목사가 오히려 자유와 박애를 어느 누구보다도 핍박하던 김일성을 형제처럼 껴안으며 그를 신격화하던 주체사상체제를 긍정하는 모순을 저질렀다. 그는 평양 도착성명에서 '존경하는 김일성 주석' 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 일방적으로 남한 정부를 맹비난하였다. 이 만행에 대한 값으로 그는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잠입죄 위반으로 투옥되어 1993년 석방된다.
석방 후 그는 이적단체로 낙인찍혀버린 범민련을 버리고 새로운 통일운동 조직인 '민족회의'를 만든다는 구상을 하고 김일성을 설득하는 편지를 보내기에 이른다. 이러한 움직임에 대해 북한은 범민련 북측본부 의장인 백인준의 명의로 '문 목사가 안기부의 사주를 받아 범민련을 해체하려는 책동을 펴고 있는데 이를 거부하고 범민련을 지켜야 한다' 는 팩스를 보낸다. 이 팩스 내용이 통일운동계에 유출되자 문 목사는 '안기부의 프락치'로 몰리며 동료들로부터 격렬한 비난을 받게 된다. 그는 친형제처럼 믿어 의심치 않던 김일성에게 프락치로 몰리자 배신감에 분을 이기지 못하고 "내가 안기부 프락치래" 라며 고함치다 며칠 뒤 심장마비로 사망하게 된다.
이렇듯 박헌영-문익환-문성근으로 이어져 내려오는 현실성 없는 호언장담 후에 이어지는 배신의 역사는 그 뿌리가 깊다.
믿던 김일성에게 총살을 당한 박헌영과 프락치라는 누명을 쓰고 화병으로 사망한 아버지 문익환을 보면서도 문성근은 그 전철을 다시 밟으려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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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문성근의 백만민란 선동 포스터 | ||
그는 여전히 국민의 명령 홈페이지에서 '민란가'를 올려놓고 백만 민란을 부추기고 있다. 그의 종북사상을 증명하듯 민란가의 작사, 작곡은 윤민석이 맡았다. 윤민석은 민주통합당 당가의 작곡자이자, '수령님께 드리는 충성의 노래', '김일성 대원수는 인류의 태양' 이라는 곡의 작사, 작곡을 맡은 진골 종북주의자이다.
백만 민란을 일으키건 그렇지 않건 그 주체가 되는 것은 결국 국민들이다. 국민들이 어떻게 판단하는가에 따라 그가 호언장담하는 백만 민란이 일어날수도, 그렇지 않을수도 있다. 그러나 정상적인 사고를 하는 대한민국의 국민이라면 김일성을 찬양하는 노래를 작사, 작곡한 사람이 만든 노래를 따라 부르며 민란을 일으키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 국민을 바란다면 서울이 아닌 평양에 가서 운동을 할 것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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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 인턴 기자 tlstkdqkdw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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