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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그래픽> 북한 학제 변화(서울=연합뉴스) 반종빈 기자 = 북한 중앙통신은 25일 "(최고인민회의 제12기 제6차)회의에서는 법령 '전반적 12년제 의무교육을 실시함에 대하여'가 대의원 전원 찬성으로 채택됐다"고 밝혔다. | ||
초등교육 기간 1년 늘려…"교육과정 실용적으로 개편"
"사회변화 예상" "현실성 없어"…기대-우려 교차
(서울=연합뉴스) 이준삼 기자 = 북한이 25일 최고인민회의에서 `12년제 의무교육'을 시행하는 내용의 법령을 발표함에 따라 이번 결정이 북한사회에 어떤 변화를 몰고 올지에 관심이 쏠린다.
북한은 이번 조치가 "김정은 동지의 숭고한 조국관, 후대관, 미래관이 집약돼 있는 중대한 조치"라며 사실상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첫 `작품'임을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한 국가가 의무교육기간을 1년 연장하려면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야 하고 청소년들의 사회진출 시점이 1년 늦춰지는 효과가 있기 때문에 사회 전반에서 큰 변화가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이번 학제개편의 초점은 우리 초등학교에 해당하는 소학교를 기존 4년에서 5년으로 늘리는 것이다. 중학교 6년 과정을 우리처럼 중학교와 고등학교처럼 각각 초급중학교(3년)와 고급중학교(3년)로 분리하는 내용도 담겼다.
특히 소학교를 5년으로 연장하는 작업은 급격한 사회변화를 수반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고려해 북한도 2014학년도부터 2∼3년 정도의 준비기간을 거치는 등 단계적인 도입방침을 밝혔다.
초급·고급중학교 분리 운영은 내년 학기(가을)부터 도입된다.
북한은 또 12년제 의무교육의 `총적 목표'(총론) `교종별 도달목표'(교과목별 성취수준)를 새로 정하고 교수내용의 범위·수준도 고치는 등 사실상 교육과정 전반에 대한 대대적 개편작업도 예고했다.
최태복 최고인민회의 의장은 이날 보고에서 "학생들에게 수학, 물리, 화학, 생물과 같은 기초과학분야의 일반기초지식을 주는데 기본을 두면서 컴퓨터기술교육, 외국어 교육을 강화해야 한다"고 언급, 사실상 교육과정 및 교육방안이 `실용적인 교육' 쪽에 무게가 실렸음을 시사했다.
북한은 또 이번 교육제도 개편 법령 안에 `각급 인민보안, 검찰기관이 교원·학생들을 교육과정 안에 반영된 국가적 동원 외에 다른 일에 무질서하게 동원하는 현상을 없애기 위한 법적 통제를 강화한다'는 내용도 포함했다.
학생과 교사가 수시로 건설공사 등 각종 노동현장에 투입되는 현실을 반영한 조치로 보인다.
북한이 의무교육 기간을 늘린 것은 40년 만의 일이다.
북한은 1972년부터 인민학교(4년)-고등중학교(6년)-대학교(5-7년)로 이어지는 학제를 도입해 운영한 뒤 유치원 `높은 반' 1년과 인민학교, 고등중학교를 합해 `11년 의무교육제'를 실시해왔다.
2002년 9월에는 초등교육기관인 `인민학교'를 `소학교'로, 중등교육기관인 `고등중학교'를 `중학교'로 각각 개정해 학제를 유치원-소학교-중학교-대학교로 바꿨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교육제도 개편이 계획대로 시행된다면 북한사회에 커다란 변화를 가져올 수밖에 없을 것으로 진단했다.
의무교육을 1년 연장하려면 학교 등 교육시설의 확충, 교사 증원, 교과서 편찬, 학습 기자재 확보 등을 위해 국가적으로 대규모 예산을 투입할 수밖에 없고 이는 국가예산 분배 시스템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한만길 탈북청소년교육지원센터 소장은 "소학교 과정을 1년 늘리는 것은 매우 의미가 크다"며 의무교육기간이 늘어나면 청소년들의 중학교 졸업시기가 1년 늦춰지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군입대자와 노동인력 감소 등 다른 문제도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다만 현재 북한에서도 저출산 등으로 학령인구가 줄고 있고 새 제도를 내년부터 도입한다고 해도 `소학교 5년'을 다닌 학생은 2020년대 초에나 사회에 나오기 때문에 당장 큰 부작용이 나타나지는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일부 전문가들은 북한이 새 제도를 위해 교육사업에 대한 국가적 투자를 늘리고 예산에서 교육비를 획기적으로 늘리겠다고 밝혔지만 만성적인 식량난에 시달리는 북한 현실을 고려할 때 얼마나 실효성을 거둘 수 있을지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러시아가 최근 소련시절의 차관 110억 달러를 갚지 못하는 북한에 대해 결국 빚 대부분을 탕감해주고 합작프로젝트를 추진하는 내용으로 협정을 체결한 것도 북한의 재정 여건이 어떤 수준인가를 잘 보여준다는 것이다.
또 현재 북한의 초중등 교육시스템이 사실상 붕괴 직전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라는 점 역시 북한의 이번 발표의 실효성에 의문을 품게 한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교육제도는 흔히 백년대계라고 한다. 김정은이 제1성으로 교육개편을 들고 나온 것은 상당히 혁명적이라고 볼 수 있다"면서도 "그러나 예산과 철학에 대한 고민이 뒷받침된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이번 조치가 일견 김정은 제1위원장이 그동안 보여준 `국제적 추세에 부응한다'는 태도와 일맥상통하는 부분은 있지만 새 지도자가 과연 북한의 현실을 냉정하게 짚어보고 만들어낸 정책인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생각이 든다는 반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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