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일가 친척들이 한자리에 모여 차례를 지내는 민족 고유의 명절 추석이 북한에도 있을까. 있다면 북한 주민들은 어떻게 추석을 보낼까. 북한을 탈출해 한국에서 가정을 이룬 황유성-이순실 부부, 김송주-박서영 부부로부터 북한 주민들의 추석나기에 대해 들어봤다. 관련 내용은 28일 오전 8시와 다음달 1일 오전 9시에 방송되는 국방TV의 주간 정책 이슈 프로그램 ‘KOREA 리포트’에서도 만날 수 있다.
최대 명절은 김일성 부자 생일 1972년부터 주민 성묘 허락 ‘고난의 행군’ 뒤 특권층만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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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TV의 주간 정책 이슈 프로그램 ‘KOREA 리포트’에 출연한 탈북자 부부들이 북한의 추석나기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왼쪽부터 황유성-이순실 부부, 진행자 윤영미 평택대 교수, 박서영-김송주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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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의 전통적인 추석 차례상. 세계음식문화연구원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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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주민들이추석을맞아조상묘소에서성묘하고있다.북한에서는 우리와 달리 추석 당일 차례보다 성묘를 먼저 하는 경우
가 대부분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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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도 추석이 있을까. 결론부터 얘기하면 북한에도 추석이 있다.
북한은 추석을 봉건 잔재의 유물이라며 없앴다가 1972년부터 주민들에게 성묘를 허락했다. 1970년대부터 남북대화가 시작되고 해외동포의 북한 방문이 늘어나면서 이들이 추석 성묘를 하는 일이 많아지자 이를 허락한 것이다.
1988년에는 추석을 휴무일로 지정했고 다음해에는 음력 설날과 한식·단오도 부활시켜 4대 민속명절로 만들었다. 하지만 북한 전역이 떠들썩해지는 최대의 명절은 국가명절인 김일성과 김정일의 생일인 만큼 민속명절은 쉬는 날이 당일밖에 없고 별도의 물품 배급이 없어 상대적으로 홀대받는다.
북한의 추석나기 모습은 1990년대 ‘고난의 행군’을 전후로 완전히 달라진다.
고난의 행군 이전까지만 해도 추석 풍경은 우리와 크게 다를 것이 없었다. 남북한이 ‘하나의 민족’인 이유가 여기 있다. 얼굴 생김새가 같고 말이 같으며 명절을 보내는 방법도 비슷하기 때문이다. 한 해 농사로 얻은 풍성한 수확을 친인척이 함께 나누고 조상의 음덕을 기리는 추석의 근본 정신은 비슷한 셈이다.
성묘하고 윷놀이·씨름·강강술래 등 다양한 민속놀이를 즐기며 햇곡식으로 명절 음식을 만들어 먹기도 한다. 송편을 빚는 것도 공통적이다. 다만, 차례상을 차릴 때 어동육서(魚東肉西), 두동미서(頭東尾西) 등의 원칙을 지키는 것을 미신이라 해서 금지하면서 이 원칙을 아는 주민은 거의 사라진 것이 현실이다.
한국과 다른 점도 있다. 우리는 추석날 먼저 집에서 차례를 지내지만, 북한은 성묘부터 간다. 벌초는 추석 당일 산소에 도착해서 하고 그 후 차례를 지낸다. ‘민족 대이동’까지는 아니어도 고난의 행군 이전까지는 고향을 찾는 사람도 꽤 많았다. 원칙적으로 여행의 자유는 없지만, 추석 기간에는 사흘간 통행증 없이 다른 지역으로 다닐 수 있게 함으로써 주민 편의를 봐준 것이다.
하지만, 이런 추석 풍경도 고난의 행군을 거치면서 깡그리 바뀌고 말았다. 식량이 없어 사람들이 굶어 죽어가는 마당에 한가롭게 차례상을 차리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우선 고향을 찾는 사람이 크게 줄었다. 마음의 여유도 사라졌고 경제난이 지속되면서 유류 부족이 심해져 교통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추석에 귀향객이 없어지자 명절 분위기도 예전만 못해졌다. 일부 특권층만이 성묘를 위해 이동할 뿐이다.
또 차례상이나 성묘에 쓰는 음식도 달라졌다. 이전에는 비록 어동육서 같은 엄격한 원칙은 없어도 나름대로 고급스러운 음식을 만들었지만, 이때부터 시금치 무침, 김치볶음 등 일반적인 반찬 종류라도 먹을 수 있는 음식은 모조리 사용했다. 선택의 여지가 없어진 것이다.
이전에는 명절이면 북한을 대표하는 음식인 만두를 넉넉하게 만들기도 했지만 돼지고기·마늘 등 만두 만드는 데 필요한 재료가 귀해지면서 만두를 만드는 집도 거의 사라졌다. 심지어 먹을 것이 없어 맹물 한 그릇 떠놓고 차례를 지내는 경우도 생겨났다고.
한복을 입는 풍습도 사라졌다. 북한의 경우 70년대에는 한복을 입고 등교하는 학생들이 많을 정도로 한복 착용이 보편적이었다. 하지만, 경제난이 심화되면서 흔히 ‘뉴똥’(명주실로 짠 옷감의 하나) 등의 고급 옷감을 사용해 만든 한복을 죄다 팔아 먹을 것으로 바꿔버려 입고 싶어도 입을 수 없는 옷이 됐기 때문이다.
먹고 살 일이 걱정인 북한 주민들에게 추석은 사치에 불과한 명절이 돼버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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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가영 기자 kky71@dema.mil.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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