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민정부가 들어선 이후 종교인들의 정치참여를 놓고 종교인, 비종교인을 가리지 않고 논쟁이 벌어져왔다. 특히 그 중심에 섰던 것이 바로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정의구현사제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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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창립 주역으로 한국 민주화운동의 상징적 인물인 함세웅 신부가 26일 현역에서 은퇴, 서울 중구 신당6동 청구성당에서 마지막 미사를 가졌다. 2012.8.26 << 연합뉴스DB >> ⓒ 연합뉴스 | ||
정의구현사제단은 1974년 민주화를 요구하며 결성된 천주교 사제들의 모임이다. 이후 2002년 미군 장갑차 여중생 교통사고를 전후로 반미, 반정부 시위현장을 이끌고 추모 미사를 집전하며 '정치에 관여하는 종교단체'의 대명사로 떠올랐다.
이들은 ‘국가보안법폐지국민연대’ 명단에 공식적으로 이름을 올렸다. 정의구현사제단의 함세웅 신부는 과거 광우병 촛불집회 당시 국민들에게 자제를 권했던 고 김수환 추기경에게 “촛불집회는 장엄한 기도였다”며 “김수환 추기경의 사고는 시대착오적이다. 시대의 징표를 제대로 읽지 못했다.”고 비난했다. 고 김수환 추기경은 국가보안법 폐지에 반대하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추기경은 교황에 다음가는 직위로서 교황의 선거권을 지니며 교황이 직접 자문을 구하는 대한민국의 최고위 사제이다. 당연히 평사제보다 직급이 높음에도 이들은 공개비방을 서슴치 않았다. 정진석 추기경이 “북한에 대해 비관적”이라는 입장을 밝히자 정의구현사제단은 서울대교구장 사퇴를 촉구하고 나섰다. 명백한 하극상이다.
천주교의 오랜 전통은 상급자에 대한 ‘절대 순명’이다. 수천 년간 천주교 사제들은 엄격한 위계질서를 지켜왔다. 천주교 신자들은 정의구현사제단을 상대로 “정진석 추기경에게 반기를 들고 외부언론까지 끌어들이며 추기경의 권위에 흠집을 내고 대한민국 천주교회의 영적인 어버이를 모욕한 것은 천주교 전통의 가치를 부정하는 것”이라며 강력히 항의했다.
천주교 신자인 김모씨가 인터넷에 게재한 글에 따르면 대통령 선거가 있던 지난해 12월 19일, 강원도 춘천에 위치한 한 성당에서 이모 신부는 10시 30분에 미사를 집전하며 “어제 춘천지구 신부들이 모여 투표에서 누구를 지지할지 말했는데, 한 신부가 요한복음 10장 9절을 언급하며 [예수께서 ‘나는 문(文이)다’고 하셨다]고 말했다”고 설교했다.
이어 이 신부는 “농담이다. 그러나 어떤 의미의 농담인지 잘 참고하라”며 마무리했다.
미사가 끝난 후에는 원장인 전모 수녀가 본당 문을 나서는 할머니들에게 “신부님 강론을 잘 들으셨지요? 꼭 그대로 하셔야 됩니다”고 말했다고 김씨는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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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울 대한문 앞에서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을 비롯한 시민이 용산참사, 쌍용차해고노동자, 제주 강정마을 해군기지 등의 평화적 해결을 염원하는 성탄절 정오미사를 보고 있다. 2012.12.25 ⓒ 연합뉴스 | ||
김씨의 폭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김씨는 2011년 3월 6일에 춘천교구에 위치한 또다른 본당의 다른 신부가 “4대강 반대하라는 주교님 말씀을 듣지 않는 신자들에게는 성체분배를 거부하겠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고 전했다.
춘천교구 사제들의 이러한 언행이 폭로되자 신자들은 다시금 분노했다. 김씨는 “신부가 농담이라는 명목으로 거룩한 미사시간에 성경 말씀을 특정인 지지에 이용하며 교묘하게 천한 언행을 하는 것이 춘천교구의 현실”이라고 비판하며 춘천시 선거관리위원회에 해당 사실을 고발했다.
정의구현사제단 소속으로 원주교구에서 근무한 A신부는 두 차례 방북한 전력을 가지고 있다. 2004년에는 언론개혁법안 350인 선언에 이름을 올리며 정치에 활발히 개입했다.
그러나 A신부는 신자들로부터 ‘종교인으로서는 낙제’라는 평가를 사고 말았다. GTB 강원민방은 피해자 인터뷰를 통해 “A신부가 2001년부터 2006년까지 수차례에 걸쳐 같은 교구의 여신도들과 성관계를 맺었다”고 주장했다.
강원민방은 “A신부가 성관계를 맺은 신도 중에는 A신부가 일하던 복지시설에서 청소년기를 보낸 여대생도 있었다”며 “피해자가 반항했지만 A신부가 성폭행한 뒤 알몸 사진도 찍었다”고 보도했다. 이어 성당 관계자의 목격담을 인용하며 “여신도와의 부적절한 관계가 성당 사제관에서 이뤄졌다”는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A신부는 2007년 9월 소속 교구로부터 안식년을 지시받는다. 다음해 9월 안식년이 끝난 후 A신부의 소속 교구는 A신부를 교단에 세우는 대신 병원 사목에 투입한다. 그럼에도 의혹이 계속되자 소속교구는 결국 A신부에게 정직 처분을 내린다.
현재 A신부는 “물의를 일으켜 가슴 아프다. 받아들이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 언젠가는 해명할 기회가 있을 것”이라는 내용을 담은 A4용지 한 장 분량의 글을 남기고 잠적한 상태다. A신부는 잠적 전 자신을 둘러싼 의혹에 대해 강한 부인을 해왔으나 안식년, 병원 사목, 정직에 걸친 세 차례의 처벌을 받으면서도 교구의 결정에 이의를 제기하지는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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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이 정진석 추기경의 4대강 발언에 대해 비판성명을 발표한 것에 반발하며 23일 서울 명동성당 앞에서 한국천주교나라사랑기도회원들이 정의구현사제단의 용퇴를 촉구하고 있다. 2010.12.23 ⓒ 연합뉴스 | ||
정의구현사제단은 1974년 발족 후 1987년까지는 지금과 같은 성향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러나 1989년 ‘민족통일을 향한 우리의 기도와 선언’을 발표하며 “민족의 삶에 배치되는 군사동맹 해체”와 “주한미군의 단계적 철수”를 주장한 것을 시작으로 “미군이 물러가는 진정한 민족통일의 그날까지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정의와 평화로 결단한다”며 '자주','민족','평화'등의 단어로 대표되는 NL성향을 보였다.
이후 간첩 송두율의 석방운동을 주도했으며 함세웅 신부는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는 ‘안중근의사기념사업회’를 통해 구속수감 중에 있던 송두율에게 ‘제3회 안중근평화상’을 수여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전국을 마비시킨 광우병 촛불시위를 주도하는가 하면 천안함 폭침이 북한의 소행으로 밝혀지자 “명확한 증거의 공개와 국제적 공인이 없는 섣부른 결론”이라고 주장하고, 제주해군기지 건설에 반대하며 단식기도회를 열었다.
이렇듯 정의구현사제단은 종북 성향을 보이는 정치참여와 여신도 성폭행 의혹 등 도덕성 문제로 비판을 받아왔다. 세계 현대사에 유래가 없는 3대 세습독재와 인권탄압을 일삼는 북한을 옹호하고, 사제복을 입고 여신도를 성폭행하는 등 ‘정의구현’과는 거리가 있는 이들의 언행에 신자들은 실망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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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 인턴 기자 tlstkdqkdw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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