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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우리는 여기서 현실적인 보수/진보의 구분은, 권력을 선점했던 정파와 그렇지 않은 정파의 입장의 차이에서 오는 것일 뿐이지, 국민을 위한 순전한 정치 이념적 소신의 차이에서 오는 것은 아님을 직시해야, 당면한 국정현실을 보다 냉정하고 정확히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대만의 경우 분단국이며 민주주의를 늦게야 출발했다는 것에서 우리와 비슷하다. 대만의 국민당은 대한민국 건국시의 자유당과 같이 국가통치권을 선점했던 정당이다. 우리의 경우 자유당이 그대로 존속하여 이어오지는 않았으나 인맥의 이합집산을 추적하면 민주공화당, 민주정의당과 함께 새누리당의 뿌리가 되고 있다. 즉 대만의 국민당과 한국의 새누리당이 각기 자국내의 보수정당이라는 것은 모두들 인정하고 있다.
한편 대만에도 우리의 민주당이 집권한 시기와 비슷한 기간 집권했던 민주진보당이 있다. 이름 그대로 상대적인 진보정당으로 인정되고 있음은 물론이다.
한국의 ‘진보’정당은 체제보다도 통일을 우선하나 대만의 ‘진보’정당은 영구분단 원해
그런데 대만의 민주진보당이 내건 안보관련 공약은 대만의 독립이다. 즉 우리로 보면 통일을 거부하고 영구분단을 하겠다는 것이다. 우리의 경우 이와 같은 말을 하면 ‘극우’로 몰리는 풍조가 있음을 볼 때 의문이 나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은 대만에서 권력을 선점했던 국민당 세력은, 중국본토에서 피난 왔던 이들로서 중국본토와의 관계를 떼기 어려운 집단임에 비해, 민주진보당은 대만원주민이 주축인 세력으로서 중국본토와의 절연을 두려워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건국을 주도한 세력이 북과의 타협을 우선으로 여기지는 않고 남한만의 민주국가 건설을 우선하였던 데 反해, 북과의 결합을 우선으로 여기는 집단은 대한민국 건국 당시에는 세력을 얻지 못하다가, 이후 민주화를 통해 제도권에 들어오기 시작하여 ‘진보’세력을 이루었다.
이와 같은 연유로 인해 우리는 ‘진보’세력이 통일을 우선하는 반면에 대만은 ‘보수’세력이 통일을 상대적으로 용인하는 것이다. (현재의 국민당은 자국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완전한 통일을 추구하지는 않지만, 대륙과의 관계를 단절하는 완전한 국가적 독립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안보관을 느슨하게 하는 것이 진보는 아니다
보수/진보 모두 나름의 추구가치가 있지만 일반에게 진보는 더 신선해 보인다. 그런데 국가관과 안보관을 느슨하게 하는 것이, 인간 삶의 평등을 더 강조하는 진보와 관계있는 것은 아니다. 국가안보는 보수/진보와는 별개로 국민모두의 삶을 안정시키기 위한 필수장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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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범 mumanews@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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