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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드라마 '정도전' 포스터 | ||
최근 종영된 KBS 사극 ‘정도전’이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고 데일리NK가 보도했다. 특히 ‘정도전’의 인기가 과거 유행했던 역사극과는 다른 양상을 보인다는 점에서 주목받는다.
데일리NK의 보도에 의하면 “기존의 일반 드라마들이 남한이 발전된 경제상황이나 현대식 가족관계를 보여줘 북한 주민들의 호기심을 만족하게 했다면, ‘정도전’은 역사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는 계기를 마련해주고 있다”며 함경남도의 소식통이 전했다.
북한 당국은 김일성이 내세웠던 '반일 반미 민족주의' 프레임을 정당화하고자, 신라의 정통성을 철저히 부정하고 고조선·고구려·고려를 우월하게 기술한다. 이른바 '대동강 문명'이 우리 민족의 정체성을 대표하며, 이를 계승하여 민족의 자주성을 확보한 인물이 김일성이라는 논리로 정당화한다.
반면 조선을 창업한 이성계에 대해서는 고구려 영토를 찾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요동정벌을 포기하고 권력을 훔친 역적으로 평가받는다. 또한, 김일성을 '항일민족운동의 지도자'로 포장하기 위해 일본 제국주의에 국권(國權)을 넘긴 이씨(李氏) 왕조, 나아가서 조선왕조(朝鮮王朝) 600년을 '반민족적 역사'로 규정한다. 북한이 이성계의 함흥시 흥덕구역의 궁전은 문화재로 취급하지 않고 정몽주가 살해당한 개성 선죽교를 ‘국보 문화유물’로 지정하는 것이 이러한 역사관을 보여주는 좋은 예다.
소식통은 “드라마 ‘정도전’은 이런 역사관을 가진 북한 주민들에게 조선 역사에 대한 새로운 인식을 심어주는 계기가 됐다. 또 북한 주민들이 부패한 고려 왕조를 부수고 백성을 귀하게 여긴 이성계를 왕으로 만든 정도전이라는 인물에 주목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소식통은 이어 “드라마 ‘정도전’을 접한 북한 주민들은 정도전을 영웅으로 평가한다. 그리고 드라마를 접한 주민들은 자연스럽게 최룡해나 황병서에 대한 이야기로 넘어가 ‘과연 정도전 같은 인물이 누가 있냐’라는 식의 말이 오고 간다”고 덧붙였다.
또 드라마 제목과 역사적 인물의 이름이 같아 보안원(경찰)의 감시를 신경 쓸 필요가 없다는 점도 드라마 인기 요인으로 꼽는다. DVD(알판)를 구매할 수 있는 매장에서 몰래 드라마 제목을 속삭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이처럼 드라마 ‘정도전’이 북한 주민들에게 인기를 얻자 북한 당국은 드라마의 불법 유통을 철저히 차단하라는 지시를 전국 체제 보위기관들에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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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성익 기자 msjs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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