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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종합
[연평도 포격 2년] 연평도 주민 중 25명 상담하자… 전원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입력 : 2012.11.21 03:00
[3] 끝나지 않는 악몽
섬엔 정신과 전문의 한 명 없어… 인천까지 두 시간 넘게 가야
"사격 소리만 들어도 가슴 쿵쾅" 50대 주민, 軍훈련할 때마다 지난 2년간 70번 배 타고 나와
외상후 스트레스 환자 70%는 시간 흘러도 자연치유 힘든데 전체 주민 대상 진단조차 안해
지난 8월 초 인천광역시 의료원이 연평도 주민 25명을 진단한 결과, 전원이 심각한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증상을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그러나 지금 심층치료를 받는 주민은 1~2명에 불과하다. 2시간 30분 이상 배를 타고 인천까지 가야 하기 때문이다. 가까운 연평도 보건지소에는 치료가 가능한 전문 인력이 없다. 연평보건지소 관계자는 "보건지소에는 정신과 전문의가 없어, 신경안정제를 처방하는 것 외에 달리 뾰족한 수가 없다"고 했다. 의료원 관계자는 "이번에는 상담을 원하는 주민 25명만을 대상으로 한 것으로, 주민 전체를 진단하면 PTSD에 시달리는 사람들은 훨씬 더 늘어날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전체를 대상으로 한 진단 자체가 없는 것이다.
2년 전 연평도 연평초등학교에서 북한의 포격 도발 사건을 경험한 주원준(오른쪽)·원희 형제. 이 형제는 지금까지 후유증과 관련해 어떤 진단과 치료도 받은 적이 없다. 지난 3월 서울 강서구로 이사 왔지만 “아직도 헬리콥터가 지나가는 모습을 보면 깜짝 놀란다”고 했다. /김지호 객원기자
열악한 치료 현실에 비해 포격의 후유증은 심각하다. 연평도 주민 이모(56)씨는 우리 해병대가 사격 훈련을 할 때마다 배를 타고 뭍으로 나온다. 천둥이 내리치는 것 같은 K-9 자주포 소리에 가슴이 쿵쾅거려 견딜 수 없기 때문이다. 지난 2년 동안 배를 탄 횟수만 70여 차례다. 2주일에 한 번꼴이다. 의료 시설을 찾는 게 아니라 인천에 잠시 머물다 포성(砲聲)이 잦아들면 다시 연평도로 돌아간다. 이씨는 "인천에서 의사들이 상담한다고 해서 가봤는데 별 효과가 없어 그 이후로는 가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연평도가 생각날 때마다 불길에 타버렸던 벌거숭이 산이 눈에 아른거리곤 합니다. 그 산을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너무나 불쌍하고 안타깝습니다." 지난 6월 한 웅변대회에서 '추억의 연평도'라는 주제로 통일부 장관상을 받은 주원준(11)군의 얘기다. 원준군은 지금까지 한 번도 PTSD 진단·치료를 받은 적이 없다. 원준군은 "지금도 북한군이 쳐들어오는 꿈을 꾸고, 쾅쾅 포탄이 떨어지던 모습이 떠오른다"면서 "주변의 친구 대다수는 제대로 치료받지 못한 것 같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연평도처럼 주민들이 한꺼번에 외상후스트레스장애 증상을 호소하는 특수한 경우, 전담 의료팀이 따로 관리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PTSD 환자의 70% 정도는 시간이 흘러도 증상이 나타나는 등 자연 치유가 잘 되지 않기 때문이다. 유범희 삼성서울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PTSD 증상을 보이는 주민들을 인천·서울까지 나오라고 하는 것은 정부가 이들을 방치하는 것"이라며 "국립병원 의사들로 전담팀을 꾸리는 등 정부가 적극적으로 챙겨야 한다"고 말했다.
“연평도 지켜준 군인아저씨 고마워요”… 북한의 연평도 포격 도발 2주기(23일)를 사흘 앞둔 20일, 서울 김포공항 국내선 청사에서‘연평도 포격 도발 전사자 추모 사진 전시회’가 열렸다. 블루유니온, 교학연 등 시민단체 주최로 열린 이번 사진전에는 해병대원들이 연평도 포격 도발 전후에 찍은 연평도의 사진들이 공개된다. 이날 사진전의 고 서정우 하사와 고 문광욱 일병 영정 사진 아래 마련된 방명록에는“대한민국을 지켜주신 당신들이 있기에 저도 있습니다”“감사합니다”라는 시민의 추모 글이 담긴 포스트잇이 빼곡히 들어찼다. 이번 행사는 23일까지 계속된다. /채승우 기자 |
2012-11-22 19:4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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