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는 21세기를 시작하며 인터넷이 급속히 대중화되었다. 누구나 글을 올리고 댓글을 달 수 있는 온라인 커뮤니티의 등장은 인터넷의 활성화를 폭발적으로 촉진시켰고 한 시대의 유행을 넘어 오늘날에는 IT강국, 인터넷속도 1위라는 명예에 걸맞게 새로운 문화로 자리매김하는데 성공한다.
그러나 빛이 있으면 그늘이 생기듯 ‘악플(악성 댓글(리플))’이 사회적인 문제로 등장한 것도 이때부터였다. 일부 몰지각한 인터넷 이용자들은 익명성, 간접성의 그늘에 숨어 자신과 무관한 사람을 상대로 얼굴을 마주 보고는 입에 담기도 힘들 정도의 단어들을 쏟아냈고 이는 몇몇 공인들의 자살로 이어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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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간베스트저장소를 상대로 이뤄진 도배공격 ⓒ 일간베스트저장소 캡쳐 | ||
몇 년 전부터 이런 ‘악플러(악플+er,악성 댓글을 다는 사람이라는 뜻의 신조어)’들을 상대로 명예훼손, 허위사실유포 등의 혐의로 소송이 진행되며 최근에는 맹목적이고 원색적인 비방은 비교적 줄어들었으나 선거철을 거치며 정치현안을 중심으로 다시금 이런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특정 정치성향을 가진 커뮤니티에서 대세와 반대되는 성향을 가졌음을 밝히면 본인의 이념과 무관하게 ‘수구꼴통’,‘친일파’,‘빨갱이’로 매도당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다. 이는 좌파, 우파를 가리지 않고 발생하는 매카시즘에 가깝다. 자신의 정치성향이 좌파임을 밝히면 ‘빨갱이’,‘종북주의자’ 등 극좌로 분류당하며 반대로 우파임을 밝히면 ‘수구꼴통’ 등의 모욕적인 표현을 들을 수 있다.
이렇게 원색적인 비난에 시달린 누리꾼들은 급기야 좌우로 갈라서서 각자 자신들만의 커뮤니티를 만들었다. 이들 간에는 다른 커뮤니티에서 자신들의 커뮤니티를 구경하러 오는 행위를 ‘첩자질’로 규정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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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의 유머 이용자를 '오유선비'로 지칭하는 일간베스트저장소 이용자들 ⓒ 일간베스트저장소 캡쳐 | ||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 가운데 인기가 높기로 손꼽히는 일간베스트저장소(일베), 오늘의 유머(오유)의 반목이 대표적인 예이다. 일베는 우파 성향을, 오유는 좌파 성향을 띄고 있는데 이들은 극단적으로 상대 커뮤니티 유저를 배척하는 모습을 보일 때가 있다. 다른 커뮤니티로 활동 거처를 옮길 때에는 ‘귀순’,‘망명’등의 과장된 표현이 사용된다.
이들은 서로 상대 커뮤니티 이용자를 ‘일베충(蟲,벌레라는 뜻)’,‘오유 선비(조선시대 선비와 같은 가식적인 언사를 비꼬는 별명)’이라는 칭호로 상대를 비하한다. 비방을 하고자 한다면 여기에 말초적이며 원색적인 욕설까지 더해진다. 상대의 얼굴을 직접 마주본다면 차마 입 밖으로 나오기 힘든 표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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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일간베스트저장소 이용자를 '일베충'으로 지칭하는 오늘의 유머 이용자들 ⓒ 오늘의 유머 캡쳐 | ||
몇몇 누리꾼들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나의 표현의 자유’는 합당하게 누릴 수 있는 권리이지만 ‘상대의 표현의 자유’는 존중하지 않는다.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해당 커뮤니티의 정치성향에 맞지 않는 글을 운영진이 나서서 무차별 삭제하기도 한다. 자유국가가 맞는지 의심스러운 모습이다.
우리나라는 국가의 존립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는 헌법에 의거해 좌파나 우파, 진보나 보수에 관계없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다. 이 같은 자유를 지키기 위해 수많은 피가 한반도에 흩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몇 누리꾼들은 스스로 이런 자유와 유연성을 포기하고 특정 정치성향이나 이념만이 허용되는 통제체제를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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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 인턴 기자 tlstkdqkdw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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