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은 25일 박근혜 제18대 대통령의 취임을 맞아 논평을 통해 “소통, 존중, 화해로 민심을 살피라”고 요구했다.
이어 “평화가 안정, 통일이 복지라는 인식으로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를 진행하길 바란다”며 “더불어 신냉전 종북 논리로 진보진영을 배제 고립시키는 것은 구시대적 발상”이라고 강조했다.
‘진보’는 종북의 동의어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통합진보당은 스스로 “종북 논리는 진보진영을 배제, 고립시킨다”고 주장했다. 이는 대한민국에는 ‘보수’와 ‘종북’으로 일컬어지는 두 분류만이 존재한다는 이분법적 발상이라는 것이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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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통합진보당 강병기 경남도당 위원장 ⓒ 연합뉴스 | ||
지난 21일까지 통합진보당에서 비상대책위원장을 지냈던 강병기 위원장은 지난 22일 경남도당 위원장에 단독 출마해 93.4%의 찬성표를 얻어 당선됐다.
강 위원장은 지난 21일 민중의 소리와의 인터뷰에서 “종북 논쟁은 2008년에 새로이 등장한 변종의 반북 대결 논리”라고 주장했다. '종북'이라는 용어가 보수 진영의 정치적 공격 수단이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종북주의’라는 단어는 지난 2001년 당시 사회당(현 진보신당)의 원용수 대표가 ‘친북’이라는 표현과 구분하기 위해 사용해 널리 확산되게 됐다.
강 위원장은 “그 전까지 수구 보수진영에서 반북 대결 논리를 펼칠 때는 북을 직접적으로 비난하거나 정치적으로 공격하는 방식의 선전을 했었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이게 안 먹히자 우리 사회의 특정 세력이나 인사를 ‘종북’으로 몬다”고 주장했다.
북한의 3대 세습 독재 체제나 북한 주민들의 인권에 대한 비판을 ‘정치적 선전’으로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북한의 현실에 대한 우려와 비판을 ‘선전’으로 여긴다면 북한의 핵무기나 북한 동포의 인권 문제 역시 의미있게 들리지 않을 것으로, 대한민국 제2야당의 안보관으로 보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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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북 주사파 의원' 퇴출 촉구 기자회견을 하는 한국자유총연맹 회원들 ⓒ 연합뉴스 | ||
또한 “진보라 자칭하는 인사들의 일부도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서, 함께 해왔던 사람들을 종북으로 몰아세워 저들 앞에 내동댕이쳐 놓고 발로 차는 행위를 하고 있다”는 발언으로 진보인사들을 공격했다.
강 위원장의 이러한 발언은 진보진영 내에서 끊임없이 종북주의자를 배척하며 ‘종북좌파’가 아닌 ‘진보’가 되기 위해 ‘물갈이’를 시도하는 움직임에 대한 비난으로 해석된다.
진보인사들의 종북주의 자정 노력에 대해 “인간적으로, 도덕적으로, 민족적으로 용납하기 어렵다”고 맹비난한 강 위원장이 원하는 ‘진보’란 ‘종북 자체와 동의어’라는 해석이다.
강 위원장은 “솔직히 말해보자”며 “대한민국 사회에 종북이란 것이 존재할 수 있는가? 그 많은 공안과 정부 기관들, 국가보안법 체계가 시퍼렇게 살아있는데, 저들이 말하는 종북이 실체로서 존재할 수 있을까”라고 말했다.
지난 1991년 국가보안법은 개정을 통해 적용 대상을 대폭 축소했다. 개정 이전에는 북한을 찬양하기만 해도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처벌받았으나 개정 이후에는 재판부의 주관적 해석요건을 추가해 ‘국가의 존립을 위태롭게 하는 명백한 행위’가 있어야 처벌하는 방향으로 바뀌었다.
형량도 대폭 낮아졌다. 고정간첩으로 17년간 활동했던 이병진은 8년형을 받는데 그쳤으며 육군에서 8년간 통신반장으로 일하다가 월북해 북한의 지령을 받고 재입국한 뒤 간첩활동을 하던 예비역 중사는 4년형을 받는데 그쳤다. 북한을 찬양, 고무하거나 이적표현물을 소지, 배포한 경우에는 실형을 받지 않는 모습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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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1년 검거된 '왕재산 간첩단'의 조직도 ⓒ 연합뉴스 | ||
정부 통계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북한에 대한 찬양과 고무, 회합 및 통신, 이적표현물 소지 등으로 국가보안법을 위반해 검거된 자들이 170명에 달한다. 지난 2011년 검거된 '왕재산 간첩단'은 오는 2014년까지 인천의 군부대, 방송국, 행정기관, 학교 등을 무력 점거하고 시민들을 선동해 반정부 폭동을 일으키는 계획을 세워 실행에 착수하던 중 우리 당국에 적발되기도 했다.
이런데도 강 위원장은 “종북이 실체로서 존재할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같은 당의 김재연 의원을 비롯해 종북 논란에 휘말렸던 많은 인사들이 “종북이 무엇인지도 모른다”고 답했다.
진보진영에 오래 몸담았던 이들이 실제로 ‘종북’의 개념을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강 위원장을 비롯한 몇몇 좌파 정치인들은 “종북이 존재할 수 없다”, “종북보다 종미가 문제”, “종북 논란은 해묵은 색깔론” 등의 발언으로 종북 성향을 가리고자 한다는 비판이다.
종북세력에 대한 국민들의 경계심과 반감이 높은 가운데 강병기 위원장의 이같은 발언은 통합진보당의 현주소를 말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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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 인턴 기자 tlstkdqkdw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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