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연합뉴스
Ⅴ. 어이없는 초기 대응
어떤 사고든 초기 조치가 90% 이상을 차지한다. 초기에 대응을 잘했다면 대부분의 승객이 구조되었을 것이다. 선장과 해경이 초기 조치를 잘못한 것이 가장 큰 문제이며, 침몰한 이후에는 몇십 배, 몇백 배의 노력으로도 생존자 구조가 쉽지 않다.
가. 선장이 제대로 조치했다면 대부분 구조됐을 것이다.
세월호가 60° 이상 기울어졌을 때 선장이 즉시 구명조끼를 착용토록 지시하고 구명정을 바다에 띄우며 퇴선명령을 내리되 승무원과 교사의 인솔을 따르도록 했다면 아무 혼란도 없을 것이고, 승객이 총원 퇴선 할 때까지 현장지휘를 했다면 영웅이 되었을 것이다. 그러나 선장이 구조 1호로서 제일 먼저 탈출했다.
전 세계적으로 지금까지 전통적으로 지켜져 온 해양인의 정신을 찾아볼 수 없었다. 자기 배뿐 아니라 인근에서 조난을 당해도 즉시 달려가는 것이 뱃사람이다. 우리 아라온호가 남극을 향해 가는 중 러시아 선박 사고소식을 듣고 우회하여 현장으로 가 1주일 이상 지체하면서 구조해 주었다. 그러나 세월호 선장이 승객과 배를 버리고 도주해 버린 것이다. 마치 대구 지하철 화재 시 기관사가 승객이 안전하게 대피하도록 조치를 하지 않고 제일 먼저 도망을 해 버려 화재 속에서 참변을 당했던 것과 같다. 기관사가 도망을 하더라도 지하철 도어만 열어 주어도 많은 사람이 탈출했을 것이다. 선장이 끝까지 배와 함께하지 않더라도 제대로 퇴선조치를 했으면 이런 비극은 없었을 것이다.
나. 해경의 선내 진입이 있었다면 더 많은 인원을 구조했을 것이다.
해경은 구조본부를 설치하고 최초로 100톤급 해경정 123호정을 보냈으나 전문 구조 장비를 갖추지 않았고 밖에 보이는 승객만 구조했다. 구조헬기도 도착했으나 역시 전문구조장비와 인력이 없었다. 세월호가 기울어져 있을 때 선실 유리창을 깨고 들어가 구조를 했어야 했다. 09:30시에서 10:30시까지 1시간의 시간을 허비한 것이다. 해군은 가장 근거리에 있었던 함정은 유도탄 고속함으로 선체에 접근하여 구조할 수 없을 뿐 아니라 도착했을 대는 이미 1100시가 넘어서 초기 상황이 끝난 후였다. 해군의 헬기도 구조헬기가 아닌 대잠헬기, 상륙작전 헬기라 구조에 적합하지 않다. 천안함 사건시에도 현장에 고속정과 초계함이 도착했지만, 구조능력을 다소 갖춘 해경에 맡긴 것이다. 해경정과 구조헬기에 전문 구조 장비가 없었다고 하나 모든 함정은 보수 도끼가 있어 유리창을 깨고 선실 내로 들어가 구조를 할 수 있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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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과하는 김석균 해양경찰청장김석균 해양경찰청장이 30일 오후 진도군청에서 열린 범정부사고대책본부 브리핑에서 세월호 침몰 사고 피해 가족과 국민들에게 공식 사과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 ||
Ⅵ. 세월호 해난구조의 문제점
세월호에 대한 구조의 가장 큰 문제점은 한마디로 말해 전문 인력이 없었다는 것이다. 침몰 순간에도, 초기 구조작업도, 사후 수습과정과 언론보도 과정 등 어디에도 전문가가 없었다. 그래서 전문가가 없었으므로 도출된 여러 문제점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가. 승객이 몇 명인지 누구도 알 수 없다.
승객의 숫자를 여러 번 번복하여(477명→462명→459명→475명→476명) 정부를 불신하는 최초의 단초가 되었다. 그러나 지금 이 승객의 숫자도 정확한지 알 수 없다. 일반 승객 중에 기록을 제대로 하지 않은 사람도 있고, 신분노출을 우려하여 승선자 명부에 가명을 쓰거나 아예 기록하지도 않으며, 회사관계자와의 친분으로 무임승선자도 많고, 컨테이너 등 화물차는 직접 차를 배에 몰고 들어가므로 승선자 명부에 기록하지 않으며 화물차에 다른 가족도 탈 수 있다고 한다. 그리고 출발 직전 늦게 도착하면 기록 없이 타는 사람도 있다. 나중에 구조작업이 끝난 이후에도 총원을 구조했는지 확인할 수가 없을 뿐 아니라 명부에 없는 시신도 생기며 삼풍백화점과 대구 지하철 참사 때처럼 허위실종자 신고도 나타날 수 있다.
나. Air Pocket은 존재했을까?
천안함 피격 시는 Air Pocket으로 생존 가능 시간이 60시간이라고 하며 공기를 불어넣는다고 했지만, 완전 침몰한 선박에는 100% 침수되어 Air Pocket이 존재할 수 없다. 마치 바케츠를 엎으면 상부에 공기가 남아 있을 수 있으나 바케츠가 가라앉으면 공기는 남아 있을 수 없다. 천안함 당시 어디에다 공기를 불어넣었는지 모르겠다. 본인은 그날 총원이 사망했다고 판단했었다. 세월호는 나이지리아 선원의 기적적 상황을 고려하여 근거 없이 72시간 생존이 가능하다고 보도를 했다.
심지어 공기를 불어넣으면 연장할 수 있다는 보도까지 있었으나 선실의 문도 열지 못했는데 어디로 공기를 넣을 수 있다는 것인지 모르겠다. 설령 Air Pocket이 존재하더라도 크기와 인원수를 고려한 산소량을 계산하지도 않은 시간이었다. 특히 세월호는 전복되어 공기가 빠지는 모습이 보였으며 노출된 부분은 구상선수(Bullbous Bow)와 평형수 탱크(Ballast Tank) 부분인데 평형수 탱크에 충수하지 않아 선수 부분이 떠 있는 것이지 Air Pocket이 아니다.
그리고 승객이 Air Pocket이 있는 격실에 있었다면 모르겠으나 전복된 상태에서 전원이 완전히 차단되어 깜깜한 격실의 맨 밑바닥 3층과 4층 객실에서 그곳까지 찾아갈 수가 없다. 객실에 물이 차게 되면 저체온증과 관계없이 사망할 수밖에 없으며 4일이 지난 후에도 Air Pocket을 언급하여 실종자 가족에게 ‘희망고문’을 주었고 생존자를 구조하지 못한 책임만 안게 되었다.
다. 현장 지휘본부와 주 현장구조팀이 누구인가?
현장 구조지휘본부가 해군인지 해경인지 분간이 안 되고 현장 구조팀도 해군 SSU인지 아니면 해경 특수구조단인지 지휘 일원화가 되지 않았다. 현실로 보면 해군이 더 나은 구조능력을 갖고 있지만, 책임은 해경에게 있다. 일사불란한 현장 지휘체계가 이루어지지 않아 혼선을 가져왔다. 해군도 해경도 대형 해난 사고에서 완벽하게 구조할 능력을 갖추고 있지 않다. 사고 이후 가장 큰 문제는 현장의 구조능력이 부족하다는 데 있다. 해군의 SSU는 세계적인 수준이지만 인원과 장비가 부족하며 해난 사고에 대한 책임을 지고 있는 해경의 능력은 더 부족하다. 해경에는 전문 구조함인 3001함은 대부분 구조 장비가 고장이 나 있고 경비를 겸하는 경비 구난함만 운용하고 있다.
라. 과도한 대책본부와 불필요한 인력과 세력이 동원되었다.
안전행정부 장관이 중앙 재난안전대책 본부장을 맡았다가 국무총리가 다시 총괄을 맡았는데 지식과 경험이 없고 보고체계만 늘어날 뿐 아무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리고 해군총장이 현장에 나가 있었지만 구조 전대를 지휘하는 5전단장이 나가야 하고, 수많은 함정과 항공기를 투입한다고 구조가 되는 것이 아니다.
육해공군이 동원된 모습을 보이려 한 것인지 모르지만 육군 특전사가 할 일이 무엇이며 공군의 조명탄 투하도 2~3분의 짧은 조명시간으로 의미가 없었으며 차라리 24시간 불을 밝힐 수 있는 오징어잡이 어선이나 다른 선박의 조명 또는 LED를 설치했어야 했다. 그리고 선체인양을 결정하기 이전 하루 1억 2천만 원의 비용이 들고 조선소 공정 차질을 줄 해상 크레인과 플로팅 도크가 2주 이상 현장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마. 민간잠수사가 도움이 될 수 있는가?
민간 잠수사가 한 명이라도 구조하기 위해 자원봉사 차 왔지만, 해경이 막아 잠수할 수 없다고 한 방송에서 인터뷰를 했다. 그러나 해군, 해경, 업체와 계약된 잠수사가 아니면 투입할 수 없다. 같은 민간 잠수사라도 업체에 속해 있으면 대표를 통해 통제가 가능하지만 개인 잠수사는 그 자격과 능력을 확인하기도 어려우며, 만약 사고가 생기면 대단히 곤란한 상황이 생긴다. 해경이나 민간인 잠수사도 대부분 해군 SSU, UDT 출신이지만 현역처럼 강한 훈련을 받지 않을 뿐 아니라 UDT는 작전요원이지 구조요원이 아니다.
고 한주호 준위도, 치료를 받은 대원들도 UDT 출신이 많다. 그런데 전문 해난구조 잠수사가 있는데 검증이 안 된 민간 잠수사는 방해가 될 가능성이 많다. 실제로 300여 명의 민간 잠수사 중 16명이 잠수했으나 조류에 밀려 10분을 견디지 못했고 현수막을 준비하고 사진만 찍고 간 잠수사도 있었다고 보도되었으며, 결국 잠수를 하게 되면 보상을 해야 하니 구조작업에 참여하고자 하는 사업적 목적이었다. 해군 SSU도 300명 중 심해 해난구조를 할 인원은 70명 정도인데 평소 훈련이 안 된 민간 잠수사는 큰 도움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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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월호참사> 고개숙인 이종인 대표 세월호 침몰 사고 16일째인 1일 오후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서 알파잠수기술공사 이종인 대표가 해난구조지원 장비인 "다이빙벨 사용은 실패"라고 기자들의 질문에 답한뒤 고개를 숙이고 있다. 2014.5.1 ⓒ 연합뉴스 | ||
바. Diving Bell, ROV(Remotely Operated Vehicle)은 효율적인가?
알파 잠수대표 이종인은 본인이 고안 제작한 Diving Bell로 20시간 작업이 가능하다고 한 방송 인터뷰에서 주장했지만, 현지에 와서 40~50분으로 말을 바꿨다. 해군의 구조업무에 종사했던 모든 제독과 대령 뿐 아니라 현역 중 최선임 구조전문가인 김 모 대령도 Diving Bell을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왜냐하면, 세월호 선체 안으로 들어가건 Diving Bell 안에서 대기를 하건 똑같은 잠수시간이므로 20시간 체류가 불가하므로 불필요하고 강한 조류에 밀려 더 위험하다고 보고 있다.
해군은 이종인의 Wet Diving Bell보다 더 성능이 우수한 Closed Diving Bell과 포화잠수용 이송장비 PTC(Personal Transfer Chamber)를 보유하고 있지만, 실제 도움이 되지 않아 사용하지 않았다. 그러나 가족들의 요구에 따라 어느 대학과 이종인의 Diving Bell을 사용해 보려 했으나 도움이 되지 않아 다 철수했다. 참고로 이종인 것과 같은 해군의 Diving Bell은 박물관에 보관하고 있다. ROV는 탐색용으로 사용하지만, 선체진입을 통한 작업은 불가능하다. 미 해군의 ROV도 투입했으나 효과가 없어 다 철수했다. 최고 전문가들이 목숨 걸고 작업을 하고 있는데 불필요한 주장으로 혼란을 주고 국론을 분열시켰다.
사. 해난구조 및 대응을 위한 현장조직이 미비했다.
서해 페리호 사건시에는 해경에 특수구조단이 없어 해군이 담당했다. 그때 해군은 현장구조팀, 현장지원팀, 유가족지원팀, 언론/국민공보팀을 구성했다. 현재 중앙 재해 안전대책 본부는 복잡한 조직과 많은 단계만 있을 뿐 실질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조직이 없다. 그러다 보니 혼란만 가중되고 구조는 지연되며 국민의 불신만 가증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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