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식에는 풀이가, 주장에는 근거가 뒤따라야 한다. 근거가 뒤따르지 않는 주장은 이성이 아닌 감정에 호소하는 메아리에 그칠 뿐이다. 초등학교 5학년 2학기 교과서 ‘말하기 듣기’에서 나오는 내용이다. 2010년을 기준으로 우리나라 어린이들의 초등학교 졸업률은 98.6%에 달한다. 외국에 비해 월등히 높은 비율이다. 우리나라 초등학교에서는 낙제나 유급제도가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처럼 근거가 뒤따르는 주장이 상식이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상식을 벗어나는 사람들이 있다. 오마이뉴스는 지난 7일 [‘불쌍한 박근혜’와 ‘독한 이정희’의 함정]이라는 기사를 통해 종북주의 논란을 ‘유신독재의 산물’이라고 주장했다.
이 기사는 “유신의 최대 명분은 ‘반공’이었다”고 주장하는데 이어 “오늘의 종북론은 유신교육의 소산임이 명백하다. 오늘의 종북론은 과거의 유신만큼이나 광포하고 강압적이며 살벌하다”며 정치인에 대한 사상검증 여론을 유신독재의 잔재라고 말했다.
다소 비약적인 주장도 서슴지 않았다. 기사는 “과거의 친일세력이나 유신독재를 비판해도 종북이라고 하고, 이명박 정권의 악정과 실정을 말해도 종북이라고 매도한다. 평화통일을 입에 담아도 종북이라고 하고, 정의와 인권이라는 말에도 종북을 들이댄다”며 “종북은 무소불위의 형태”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주장을 뒷받침할 구체적인 근거나 자료사진, 판례는 제시하지 않았다. 전형적인 마타도어다.
오마이뉴스의 주장은 “보수주의자들이 ‘진보’를 ‘종북’으로 매도했다”는 것이 주류를 이룬다. 그러나 어떤 보수주의자들도 건전한 진보세력을 종북주의자로 매도한 적은 없다. 오히려 ‘진보’,‘평화통일’을 가장한 세 주체사상파, 종북주의자들이 있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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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종북자 무리들이 싫어요"라는 발언으로 지지층을 형성한 배우 배슬기 ⓒ연합뉴스 | ||
평화통일, 자주통일을 주장했던 조국통일범민족연합(범민련), 한국대학총학생회연합(한총련), 조국통일범민족청년학생연합(범청학련), 한국청년단체협의회(한청),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실천연대) 등의 단체들은 북한을 찬양, 고무하거나 북한과 직간접적으로 접촉한 사실이 확인되어 이적단체 판결을 받았다.
오마이뉴스는 “종북이라는 주술을 입에 달고 사는 사람들은 ‘국가안보’가 자기들만의 전유물인 줄 안다”며 “안보를 최고의 가치로 삼을 뿐만 아니라 유일무이한 가치로 여긴다. 민주주의에 필요한 여타 가치들은 안보를 저해하는 것으로 여기며 무조건 종북 혐의를 들이대고 본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국가안보를 위해 힘쓰는 애국자들을 졸지에 색깔론자로 몰아붙이는 모습이다.
민주주의적 가치는 존중되어야 옳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세계 유일의 냉전국가이며 분단이라는 특수한 상황 속에 하루하루를 살아나가고 있다. 지금도 휴전선 너머에서는 적화통일을 위한 물밑 작업이 분주하게 진행되고 있다. 북한은 세계가 인정한 위협이다. 10년 전, 미국의 부시 대통령은 북한을 악의 축(axis of evil)이라고 지칭하기도 했다. 그로부터 10년이 지나 장거리 로켓을 개발하고 핵탄두 소형화에 성공했다는 소식이 들려오는 지금은 더더욱 그렇다.
북한이 악의 축이며 세계평화를 위협한다는 사실은 전 세계가 인정하는 것이지만 우리나라의 몇몇 진보주의자들은 이를 인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북한에 제재를 가하는 미국을 비방하고 성조기를 태우며 북한을 옹호하기에 급급하다. 우리민족련방제통일추진회의(련방통추)의 강희남 의장은 “북한이 핵을 더 많이 가질수록 양키 콧대를 꺾을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런 사람들이 바로 우리사회에 만연한 종북주의자들이다. 그러나 오마이뉴스는 이를 묵인하며 “우파가 진보를 종북으로 매도한다”고 주장한다. 사상검증 여론을 무력화시키려는 모습이다. 의도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북한 역시 같은 주장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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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한의 대남전단(삐라)ⓒ블루투데이 | ||
작년 추석을 앞두고 경기도 북부와 강원도지역 일대에 살포된 북한의 대남전단을 살펴보면 ‘종북대결은 북남대결을 격화시키고 전쟁의 불꽃을 튕기는 화약입니다’, ‘동족대결교육에 속지 말고 련북화해로 이 땅의 평화를 지킵시다’, ‘국방부의 종북교육은 이들을 두 번 죽이고 있습니다’, ‘종북교육은 독재옹호교육’,‘국방부와 새누리당은 당신들을 유신군대로 양성하고 있습니다’ 등 종북주의자에 대한 사상검증 여론을 유신독재와 연결시키려는 시도가 눈에 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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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한의 대남전단(삐라)ⓒ블루투데이 | ||
호시탐탐 적화통일의 기회를 엿보는 북한을 막아내기 위해 종북주의자를 골라내는 것은 진보, 보수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 특정 정당이나 정치인, 지역과도 무관하다. 보수가 진보를 종북으로 매도한다는 마타도어는 그에 맞는 합당한 근거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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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북한의 대남전단(삐라)ⓒ블루투데이 | ||
지난 대선 당시 민주당은 새누리당을 상대로 수많은 마타도어를 늘어놓았다. 여태까지 총선, 대선을 앞두고 여야간에 오가는 마타도어와 그에 뒤따르는 고소, 고발과 선거가 끝난 후에 조용히 서로 고소, 고발을 취하하는 모습은 선거철의 클리셰이자 여야가 암묵적으로 인정하는 관행이 되었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이번 대선에서 있었던 고소와 고발에 대해 “취하하지 않겠다”며 강경한 입장을 취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은 선거철에 오간 수많은 발언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지게 될 예정이다. 이처럼 근거 없는 주장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윤리적인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법의 철퇴를 맞고도 할 말이 없어지는 경우도 있다.
오마이뉴스는 근거 없이 주장만을 내세워 보수세력을 색깔론자로 매도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북한 역시 대남선전에 있어서 같은 논조를 취하고 있다. 이것이 단순한 우연의 일치인지, 모종의 개입이 있었는지는 알 수 없는 일이지만 그 목적이 ‘사상검증 여론의 무력화‘로 비춰진다고 해도 비약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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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 인턴 기자 tlstkdqkdw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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