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한내 좌익세력
남한은 미 군정의 사실상 무정책에 남한을 매우 혼란하게 했다. 특히, 북한과 연결된 남한내 좌익공산세력의 끈질긴 파괴적 활동으로 혼란이 극심할 수 밖에 없었다. 해방 직후 남한에서 좌익공산세력이 정국을 장악할 수 있었던 요인을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지정학적으로 한반도는 소련과 국경이 접해 있었서 일본강점기부터 한국인 공산주의자들이 시베리아와 간도 지역에 거점을 두고 있었으며, 두만강 주변에서는 친소 성향의 빨치산의 활동이 가능했다. 소련은 그들을 통해 한반도 적화를 노릴 수 있었다. 실제로 해방 직후 소련은 한국인 부대를 대동하고 들어왔다. 그리고 그들과 연결된 남한내 좌익공산세력들은 재빨리 조선 인민 공화국을 세워 그들의 세력을 확대할 수 있었다.
둘째, 남한의 민족주의자들은 명분론과 신중론에 중점을 두어 신속히 활동을 하지 못하고, 해외 민족 지도자들의 귀국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얼마 후 해외 민족 지도자들이 귀국했지만 오래 해외에 있었기 때문에 국내에는 기반이 없어 세력 확장에 지장이 컸다.
셋째, 북한은 풍부한 지하 자원과 일본강점기에 건설된 공업 지역이 많았던 것에 비해, 남한은 경우 농업에만 의존하고 있었다.
넷째, 남한은 북한보다 인구가 2배나 많았기 때문에 사회,경제적으로 어려웠다.
남한의 좌익공산세력들은 위의 네가지 조건을 교묘하게 이용하여 대중을 선동하여 지지기반을 넓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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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운형 ⓒ 한국민족대백과 | ||
건국 준비 위원회와 조선 인민 공화국
1945년 8월 15일, 일본이 패망하면서 조선총독부 정무총감 역임했던 엔도 류사쿠는 여운형을 만났다. 치안권, 행정권 포함한 모든 권한을 여운형에게 인계하고 한반도에서 철수하는 일본인의 신변보호를 요구했다. 여운형은 다음과 같이 조건을 제시하였다.
1. 모든 정치범을 즉시 석방할 것.
2. 당장에 경성 시민이 먹고 살 수 있을 만큼의 식량을 확보해줄 것.
3. 우리 조선이 주체적으로 치안을 맡는다.
4. 치안 유지와 건설 공사에 총독부는 방해하지 않는다.
5. 학생들과 청년들 활동을 총독부는 방해하지 않는다.
여운형으로서는 거부할 이유가 없었다. 일본군이 철수하면서 조선인들을 죽이려는 것과 조선인들이 일본인들에게 보복 행위들을 막음으로서, 거기에 휩싸여 피해보는 양민들을 막아 보겠다는 의도다. 정치적으로는 해방 후 정국을 주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선 총독부는 해방하기 전인 8월 12일부터 온건적인 독립운동 지도자 송진우에게 접근하여 독립 준비를 해도 좋으니 시국을 담당해 달라고 요청했다. 송진우는 거절했다. 이유는 임시정부에 정통성을 두었고 조선총독부에 인수를 받아 정국을 맡으면 정통성이 없기 때문였다. 그리하여 조선총독부는 여운형에게 접근한 것이다.
건국 준비 위원회는 해방 후 처음으로 등장한 정치단체다. 1944년 8월, 여운형은 일본이 오래가지 않아 패망할 것을 예상했다. 좌익계열 사람들을 이끌고 ‘건국 동맹’이란 단체를 비밀리 결성해 일본으로부터 해방 후 정국을 주도할 준비를 했다. 1945년 8월 15일 해방 당일 ‘건국 준비 위원회’로 격상했다.
여운형은 임기응변에 능하고 대중을 움직이는 웅변술이 뛰어나 해외 독립 인사들과 미군이 들어오기 전, 자신과 지지세력들을 중심으로 어떤 확고한 체제를 만들어 정국을 주도하려 신속히 움직였다. 더 나아가 해외의 독립인사들과 임시정부 인사들까지 흡수시키려는 의도였다.
건국 준비 위원회는 초기부터 핵심 부서를 좌익들이 장악했다. 특히 2차 개편 때는 공산주의 세력이 더 많이 침투했다. 건국 준비 위원회는 공산당의 전위 조직으로 전락하고 말았다. 2차 개편으로 간부직에 오른 치안부의 최용달, 건설부의 강국, 조사부의 최익한은 모두 공산주의자였다.
처음에는 안재홍 등 민족주의 세력을 포함시켰으나 안재홍과 그 지지세력들은 건국 준비 위원회의 좌경화에 불만을 품고 이탈하고 곧 건국 준비 위원회는 부위원장에 ‘허 헌’을 앉히고 국가 ‘조선 인민 공화국’을 선포했다.
그러나 미군이 곧 상륙할 것이라는 소식을 들은 여운형은 인민 공화국 수립에 혈안이 되었다. 그 이유는 북한에서 소련군이 공산주의자들에게 행정을 인계시킨 과정을 밟은 것과 똑같이 될 것이라고 착각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재빨리 인공(人共)을 날조했다.
1945년 9월 6일 경기 여고 강당에서 ‘인민 대표’ 300명이 모여 국호를 ‘조선 인민 공화국’으로 정하고 중앙 인민 위원 55명, 후보 위원 20명 중 16명이 조선 공산당 당원이었다는 점을 볼때, 인공은 일방적으로 날조한 단체였다.
심지어 귀국하지 못하고 있던 해외 독립 인사들의 이름을 도용하여 국가 주석에 이승만, 내무에 김구, 외무에 김규식, 재무에 조만식, 사법에 김병로, 문교에 김성수, 체신에 신익희 등을 본인의 의사와는 관계 없이 임명했다. 물론 실권은 없었다.
이러한 의도는 곧 상륙할 미군으로부터 인민 공화국이 국민의 뜻으로 만들어진 것처럼 보여주어 행정권을 이양 받으려는 의도였다.
좌익들은 조국 광복을 위해 해외에서 항일운동을 한 해외 독립 인사들을 기다리지도 않고 일방적으로 그들의 이름을 도용하여 얕은 꼼수를 부리려 했다. 그러나 1945년 10월 10일에 미군정으로 ‘인공’은 부인되었다.
이승만은 11월 7일 중앙 방송을 통하여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한 사람으로서, 임정과 타협이 없이는 아무데도 관계할 수 없다고 인공의 국가 주석 취임을 거부했다. 그 뒤에 귀국한 임시정부 인사들로부터도 냉대 받아 인공은 해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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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운형과 박헌영에 의해 날조된 '조선 인민 공화국'의 국무총리를 맡았던 허 헌 ⓒ 다음 누리꾼 블로그 | ||
남한내 민족,우익세력
한국민주당과 미군정
해방 직후 좌익세력들이 분주하게 움직였던 것과 달리 국내 민족진영 지도자들은 곧 상륙할 미군의 동향을 지켜보고 해외 독립 지도자들의 귀국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한 가운데 여성 지도자들의 움직임은 고무적이였다.
1945년 8월 18일 임영신, 이은혜, 박현숙, 황현숙 등이 발기하여 10월 3일에 창당을 한 ‘대한 여자 국민당’은 처음으로 해외에 있는 이승만을 대통령으로 모셔오자는 결의를 했다. ‘대한 여자 국민당’은 민족 진영으로서는 최초의 ‘여성 정당’이였다.
8월 28일에는 김병로, 이인, 백관수 등의 중심으로 조선 민족당이 창당되었다. 이 정당은 건국 준비 위원회를 반대하고 임시정부를 지지했다. 한때 여운형과 손 잡았던 안재홍도 건국 준비 위원회를 탈퇴하고 9월 1일에 중도우파 정당인 국민당을 출범하고 역시 임시정부를 지지했다.
이때까지 잠잠히 있던 송진우와 김성수는 조만식과 함께 1945년 9월 1일, ‘대한민국 임시정부 환국 환영회’를 조직하여 임시정부를 적극 지지했다. 9월 17일에는 김준연,장택상 등 330명과 함께 반공주의 정당인 ‘한국 민주당’을 출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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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민주당의 외무부장 장덕수 ⓒ 경남도민일보 | ||
한국민주당은 행정권을 조선총독부로부터 받을 것이 아니라 미군정으로부터 받을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리고 현실적으로 미군정 단계를 거치지 않고는 치안 유지나 행정을 운영할 수 없다고 판단하여 미군정에 적극 협력했다. ‘한국민주당’의 외무부장 장덕수를 비롯한 간부들은 자주 미군정청을 방문하고 교류했다.
한국민주당의 주요 인사들은 모두 미국 대학 출신이었다. 대표적인 예로 장덕수, 조병옥, 윤치영, 허정, 장택상이 그러하였고 미군을 따라 같이 귀국한 이순용은 장덕수와 도미 유학 당시 동지였다.
미군정 역시 자신들에게 적극 협조했던 한국민주당과 긴밀히 유대 할 생각이였다. 또 미군정은 한국민주당 간부들을 대거 임명했다. 민족 진영에게는 미군정에게 자신들의 의견을 반영시킬 아주 좋은 기회를 얻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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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민국 초대 대통령 이승만 ⓒ 청와대 공식 홈페이지 | ||
이승만의 등장
해방이 되고나서 정국은 점점 혼란스러웠고 좌우대립은 더욱 극심해져갔다. 1945년 10월 16일 이승만은 71세의 칠순을 넘은 나이로 귀국했다. 미국으로 망명한지 33년만이다. 이승만은 한국인 최초로 미국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사람이였고 임시정부의 초대 대통령으로 부임하였다. 또 국제 사회에서 일본의 야욕과 잔혹성을 국제사회에 널리 알렸다. 이승만은 주관이 뚜렷하고 강해 사실 미국이 반긴 인물은 아니였다.
이승만은 철저한 반공주의자의 선구로서 공산당의 정치 행각을 아주 잘 알고 있어서 UN 창립 총회에서도 연립정부를 반대 했고 임시정부 시절에도 공산주의자와의 연대도 적극적으로 반대했다.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 이승만의 명언이다. 좌우 정당들이 이승만을 총재로 추대 하려 했을때 이승만은 모두 거절 했다. 이승만은 국민이 하나라 뭉쳐야 힘이 생긴다고 주장함으로서 단결을 강조했다.
그 실례로 이승만은 조선 공산당 영수 박헌영과도 단독 회담을 하여 친일파 문제를 놓고 협의했다. 그러나 큰 효과는 보지 못했다. 이승만은 “건국 사업에 친일파를 제외하자는 것은 찬성하지만 지금은 사태가 급하니 우선은 보류하자”는 주장이였고 박헌영은 “친일파 문제를 제외하면 이승만 박사와도 손잡을 의향은 있다”라고 밝혔다.
이승만은 11월 7일 중앙 방송을 통해 조선 인민 공화국의 국가 주석 취임을 거부하였고 임시정부를 계승하자고 주장하면서 반공주의적인 발언을 했다.
“나는 공산주의를 두 부분으로 나누어 말할 수 있는데, 첫째는 공산주의가 경제 방면으로 근로 대중에게 복리를 줄 것이니 이것을 채용하자는 목적으로 주장하는 인사들이다. 이러한 공산주의에 나는 얼마만큼 찬성한다. 둘째는, 경제 정책의 피해를 끼치는 이들이니 이 분자가 참으로 염려되는 점이다. (중략) 이러 분자들이 나라 안에 있어 국이 분열되고 골육 상쟁하는 참화를 양성하니, 나는 이런 공산 분자로 인해 금시한다. (중략) 종국에는 중국과 폴란드와 같이 민족 간에 내란을 일으켜 피를 흘리고 투쟁하기에 이를 터이다. (중략)”
이승만은 공산주의자들과는 어떠한 통일 운동 및 건국 운동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민족 진영의 중심으로 기반을 잡았다. 공산주의자들은 사사건건 이승만에게 트집을 잡아 통일에 대한 노력을 저지하려 했다. 공산주의자들이 원하는 것은 민족 통일이 아닌 공산주의만의 통일이였다.(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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