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11시 노원구청 앞, 안보시민단체 블루유니온 회원 및 애국시민 30여명은 ‘김일성 찬양론자’ 한홍구 성공회대 교수의 특강을 진행하는 노원구청을 규탄하는 항의 집회와 기자회견을 가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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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7일 노원구청앞에서 열린 "김일성은 민족 영웅" 한홍구 특강시키는 노원구청 규탄 기자회견에서 김성환 노원구청장과 한홍구 교수의 가면을 쓴 채로 국민의 회초리를 맞는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 ||
한 교수는 “김일성은 우리 민족의 가장 암울한 상태에 혜성같이 나타나 참으로 많은 것을 성취한 지도자”,“김일성은 귀족영웅이 아닌 자수성가형 민족영웅” 등의 발언으로 역사관 편향 논란의 중심에 섰다.
한편 한국일보는 18일자 기사를 통해 해당 기자회견을 보도하며 한 교수의 발언을 ‘김일성 주석을 재조명했다’고 표현했다. 한국일보는 ‘일부 보수단체들이 한 교수가 김일성 주석을 재조명한 칼럼, 국가보안법 반대 발언 등을 문제 삼아 항의 집회를 벌이자 구청이 주최를 바꾸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이어 주민들의 반응을 소개하며 “주민들이 돈을 내고 신청하는 문화강좌인데 강의 내용을 들어보지도 않고 무조건 반대집회를 하는 건 문제”라고 하는가 하면 “보수단체들이 내 칼럼 전체를 읽어보지 않고 곡해하고 있다”는 한 교수의 해명을 싣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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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구청의 진보 교수 특강 막은 보수단체'라는 제목으로 기사를 낸 한국일보의 모습 ⓒ 한국일보 화면 캡쳐 | ||
한국일보의 보도는 몇몇 극우성향의 단체가 한 교수의 발언을 짜깁기한 자료로 트집을 잡아 강연을 방해하는 것으로 비춰질 우려가 있다는 지적이다.
한 교수는 미국의 워싱턴 대학교에서 김일성의 항일무장투쟁을 연구한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이후 [한겨레 21] 등에서 ‘한홍구의 역사이야기’라는 칼럼을 연재하고, 강의에 나서기도 하는 등 많은 활동을 벌여왔다.
한 교수는 2004년 7월 8일 본인의 칼럼을 통해 [친일파와 그 후예들의 웃기는 폄하]라는 단락에서 “김일성을 한국전쟁의 전범으로 규탄하는 일은 친일파들에게는 더없이 좋은 탈출구였다”고 주장하며 “그들에게 모든 역사는 1950년 6월25일에 시작하는 것이었다.
그 이전에 우리가 왜 분단됐는지, 분단의 책임은 누구에게 있는지, 일제의 압제하에서 누가 일제의 앞잡이였고, 누가 항일을 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어떤 과정을 거쳐 전쟁이 찾아왔는지도 전혀 상관이 없었다. 군대를 동원한 자가 모두 뒤집어쓰는 그런 게임이었다. 한국전쟁으로 인한 수많은 사상자들, 특히 민간인 학살의 피해자들이 누구 손에 죽었는가도 상관이 없었다.”고 말했다.
친일파들이 항일투사인 김일성을 깎아내리기 위해 고의적으로 ‘김일성은 6.25의 전범’임을 부각시킨다는 주장이다. 한 교수의 주장에 따르면 김일성에게 6.25전쟁의 책임을 묻는 이들은 친일파다. 설명할 나위 없이 분단의 책임은 김일성에게 있다. 분단 자체는 미국과 소련의 신탁통치로 이루어졌으나 지금과 같은 극단적인 대치상태는 1950년 6월 25일 새벽, 김일성이 일으킨 것이다. 절대다수의 국민들이 부정하지 않는 사실이지만 한 교수는 이들을 친일파로 몰아붙인다.
한 교수는 ‘민간인 학살의 피해자들이 누구 손에 죽었는가‘라는 물음을 던졌다. 해방 직후의 혼란기에 전쟁이라는 폭풍을 맞아 남북 모두에서 억울하게 죽어간 민간인이 적지 않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가운데 남북의 차이를 찾는다면 북한은 조직적이며 체계적으로 계획된 학살이었다는 것이다. 식량 징발과 토지 몰수, 인민재판으로 민심을 잃었던 김일성은 공세에 밀려 퇴각할 때 남겨진 민간인들이 국군과 연합군에 협조할 것이 두려워 학살을 지시했다.
그런 김일성에 대해 한 교수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거대한 가족국가의 가부장”이라고 옹호하며 “김일성이 가족국가의 구성원 개개인과 맺은 의사 진한 관계를 무시한다면 우리는 백번 죽었다 깨어나도 이북을 이해할 수 없다”고 추켜세웠다.
한 교수는 “김일성이 세운 나라에는 분명 동학 농민군의 꿈과 의병과 독립군의 꿈, 항일 빨치산의 꿈이 담겨 있었다.”고 주장했다. 독립투사들이 조국을 일본의 압제로부터 해방시켜 얻고자 했던 것이 초근목피와 쥐고기가 진수성찬이 되는 나라였으며 김일성이라는 이름, 절대권력과 교조주의를 넘어 신성의 영역까지 넘보는 이름 아래 무자비한 탄압과 통제가 이루어지는 나라였을리는 만무하다.
한 교수는 김일성의 권력 세습마저 옹호한다. 자신의 칼럼을 통해 “사회주의 국가를 표방하는 나라에서 벌어진 부자간의 권력승계가 탐탁지는 않으나, 이를 비난만 하다 보면 ‘정치 권력은 부자지간에도 공유할 수 없다’는 상식을 깨고 20년가량 북을 다스린 사실을 잊게 된다.”고 지적했다. 권력 세습을 ‘상식을 깨는 통치’쯤으로 미화하는 것으로 비춰진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이렇게 논란이 되는 한 교수의 발언들은 한국일보는 하나도 싣지 않았다. 다만 “‘종북주의자의 강의를 여는 노원구는 평양의 노원구’,‘종북주의자는 북한으로 가야 한다’는 등 원색적인 구호도 나왔다”는 언급을 통해 극렬 보수단체로 볼 수 있는 여지를 남겼다.
‘종북주의자’ 라는 비판의 화살이 한 교수에게로 향하는 이유는 한 교수의 발언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일보는 ‘종북주의자’를 위시한 비판만을 보도하며 논란의 근원이 된 한 교수의 발언을 은폐했다. 원인과 결과 가운데 결과만 보도한 셈으로, 언론으로서의 양심을 가지고 양측 사이에서 중립을 지키지 못했다는 지적을 받기 쉽다.
영국의 정치철학자 에드먼드 버크(Edmund Burke)는 영국의 무역도시인 브리스톨 출신으로 하원의원에 당선됐다. 그러나 그는 의회에서 소속 지역구 주민들의 요구와는 정반대로 투표를 했다. 아일랜드, 영국, 프랑스의 식민지와의 통상을 자유화하는 법안에 찬성표를 던진 것이다. 무역도시인 브리스톨의 직접적인 기득권이 엮여 유권자들의 지지를 잃고 만다.
결국 버크는 브리스톨 시청에서 연설을 마치고 사퇴한다. 그러나 1780년 당시로부터 230여년이 지난 지금에도 버크의 명언은 우리의 양심을 찌른다. “악의 승리에 필요한 조건은 하나뿐이다. 바로 선의 방관이다.” 버크의 일침은 두 세기를 뛰어넘어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악의 편”이라는 연설과도 맞닿는다. ‘고의적인 침묵 역시 악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 바로 두 정치인이 시대를 제치고 지적하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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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준 인턴 기자 tlstkdqkdwl@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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